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경기 성남 청솔중 교사

[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싶고, 학생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에듀인뉴스>는 신학기를 맞아 교육이 흔들리는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따른 각종 법령의 등장, 교사 패싱 교육정책 등 현안을 집중 조명하고 교사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10부작 신학기 기획을 마련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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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입시나 학폭 같은 몇몇 겉으로 드러나는 이슈에만 관심을 기울이곤 한다. 하지만 실제 일상적 교육활동은 예산으로부터 비롯되고 운영된다. 예컨대 아무리 학폭에 대한 대책을 공언한다 해도 거기에 예산과 그에 기반하는 인력 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면피용 멘트일 뿐 실질적 개선 의지가 없다고 봐도 된다. 지금 이상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 예산 대부분은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시설 관리비 같은 고정 비용이 차지한다. 그래서 안정적이지만 새로운 것을 담기 힘들다. 다만 한가지 예외가 있는 것이 바로 ‘국가시책사업 특별교부금 예산’이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 실제로 자율적인 집행 여력이 있는 알짜배기 예산이다.

이 국가시책사업 특별교부금은 지방재정법에 의거 특별교부금 중 60%를(나머지는 지방교육현안 30% 및 재해대책 10%) 교육부장관이 편성한다. 국가시책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을 교육부 각 실국의 사업요구를 받아 13인 이내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차관과 교육부 실국장, 외부위원 시도교육청 관계자로 구성) 심의를 거쳐 편성한다.

문제는 교육부의 이 돈이 핵심 국가시책에 쓰이거나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교육부 각 부서의 실적용 쌈짓돈처럼 쓰이거나, 도리어 학교 현장에 부담을 주어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 부분 특별교부금 심의위가 관료들로만 폐쇄적으로 구성된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부서별로 쪼개진 예산..."효과 반감에 학교 행정력 낭비만 가져와"

교육은 본래 전인적인(Holistic) 활동인지라 현재처럼 부서별, 사업별로 예산이 잘게 쪼개져 내려올 경우,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도리어 비효율과 비교육적 부조리가 극대화된다. 단적으로 교육부 내 학력 담당, 복지 담당, 정보 담당 식으로 갈래갈래 찢겨 내려오는 저소득층 학생 지원 예산은 관련 부서의 실적 거양과 학교에 대한 통제권 유지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수혜자 입장에서는 푼돈인 데다 재량권도 없어 그 효과가 미비할뿐더러 사업계획서와 보고서 작성에 학교의 교육력을 낭비하게 만든다.

가령 2019년도 예산에서도 고교교육력제고 특별교부금, 혁신교육 특별교부금, 중학교 자유학기제 특별교부금, 창의융합교육 특별교부금, 교육과정 및 교과서 특별교부금 예산이 예년처럼 부서별, 사업별로 쪼개져 편성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과정(수업과 평가)이 기존 관행적 틀을 극복해 창의융합형으로 혁신되는 것이 바로 자유학기제 안착이고 고교 교육력 제고이자 학교혁신이므로 이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옥상옥 중복 사업도 많다. 양성평등교육, 인성교육, 통일공감대교육, 나라사랑의식교육, 독서인문교육 등은 이미 다 정규 교육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시민 체육예술교육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1083억원을 배정해 건별로 계획-시행-보고-정산이 필요한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학생들 체험학습 프로그램 하나라도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일정액은 융합교육의 창의적체험활동 운영비 예산에서, 일정액은 자유학기제 예산에서, 일정액은 혁신교육 예산에서 가져와 운영하고 이를 예산별로 계획-시행-보고-정산하고 서로 액수 및 비율을 맞추고, 가짜 영수증이라도 만들어 잔액 없이 ‘0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일 예산으로 하기에는 내려온 예산이 많지도 않고, 또 다른 항목으로 내려온 예산도 반드시 소진해야 하기에 이런 무의미한 행정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교육부 각 부서가 무질서하게 ‘하나씩’ 내리는 예산과 사업들을 깔때기처럼 ‘모두’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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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교부금 혁신을 위한 제언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는 특별교부금 비율을 기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4%에서 3%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특별교부금을 아예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과 편성 절차를 혁신하는 것이 필수다.

교육부는 디테일하게 '사업'을 벌이려 하지 말고 예산을 대강화해 학교 현장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 기획력이 살아나고 학교 실정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편성된 예산 항목도 드러나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또 사업의견수렴도 내실 있게 진행해 타당성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처럼 담당자 대상으로 조사해서 늘 만족도가 높이 나오게 만들거나, 심지어 10명이 참여한 사례까지 나열하며 숫자 늘리기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특별교부금 심의위를 관료들끼리 폐쇄적으로 구성하지 말고 현장 교사나 일반 시민들까지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국가교육위원회가 발족하면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안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래 교육과 사회 현안 대응을 위해 대승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들을, 학생이 아닌 서류 더미 앞에 묶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는, 기존 예산편성 행태는 우리 부서 실적을 올려줘야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갑질 형태’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예산 편성의 근원인 교육부 부서들의 전면적인 정비와 함께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과감한 권한 이양을 가속화할 필요도 있다.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미래형 교육을 표방하는 2015 교육과정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는 입시제도 개편 보다 더욱 근원적인 교육개혁의 포인트다.

신동한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경기 성남 청솔중 교사
신동한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경기 성남 청솔중 교사

■ 연재 예정 순서=1. 교육법으로 알아보는 마일리지승진제/ 2. 극한직업: '학폭' 담당 교사의 삶/ 3. 현장교사 없는 교육과정: 이대로 표류해야하나/ 4.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6. 상상을 더하는 학교 공동체 & 학교 교육과정/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늘의 교육/ 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10. 흔들리는 입시-어디로 가야 하나/ 11.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