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스승의 날 교원인식 조사...‘제자들 잘 따르고 인정해 줄 때’ 보람
교원 87.4% ‘사기 떨어졌다’…2009년 55%, 10년 새 32%p 증가
최대 고충 ‘학부모 민원’, ‘학생 생활지도’... 최우선 과제 '교권 확립'

한구교총 사진 공모전 은상 수상 작품. (사진=윤자영 인천 공항고 교사)
한국교총 사진 공모전 은상 수상 작품. (사진=윤자영 인천 공항고 교사)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사가 꼽은 이 시대 교사상으로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이 선정됐다. 또 교사들은 ‘제자들이 잘 따르고 인정해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총은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모바일로 진행했다.(95%신뢰수준 ±1.32%)

이번 설문조사 결과 교원들은 제자와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꼽은 이 시대 교사상은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이 뽑혔다. ‘선생님이 가장 되고 싶은 이 시대 교사상’을 묻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69.9%가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학생을 진정 사랑하는 선생님(40.7%)’, ‘학생의 강점을 찾아내 진로지도 하는 선생님(25.1%)’, ‘전문성 향상에 노력하는 선생님’(20.3%) 순이었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제자들이 잘 따르고 인정해 줄 때(51.5%)’를 꼽았다. ‘제자들이 그 자체로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35.6%)’, ‘제자들이 성장하고 목표를 성취할 때(34%)’가 뒤를 이었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52.4%(대체로 그렇다 41.9%, 매우 그렇다 10.5%)로 나타나 ‘그렇지 않다’는 답변 21.5%(별로 그렇지 않다 15.3%, 전혀 그렇지 않다 6.2%)보다 높았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39.2%)와 ‘그렇지 않다’(37.6%)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는 ‘널 믿어, 넌 할 수 있어(36.4%)’, ‘사랑한다(29.3%)’를 꼽았다. 제자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전체 응답자의 49.5%가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하지만 교원사기는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진행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이 55.3%였다. 2010년 63.4%, 2012년에는 81%까지 높아졌다가 2015년 75%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해는 87.4%까지 떨어졌다. 10년 전보다 32.1%포인트나 높았다. 
 
교원의 사기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이 가장 많았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5.5%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라고 답했다.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48.8%나 됐다.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과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도 교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65.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원의 사기 저하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은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50.8%)’였다. 보직 기피 현상과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22.9%)’와 ‘헌신·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13.2%)’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최근 교원 명예퇴직자가 증가한 이유도 전체 응답자의 89.4%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라고 답했다.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이라고 답한 교원도 73%였다. 
 
교원들은 이 같은 문제해결 실마리를 교권 회복에서 찾았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9.3%가 ‘교원의 교권 확립’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요구에 따른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교원들의 사기 저하가 역대 최고로 나타난 점도 문제지만, 학생 생활지도 등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연한 것이 더욱 문제"라며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기와 교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교원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하고 있다”며 “사회 각계가 학교와 교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교총은 오늘(13일)부터 일주일을 ‘제67회 교육주간’으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올해 주제는 ‘학생에게 사랑을, 선생님께 존경을, 학교에 신뢰를, 스쿨리뉴얼(School Renewal)!’이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서울 교총회관 다산홀에서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