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출근길, 학교 옆 편의점에 들른다. 어린이날 맞이 이벤트를 하기 위해서다. 마침 댄스부 6학년 아이들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인사가 끝났으면 가야 하는데 안 간다. 시선은 내 장바구니에 가득 찬 과자를 향한다.

'프링글스 과자는 좀 있어 보이겠지? 페레로로셰 초콜릿은 환호가 터질 거야, 반전의 풍선껌도 하나 사자^^'

어린이날 맞이 이벤트로 아이들과 대형 사다리 타기를 하고 선물로 과자를 주었다. 사진=최창진교사
어린이날 맞이 이벤트로 아이들과 대형 사다리 타기를 하고 선물로 과자를 주었다. 사진=최창진교사

오늘 이벤트는 대형 사다리 타기다. 칠판에 학생 수만큼 사다리를 만들고 각자 선을 두 개씩 그어 사다리를 완성한다. 긴장감 넘치는 결과에 따라 랜덤으로 깜짝 선물을 받는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인원을 확인해보니 17명이다. 통합지원반 학생은 서천 국립생태원으로 체험학습, 여학생 한 명은 경상도 외할머니댁으로 체험학습, 남학생 한 명은 베트남 다낭으로 체험학습. 20명도 적은데 3명이 더 빠지니 완전 단출한 느낌이다. 맨 뒤에 앉은 학생을 앞 자리 빈 곳에 앉으라고 한다.

“따라라라 딴딴! 따라라라 딴딴!”

긴장감 넘치는 사다리를 타고 나온 번호마다 한 명씩 깜짝 선물을 준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다행이다. 한 명씩 기념사진을 찍는다. 소소하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로 기억되길 바란다.

“쿵”

아... 내 자리 구석에서 선물을 꺼내다가 TV에 머리를 부딪쳤다. 와 진짜 아프다. 다행히 모서리에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TV랑 천장을 연결하는 봉이 한참 흔들렸다.

“선생님! TV 괜찮아요?”

뿌린 대로 거둔다. 평소 아이들이 책상에 부딪히면, “아이고 어떡해, 책상은 괜찮니?”라고 장난을 치는데 그대로 보기 좋게 돌려받았다. 머리는 엄청 아픈데 입은 엄청 웃는다.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너희들은 "소우주"

점심을 먹고 5, 6교시는 어린이날 맞이 ‘스스로 만드는 행복한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의 계획대로 진행하고 따로 또 같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제7회 학급 어린이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기’이다. 솔직히 모든 학생이 같은 활동을 하면 했다. 하지만 물 흘러가는 대로 놔두었다.

관심사가 같은 4개 모둠이 만들어졌다. 블루투스 마이크부터 보드게임까지 다양한 준비물과 꼼꼼한 행사 계획이 준비되었다. 역시 내가 건드리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지원해 주는 게 훨씬 더 낫다.

“컵라면은 안 먹는 것이 어떨까? 과자, 음료수는 괜찮은데 컵라면은 냄새가 너무 심해서. 다른 반도 같은 층을 쓰는데 선생님이 우리 반만 생각한 것 같아.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반은 컵라면 먹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 반은 꼬박 두 시간 동안 공부만 하면 어떨까? 다음번에는 모든 반과 먼저 상의하고 의논해서 다 같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게.”

아이들이 이해해줘서 다행이었다. 한 모둠만 빼고. 그 모둠은 컵라면 먹는 모둠이었다. 다행히 다른 모둠 공연 관람하고 과자 먹으며 함께 이야기하는 활동을 했다.

어린이날 맞이 '스스로 만드는 행복한 시간 프로그램'을 짜는 데 아이들은 학급 어린이회의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기'를 결정했다. 프로그램 도중 피아노에 앉아 아이들의 모듭 그대로를 함께 찍었다. 사진=최창진교사
어린이날 맞이 '스스로 만드는 행복한 시간 프로그램'을 짜는 데 아이들은 학급 어린이회의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기'를 결정했다. 프로그램 도중 피아노에 앉아 아이들의 모듭 그대로를 함께 찍었다. 사진=최창진 교사

보면대와 바이올린을 준비해 멋진 연주를 해 준 학생 피아노와 리코더에 집중해 연주하는 학생들 블루투스 마이크로 신나게 노래 부르는 학생 몸치지만 다섯 시간 동안 춤 연습해서 멋지게 공연한 학생 새로 산 장비로 우리 반의 모습을 촬영하는 학생 친구들과 보드게임 하며 과자를 먹는 학생 생라면을 부숴 먹다가 방긋 웃는 모습이 예쁜 학생 집에서처럼 편하게 누워 책 보는 학생 대본을 미리 만들어 파이팅 넘치게 MC 보는 학생 직접 나서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이 행복한 학생 다른 친구들 공연에 리액션을 담당하는 학생...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소우주가 확실하다. 진짜 다양하다. 정말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고, 잘하는 게 다르다. 그동안 학급 운영을 한답시고 획일적인 잣대로, 교육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교사 중심으로 강압적으로 이끈 건 아닌지 반성된다. 오늘 2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 매우 궁금하다.

세상 모든 아이가 똑같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똑같은 키와 얼굴, 똑같은 성격과 관심사, 똑같은 생각과 의견. 생각만 해도 재미없고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공부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줄 세우기를 하며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할까? 정말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면, 좋은 인생이 되는 것일까? 진정 성공한 인생을 위한 길은 하나뿐일까? 아이들이 개성에 따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행복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은 먼 미래일까?

“선생님 이제 학교 언제 와요?”

그렇다! 단기 방학의 시작이다! 음하하하하~

“다음 주 화요일에 봅시다.”

“네? 화요일이요?”

건강하게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긍정의 반은 6일 동안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쉰다. 어색했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2개월 동안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삶을 나누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모든 배움에서 중요한 건 바로 ‘아이들’이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라는 학생의 인사에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배운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