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부교수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30%, 수능 체제 고려해야 하는 대학
교육과정과 평가 변화, 복잡한 수능..."2022학년도 수능체제 생명은 5년"
"언제까지 정부 따라 바뀌는 입시를 두고 봐야 하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공 '2021학년도 대학입핮넌형시행계획 주요사항' 표지 일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공 '2021학년도 대학입핮넌형시행계획 주요사항' 표지 일부.

[에듀인뉴스] 4월 30일 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하였다. 전체 모집인원은 34만7447명이며, 수시모집에서 26만7374명(77%), 정시모집에서 8만73명(23%)을 선발한다. 전년도 정시모집 선발인원보다 0.3% 늘어났으니까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부터 정시모집 규모를 더 늘리라고 요구했으나 결과적으로 대학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정작 대학은 2021학년도 입학전형보다 내년 4월에 발표할 2022학년도 전형 설계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은 2022학년도 입학전형 설계시 무엇을 고려하는가

대학이 2022학년도 입학전형을 설계할 때 첫 번째 이슈는 정시모집 30% 기준이다.

교육부는 정시모집을 30%로 늘리거나 교과 전형을 30% 이상 늘리지 않으면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최근 고려대가 정시 30% 확대가 아니라 교과 30% 확대를 선택하자 교육부는 교과 30% 옵션이 지방대에만 적용된다고 하면서 수도권 대학들은 정시를 30%로 늘려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게다가 30%의 분자/분모 기준도 대학과 교육부 사이에 이견이 있다. 분모를 정원 내 선발인원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정원 내외 모두를 포함할지, 정원 외 전형에서 모집정원 제한이 없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전형 등도 포함할지, 예체능계열 모집단위를 포함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교육부는 분모를 최대한 키우려고 하고, 대학들은 분모를 최대한 작게 하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부는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최대한 늘리려고 하고, 대학들은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교육부의 명분은 작년도에 진행된 대입 공론화 결과에 있고, 대학의 명분은 우수한 학생 선발과 학생 충원이라는 생존의 문제에 있다. 대입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정시모집 수치는 39.6%이었고, 정시모집 30% + 수시 이월 인원 6~10% + 정원 외 분모 효과 1~2%를 더하면 대략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수치에 근접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대학은 최대한 수시모집 선발인원을 늘려야 한다.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늘리면 정원을 모두 충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추가모집을 한다고 해도 많은 대학은 정원 손실을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부와 대학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2022학년도 입학전형의 두 번째 이슈는 수능이다.

특히 이번 대교협 발표에는 20개 대학이 수능 응시 영역 지정 여부를 발표했는데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과 과학 선택과목 지정 여부가 중요했다. 그 이유는 이 두 요소가 지원 가능한 학생의 규모를 결정하며 대학 서열화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은 응시 영역을 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능 응시 영역을 논의할 때 지원 가능한 학생의 규모와 대학 공부를 위해 필수적인 교과 지식의 설정을 고려한다.

하지만 여기에 더하여 2022학년도 수능 체제의 지속가능성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고교 교육과 대학교육을 위해 다양한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2022학년도 수능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조만간 다시 바뀌는 상황이라면 현상 유지를 선택하기 쉽다.

그렇다면 2022학년도 수능 체제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길어도 5년?..."2022학년도 수능 체제의 생명"

먼저 작년 8월 17일에 정부가 발표한 고교 교육의 변화 일정을 살펴보자.

표=교육을바꾸는사람들
표=교육을바꾸는사람들

학점제, 교육과정, 내신 성취평가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현재의 중등교육과 대입체제의 근간이 달라진다.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2025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2022년에 공지하여 2025학년도부터 적용한다. 성취평가제는 올해부터 진로선택 교과에 적용되기 시작하고, 2025학년도부터 전 교과로 확대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평가가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이와 연동하여 수능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라면 교과 전형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과목을 선택하는 수능 전형의 변별력도 확실하지 않다. 대입 전형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것이 2022학년도 수능 체제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첫째 근거이자 정책적 이유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2022년 상반기에 고시되고 2025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능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2022학년도 수능 체제는 아무리 길어도 2027학년도까지가 최대 시효이며, 그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2022학년도 수능 체제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두 번째 근거는 대학입시의 정치적 성격 때문이다.

1993년에 수능이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정부는 그 정부만의 수능 체제를 만들었다. 한 번의 예외도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칙에 따르면 다음 정부는 다음 정부만의 수능을 또 만들 것이다. 2022학년도 수능은 2021년 11월에 실시되고 현 정부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이다.

2022년 5월에 들어올 정부는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른 후 새로운 교육공약을 만들어 실행하게 될 텐데, 2022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적 만족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현재의 수능이 복잡한데, 2022학년도 수능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수능이기 때문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응시조합만 본다면, 2020학년도 수능은 탐구영역에서만 선택과목이 있으므로 계열에 따른 선택과목 조합은 인문계열의 경우 9C2 = 36개, 자연계열은 8C2 = 28개이다. 여기에 더하여 영역별 가중치 변화 조합까지 고려하면 실제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쓰이는 수능 점수체제는 대략 205가지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22학년도에서는 선택과목 조합만 2×3×17C2 = 816개가 되고, 여기에 영역별 가중치가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점수조합까지 고려하면 수능 역사상 가장 복잡한 점수체제가 만들어지리라 예상한다.

정시모집에서 변환표준점수 산출하는 과정도 더 복잡해지고 점수 왜곡도 가중될 수 있다. 복잡한 수능은 길게 유지된 적이 없다. 어차피 다음 정부는 수능 체제를 필두로 대입체제 전반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2022년 상반기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발표되고, 2025학년도부터 적용되면, 2028학년도 대학입시의 전면적인 개편은 불가피한데, 관건은 2028학년도에 전면 개편할 것인지 아니면 2025학년도 혹은 2026학년도라는 중간 단계의 변화를 거쳐 2028학년도 전면 개편으로 갈 것인지에 있다.

선택은 다음 정부에 달려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렇게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능을 견디지 못한다. 게다가 고등학교 3학년보다 재수생에게 더 유리하고, 일반고보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더 유리하며, 서울 강남과 같은 특별한 지역이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2022학년도 대입체제를 경험하고 나면 이 체제를 유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된다.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는 피할 수 없다.

2022학년도 수능 체제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셋째 근거는 학생 수 급감에 따른 대학 파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학은 274개(일반대학 223개, 교육대학 11개, 산업대학 14개, 기술대학 1개, 각종대학 3개, 원격대학 1개, 사내대학 3개, 사이버대학 17개), 전문대학은 187개(3년제 76개, 2년제 71개, 기능대학 26개, 사내대학 6개, 전공대학 4개, 사이버대학 2개, 원격대학과 각종대학이 각 1개)이다. 이미 많은 대학은 실질적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추가모집을 해야 할 대학은 해마다 점점 늘어날 것이다.

2019학년도 정시까지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 올해 2월에 추가모집을 실시한 대학이 4년제 대학만 167개(7437명 모집)였다. 통상적인 일반 4년제 대학 198개의 약 85%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이 중에서 약 30개 대학 정도만 추가모집을 하지 않았다. 2018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추가모집을 한 4년제 대학이 157개(8,591명 모집)였으니, 올해 추가모집을 한 대학의 수는 10개 늘었고 모집인원은 1,154명 줄었다. 4년제 대학이 이런 상황이니 2년제 대학의 상황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대학교 입학 정원 대비 등록금을 낸 2학년, 3학년, 4학년 학생 수 및 졸업생 수를 보면 대학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실제로 등록금을 내고 1학년 1학기를 다니는 인원과 졸업생 수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대학이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학생 충원은 대학의 생존을 결정한다. 대학은 생존하기 위한 자율권을 요구하거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요구할 텐데, 정부로서는 마땅한 지원책이 없다. 대학입시는 본래 대학이 자율권을 갖는다. 대학은 생존을 위해 2022학년도 수능과 대학입시체제를 바꾸자고 요구하게 되고, 대학의 요구는 정부 통제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대입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강해지고, 어떤 명분으로든 다음 정부는 현재의 수능을 유지하지 못한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는 큰 변화 없이 다만 좀 더 복잡해질 뿐이다. 2022학년도 이후는 어떻게 될까. 지금은 달라진다는 것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불확실한 대입제도를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하나.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부교수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부교수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