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바뀌어도 교육자에 대한 존중 잃어선 안돼"
"졸업식을 스승에 대한 감사의 날로 의미 부여하자"
"하늘에 계신 김진균, 황정순 선생님에게 감사 기도"

[에듀인뉴스] 1963년 5월26일,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는 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스승의날을 지정했다. 스승의날은 이후 1965년에 5월15일로 날짜가 변경됐고 폐지를 거쳐 1982년 다시 부활됐다. 최근 스승의날을 두고 폐지 또는 명칭 변경 등 잡음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승의날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제38회 스승의날을 맞아 시도 교육을 책임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과 스승의날 관련 인터뷰를 했다. 아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내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스승의날을 맞아 대학시절 은사인 김진균 선생님과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황정순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두 분 모두 하늘에 계시지만 제자의 감사를 받아주시기를 기도했다. 대학시절 은사님에 대해서는 인격적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셨고, 초등학교 때 은사이신 황 선생님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하고 애정어린 보살핌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스승의날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강력 반대한다"며 "졸업식을 스승에 대한 감사의 날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교권보호와 스승 존경 풍토 조성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길러내는 교육자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스승의 날 축하드린다. 스승의 날을 맞은 소감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축하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실 겁니다. 저 역시 선생님들의 따뜻한 손길과 바른 가르침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되돌아보면 실의에 빠졌다가도 칭찬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다시 힘을 냈던 기억도 여러 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에서 선생님들은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승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면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육’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희망과 요구를 말합니다. 교육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현장인 ‘학교’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 선생님들은 그 속에서 올바른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자 애쓰고 계십니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가장 신뢰 받는 곳이 된 것은 선생님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바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승의 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얘기들도 들립니다. 스승의 의미가 퇴색하고 교육자로서의 자존감과 보람을 찾기 힘든 세태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씀들도 하십니다.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저도 너무나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교사가 교육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선생님들께서 교육자로서의 삶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다양한 사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을 지원해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원의 정서적 재충전 및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학교통합지원센터 내에 ‘생활교육·인권지원팀’ 구성 △교원배상책임보험 가입 △학습연구년제 선발 인원 확대 △학교 안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하고,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청의 정책들이 선생님들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책의 적절성이나 효과성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학교의 변화는 교육청이 아닌 선생님들이 주도하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학교 단위의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학생 중심으로 학교 교육활동을 결정할 때 학교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서 교육과정 편성과 평가의 권한을 온전히 가지고 가르침에 집중할 때, 선생님의 권위가 진정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 더 많은 힘을 실어 드리고 싶습니다. 교육에 대한 고민과 경험, 실천적 지식을 가장 많이 축적하고 계신 분들이 바로 선생님들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의 힘으로 수업과 교육과정, 학교문화와 학교행정의 혁신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학생이 행복해야 학교와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스승의 날을 축하드리며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8년 3월23일 ‘더불어키움’ 공영형 유치원으로 선정한 영천유치원을 방문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8년 3월23일 ‘더불어키움’ 공영형 유치원으로 선정한 영천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모습(사진=서울시교육청)

▲기억에 남는 은사님 또는 존경하는 스승이 계시다면?

두 은사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 은사이신 김진균 선생님입니다. 모두 그러시겠지만, 지식을 많이 가르쳐주신 선생님도 중요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분은 인격적으로 흠모하게 되고 나를 자상하게 지켜봐주시는 그런 스승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더구나 80년에 해직되고 비판적 학술운동을 하는데 우리들이 한창 '제3세대 학자군'으로 철모르게 기성학문을 비판하던 시대에 우리 모두를 묶어세우던 인격적 중심의 역할까지 해주셨습니다.

또 한 분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황정순 선생님입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가정방문을 오셔서 당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없이 자라고 공부하고 있던 저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없는데도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게 지낸다”고 지속적으로 격려하면서 애정 어린 보살핌을 2학년 내내 보내주시던 황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두 분 모두 하늘에서라도 제자의 감사를 받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스승의 날 폐지 또는 다른 날로 옮기자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스승의 날 폐지에 대해서는 ‘물 버리려다 애 버리는’ 우에 해당한다 생각하기 때문에, 강력 반대합니다. 제가 하나 대안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졸업식을 '스승에 대한 감사의 날'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졸업식이 3년이나 6년의 학업을 끝내는 축하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3년이나 6년 동안 자신을 돌봐준 스승에 대해 감사하는 마지막 날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날은 선생님에게 자유롭게 꽃도 드리고, 작은 선물도 드리는 것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헤어지면서 드리는 감사가 진정한 감사가 아닐까요?

사실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이 부담스러워진 것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기존에 선물을 드림으로써 감사를 표하던 문화가 일절 금지되었지만, 새로운 문화는 만들어지지 않은 데서 오는 과도기적 불편함 역시 상당히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승에 대한 '아름다운 감사'를 하는 문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권추락’ 우려가 많다. ‘교권추락’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나. 교권보호, 스승존중 풍토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을 소개해 달라.

교권추락의 근본 원인은 ‘입시 경쟁’으로 판단됩니다. 대학입시를 향한 지나친 경쟁으로 학교 친구가 경쟁자고 되고,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법적인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교권추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공동체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려는 학생, 학부모의 이기주의가 ‘교권추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로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개정해 학교 현장에서 연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피해교원 지원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교원배상책임보험 가입하였습니다. 피해교원의 치유지원을 위해 법률상담 및 소송비지원, 피해교원 심리치료 지원, 체험형 치유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정서적 재충천, 회복력 향상 및 교육역량 증진을 위해 학습연구년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습연구년제란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우수하고 자격 요건을 갖춘 신청 교사 중 대상자를 선발해 연수기관에 파견 특별연수를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2018년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141명을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교원 전문성 신장 지원을 위해 인원 확대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2019학년도에는 교직 생애주기별 맞춤식 연수 프로그램과 연계해 신청 대상자의 교육경력을 20년으로, 연수기간을 6개월로 조정하였고, 선발인원을 275명으로 확대하여 더 많은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교사 개개인의 요구와 특성 및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교사 스스로 자기학습계획를 세우고 계획에 따라 다양한 연수활동에 참여하는 자율적 학습에 중점을 두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를 다음과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원학습공동체는 교원들이 함께 모여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평가 방법 개선, 바람직한 생활지도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모임으로 교실혁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을 특수분야 직무연수로 인정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강의식 연수 중심의 특수분야직무연수 제도가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의 특성을 반영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행정 절차도 복잡해 학교현장에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육혁신과를 교원학습공동체에 관한 직무연수 기관으로 승인,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합연수시스템을 활용해 직무연수의 신청이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원학습공동체 고유의 활동인 교과 학년 주제별 수업연구·수업공개·수업나눔 등을 강사 없이도 연수과정으로 편성 할 수 있으며, 연수진행자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공동체, 사회, 국가 등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대와 사회가 변하는 것처럼 스승의 역할과 지위도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그야 말로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과거에는 사회가 권위주의적이었던 것처럼 학교도 권위주의적이었습니다. 학생은 선생이 폭력을 써서라도 가르쳐야 했던 미성숙한 대상이었습니다. 선생님들 역시 교장을 중심으로 한 서열체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했습니다. 교장-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권위적·폭력적 세계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 사이의 관계까지 모두 수평적 질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체감하시기에 아직도 부족함이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보시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구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길러내는 교육자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까지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대적 요구인 더 높은 관계의 평등성이 선생님들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료 시민들이 선생님들을 존중한다면, 결국 이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존경과 존중, 사랑과 헌신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첫 고리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에게 고맙습니다, 한 마디 꼭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