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노동인권 지도자료 편향 지적에 중학교용 수정한다고?"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고등학생의 노동인권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개발, 현장에 배포한 ‘노동인권 지도교재’에 대한 일부 언론과 서울시의회 등에서 편향성 지적이 제기됐다.

월간조선에서는 ‘페미니즘 시각으로만 보는 여성 노동 운동’, ‘협상 없이 투쟁만 강조하는 노조’, ‘비정규직이 당당한 사회?’, ‘자유보다 평등과 연대 강조’, ‘실업 탈출은 정부 지원으로’, ‘전태일, 전태일 또 전태일’ 등 비판적 소제목을 단 현직 교사의 분석 자료를 실었다.

일간투데이는 “노사단체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이르는 절차를 21줄에 걸쳐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파업 한번 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는다”며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가 부당하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하는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여명 서울시 교육위원회 위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자료를 읽어보니 노동자는 모두 불행해 보였고, 세상을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만 설명하고 있다”며 “쟁의, 파업, 혁명, 집회 등 용어 사용과 노조협상 사례를 들며 분신자살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교재 제작 과정에서 자신이 검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서울시교육청이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제작본에는 논란이 된 내용을 수정·반영할 계획이고, 여 위원의 요청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배포한 고교용 노동인권 지도자료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그 자료를 수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좀 더 취재를 하고 보니 서울시교육청이 수정하겠다는 내년도 배포 자료는 ‘중학교용’ 노동인권 지도자료였다. 즉 현재 현장에 배포한 고교용 자료는 수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못 이해한 걸까. 

다시 확인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담당자는 “중학교용 노동인권 지도자료 제작 시 논란 사항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재차 답변한 것. 

그렇다면 문제가 발견된 자료와 수정하겠다는 자료가 다르지 않은가. 고등학생은 이미 자료가 나왔으니 편향됐어도 그대로 교육 받아도 되고, 중학생은 중립을 지킨 수정된 자료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 기준을 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질병을 고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바이러스성 질병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해 질병 유발 바이러스를 없애거나, 상처가 생겼을 경우에는 소독과 상처가 아무는 약을 발라 염증 발생 없이 치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암의 경우에는 해당 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렇다. 잘못된 것을 제대로 되돌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증상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하는 것이다. 다만 이 모든 방법의 공통점은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직접적 치료다.

하지만 이번 자료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방은 잘못됐다. 팔이 아픈데 다리를 주무르겠다는 식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분명히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팔이 아픈데, 다리까지 아프지는 않게 하겠다는 건 예방이지, 근본 처방이 아니지 않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