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념식서 도종환 전 장관 시 낭송
"교사의 일방적 인내 강요 문화 개선에 노력"

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일생의 아주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며 / 아이의 생을 한 단계씩 위로 밀어 올리는 사람이다 / 그대 자신이 교육과정이다 / 그대의 언어, 그대의 행동, 그대의 가르침이 / 움직이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 그대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 이 나라의 교육과정과 교육의 근본이 무릎을 꿇는 것이다 / 무릎꿇지 마라 교사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무릎꿇지 마라, 교사여'의 한 대목을 낭송하며 교권을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지난 3월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교원지위법이 개정되었고 현재 시행령을 마련 중”이라면서 “교육활동이 정당한 이유없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법과 제도를 넘어 교사의 일방적 인내를 강요하는 문화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미래는 인성과 사회 협력이 우선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선생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고 희망차다고 확신한다"며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보여준 배려와 헌신의 과정이 학생들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걸쳐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다시 복구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선생님께서 자긍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도종환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밥을 먹다가 목이 메어 숟갈을 내려놓는다.

생각을 지우고 지우려 애쓰다 다시 그대가 무릎을 꿇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가슴이 미어져 밥을 떠 넣을 수가 없다.

손이 떨려 밥상 위에 흘리고 만 밥알과 국물자국을 행주로 훔치려는데

얼룩져 잘 보이지 않는다.

터져 나오려는 그 어떤 것을 참느라 수돗물을 틀어놓고 오래 눈을 감고 그대로 서 있었다.

참혹함을 대신하는 눈물일 수도 있고 견딜 수 없는 분노일수도 있는 그것이

혹시 감정의 덩어리일까 봐 마음을 다독인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깊게 사유하고 당당하게 행동하고 책임져라.

가르치고 꾸짖고 꾸짖은 그 말과 함께 물러서지 말고 서 있어라.

그대는 아이의 일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자기 생을 던져, 온몸으로 아이의 일생을 책임지는 사람이 교사다.

일생의 아주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며 아이의 생을 한 단계씩 위로 밀어 올리는 사람이다.

그대 자신이 교육과정이다.

그대의 언어, 그대의 행동, 그대의 가르침이 움직이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대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이 나라의 교육과정과 교육의 근본이 무릎을 꿇는 것이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우리 주위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학부모가 있고,

우리보다 더 훌륭한 지식인들이 있으며,

우리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권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가 밥알을 흘리는 어지러운 식탁 옆에 있지 않고,

오줌 싼 바지를 갈아입히는 지린내 옆에 있지 않으며,

힘겨워하는 산수공식과 딱딱한 책상 옆에 있지 않다.

아이의 구체적인 고민과 어려움 곁에 있지 않고,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아이 옆에서 고뇌하며 있지 않다.

교사는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아이의 인격, 아이의 고민, 아이의 성장, 아이의 성공과 실패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니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언제나 청정하고 떳떳하라.

아이들 앞에서고 학부모 앞에서고 진실하고 용감하라.

권력 앞에서고 역사 앞에서고 부끄럽지 마라.

진정으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라.

내일도 식사습관을 바르게 갖게 하기 위해 반성문을 쓰게 하고

공동체와 공공선을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 회초리를 들어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잘못된 교육구조를 보면

눈 감지 말고 그들에게도 용기 있게 요구하라.

아이들이 편하게 밥을 먹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장에게도 요구하고 교육청에도 요구하라.

두려우면 힘을 합쳐 요구하라.

이이들을 먼저 생각하면 한 시대도 하느님도 당신 편이 되어 줄 것이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그대가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이 땅의 모든 교사가 무너진다.

그대 뒤에서 모든 교사가 용기를 잃고 넘어지며 자괴감으로 가슴을 친다.

무릎을 꿇어야한다면 차라리 교단을 내려와야 한다.

무릎을 꿇지 말고 교단과 교권을 지켜야 할 사람이다, 당신은.

책임져야 할 사람이고, 지금도 아이들과 교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힘이 없고 가난해도 당신만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이고 그래서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