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학교 역사교사

⑴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교육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포스터 중 5가지 감정

자유로운 감정 표출에서 오는 '행복'

[에듀인뉴스] 2015년 7월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의외로 성인들에게 큰 흥행을 얻었다. 영화에는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컨트롤 본부에서 열심히 일하는 다섯 감정이 나온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들은 순간순간의 많은 상황 속에서 결국에는 주인공이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도록 노력한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이, 특히 어른들이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슬플 땐 울어야 하며, 화가 날 땐 버럭 화를 내야 하고, 자신의 주관대로 까칠하게 굴기도 하고, 소심한 면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는 부분이다. 즉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감정들은 모든 사람에게 있고, 또 행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이다.

기쁨만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다. 기쁨만 있다면 오히려 기쁨이란 감점의 소중함도 잊을 것이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 조화를 이룰 때 평상을 유지할 수 있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쁨과 같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만이 미덕이 아니고,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들도 행복을 이루는 중요한 미덕이다.

애덤 스미스는 미덕을 어떻게 정의하나

그런데 우리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가? 슬픔은 악덕이며 부정적이므로 느껴서는 안 되고, 표출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슬픔과 좌절과 같은 감정은 미덕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사회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질서가 양립할 수 있는 원리',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지난 2009년 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가 함께 펴낸 책 표지. 사진출처=네이버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사회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질서가 양립할 수 있는 원리',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지난 2009년 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가 함께 펴낸 책 표지. 사진출처=네이버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미덕(美德)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특히 미덕이라는 것이 적정성(適正性)에 있다고 보는 도덕철학 체계를 정리하면서 대표적으로 플라톤의 도덕철학을 설명하고 있는데, 플라톤은 이성(理性:Reason)이라는 지배적 본성과 그 하위에 있는 격정과 욕망을 구분한다.

하위의 격정과 욕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첫째는 노여움을 잘 타는 부분에 근거한 격정들이다. 야심, 증오, 명예욕, 승부욕, 우월감, 복수심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성욕(性慾) 부분에 근거한 격정들, 즉 우리 신체의 모든 욕망, 안일(安逸)과 안전에 대한 욕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성이 우리에게 제정해 준 행위계획은 앞서 말한 두 가지 종류의 격정 중 어느 한 종류의 집요한 유혹에 넘어가서 중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게 플라톤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격정들은 모두 인성(人性)에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성의 지도하에 적정성을 유지하면 미덕이 되고, 결국에는 정의(正義)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미덕은 정확한 이성에 따르는 중용적 습관에 존재한다. 중용적 습관은 각종 악덕 사이에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여러 악덕 속에서 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것이다.

플라톤의 두 부류의 격정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악덕들은 그동안 전통적 동양사회에서는 표출이 금기시되어왔다. 그러한 마음이 드는 것 자체를 죄악으로 보기도 해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척 행동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져 왔고, 지금도 은연중에 그렇게 사회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돈에 대한 욕심은 천박하고 죄악인 것처럼 여겨져 왔으나, 모든 인간은 그러한 욕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해 개인과 인류가 발전해 온 측면도 강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도덕과 정의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또 자유에 대한 이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성취감, 희열, 보람 등 건전, 바람직한 감정 배제 지양해야 

어느 순간부터 학교 현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은 해서는 안 될 것으로 규정짓고 있다. 경쟁에서 오는 패배감과 좌절감, 슬픔이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희열, 보람 등은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것이며, 학생들로 하여금 무기력함을 학습시켜 오히려 행복감을 주기 어렵다. 물론 지나친 경쟁은 배제되어야겠지만, 건전하고 바람직한 경쟁까지도 배제하는 경향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다. 자유와 정의라는 미덕은 수많은 하위미덕이 표현될 수 있는 선행조건이며, 그 자체가 궁극적인 미덕이다. 이는 우리의 조상과 선배님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러나 이런 미덕들이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는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학생들이 건강한 행복감과 미덕을 느끼고 함양할 수 있도록 자유와 정의의 미덕이 잘 교육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소망한다.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