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에듀인뉴스] 난세의 리더십을 다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보면, 싸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하나는 법에 의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에 의지하는 것이다. 군주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이용할 줄 알아야한다고 역설한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쟁(政爭)도 법과 힘의 논리가 모두 작동하고 있다. 

선거법·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국회에서는 한국당과 민주당을 비롯해 각 당 책임 당사자들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동물국회’라는 프레임으로 눈에 보이는 정쟁과 충돌 위주로만 전달하고, 여론은 이를 정치혐오, 비아냥 거리로 소비하기 바쁘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문제의 본질,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한 1번 과제는 권력을 쥐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시작과 끝인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20대 국회의 구성도 선거를 통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21대 국회 구성도 그러할 것이다.

사전 전투결과가 어떻든 결국 ‘엔드게임’의 최종 승자만이 향후 국정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 여당도 권력, 제1야당도 권력, 교섭단체도 권력, 국회의원 수도 곧 권력이다. 그 권력의 지분에 따라 각자의 이념과 철학에 기반 한 정치도 펼칠 수 있다.

올바른 이념과 철학, 명분, 능력을 가졌다고 승리하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이 승자이고, 주도권을 갖는다. 뜻이 있다면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아야 그 뜻을 펼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판가름 하는 것은 대국민의 선택인 선거다. 각 당의 명운이 걸린 경쟁이자, 정쟁, 전쟁이다. 그 마지막 승부의 룰을 정하는데 참가 당사자들의 촉각은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 여야4당이 그 룰을 제1야당인 한국당과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고 하니, 국회에서의 국지전은 예견된 것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공수처법’ 등 이 법의 재정도 힘의 논리로 이루어지고 있다. 법의 논리와 힘의 논리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작용하고 있다. 

사진=jtbc 캡처
사진=jtbc 캡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내 직위의 힘, 당 내 동조하는 의원 수의 힘,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패스트트랙에 동조한)여야 4당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했다. 패스트트랙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자르고,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기용해야 했다. 불법의 소지가 다분한 사보임을 강행한 것은 정상적인 논의 테이블을 거치지 않겠다는 통보이자 전쟁 선포였다. 

한국당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었지만 민주당이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여당이자 원내 제 1당이라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당 차원에서도 더 이상 논의 테이블 위에서 법적으로만 응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사력을 다해 막아섰다. 

현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며 여론과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과정이지만, 현재는 선 응전, 후 보고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수사처, 사보임’ 내용자체도 어렵고 복잡하다. 통역이 필요한 말들이다. 국민들의 삶의 현장까지 이 이슈의 본질과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정쟁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 국민의 마음은 얻기 위한 ‘엔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 팩스 사보임, 병상 결재, 국회회의 방해, 성추행 혐의 등 누가 더 정의로운가,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따지며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과정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이 치열한 몸싸움 끝 결론은 민주주의라는 그라운드 위에 누가 더 조금이라도 유리한 트랙을 그릴 수 있는가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각 당의 모든 지력과 전략, 유무형의 자원을 동원해 더 치열하게 붙어야 할 것이다. 여우의 머리와 사자의 심장이 모두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언론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메시지와 화면을 소비하기 바쁘고, 국회에 대한 반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없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진흙탕 속에서 국가와 공통체의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각자의 몸부림은 계속 될 것이다. 분명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우리 역사와 국민이 만들어 온 정치력의 총합이다. 지난한 역사의 진통 속에서도 우리는 어렵게 답을 찾아 여기까지 잘 오지 않았나. 

국민 모두의 과제도 앞에 놓여있다. 올바른 이념과 철학, 명분, 이를 이룰 능력을 가진 지도자는 결국 국민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 진흙 속 진주를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일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엔드게임’,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