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피임교육, 실천 더 중요

사진=대한산부인과의사회
사진=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에듀인뉴스=정하늘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학교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30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10년째 진행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학교로 찾아가는 성교육’ 상담이 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 성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며, 성교육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중고교 및 대학교의 신청을 연중 접수하고 있다. 

4월에는 정호진 전 부회장(베일러이화산부인과)이 성남시 늘푸른고교에서 1~2학년 대상으로 강의했으며, 오는 5월에는 성남 숭신여고 1~3학년 846명 학생 대상 강의가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과 관련 여성의 건강권과 동시에 태아 생명권 보호를 위해 더욱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피임이다. 

인공임신중절 관련 가장 최근 실태조사인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인공 임신 중절은 2017년 한 해 약 5만건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2005년 조사에 비해 85% 줄어든 수치이지만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중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 임신중절을 경험한 셈이다. 피임 실천은 콘돔 사용이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2배가량 증가했고, 경구피임약 복용은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인공 임신중절 경험자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콘돔, 자궁 내 장치 등의 피임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고,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처럼 불완전한 피임 방법이 47.1%, 응급피임약 복용을 포함해 아예 피임하지 않은 비율이 40.2%로 나타났다. 

피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으며,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 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치 않아서’ 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12%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변재광 위원은 “아직도 피임 관련 교육이나 피임 실천 의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결과”라고 말했다. 

남성의 피임 방법은 콘돔이 유일하지만, 여성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경구용 피임약, 산부인과에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 피임약, 3~5년간 피임이 유지되는 자궁 내 피임장치, 피하 삽입 피임장치, 주사용 피임 등 다양한 피임방법이 있다.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동시에 보호하려면 성생활이 시작되기 전인 청소년 시기에 건전한 성 의식과 피임 방법 등에 대해 연령대에 맞게 구체적으로 교육하고, 성인 여성도 연령과 결혼, 임신 등 생애주기에 가장 적합한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전문의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재광 위원은 “산부인과 방문이 어렵다면 마이보라처럼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3세대 일반 피임약 정도라면 피임약을 처음 복용하는 여성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며 “복용 방법도 생리 시작 첫날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알씩 먹으면 되므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선착순 접수하며 이메일(kaog@kaog.org)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낙태죄 관련 규정이 형법에 제정된 후 66년 만에 7대 2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일정 기간 유예를 두어 관련 법 조항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따라서 연말까지는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이 유효하지만 12월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