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

특수고용직 종사자 분류..."개인 사업자, 불안한 고용 시달려"
수요자중심 교육, 교육청 무관심..."방과후 강사도 교육가족"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가 위기다. 참여율은 점차 줄어들고, 종사하는 강사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듀인뉴스>가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과 함께 방과후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 강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분류한다. 국내에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약 250만명에 이른다. 방과후학교 강사들뿐 아니라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화물차 기사, 건설기계노동자, 간병노동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직종도 매우 다양하다.

모두 사업주와 ‘위·수탁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이들 모두 4대보험, 노조설립과 활동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불안한 고용에 시달린다.

ILO 협약 비준, 노조법 2조 개정 등 노동계의 요구는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공공기관이자 교육기관인 학교의 특수고용직이다. 학교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가 아니기에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다. 고용·산재 등 4대보험이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자로 간주되어 수십만원의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기도 하고 은행 대출도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일하다가 부당하게 해고(계약해지)되거나 불이익을 받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노동부에 진정을 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되기 일쑤다.

1년마다 또는 학기, 분기마다 새로 계약을 한다. 이때마다 서류를 내고 면접을 봐야 한다. 최근에는 공모절차 없이 재계약하는 절차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이 역시 조금 간소화되었을 뿐 한계가 있다.

방과후강사의 신분 불안 원인, '수요자 중심 교육'

방과후학교 강사의 고용은 왜 이리도 불안할까. 학교나 교육청이 직접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처럼 고용하고 안정적인 처우를 보장해줄 수는 없을까. 교육청도 예산이든 제도든 여러 가지 엮인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근거는 방과후학교 자체의 교육 취지와 현장 교원들의 방과후학교를 대하는 태도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소개 페이지나 가이드라인, 길라잡이에 나오는 방과후학교 운영 목적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문구다. 수요자(학생, 학부모)의 요구에 맞춰 필요한 과목과 강사를 선정하고 교육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요자가 더 원하지 않으면 과목을 없앨 수도, 강사를 바꿀 수도 있다. 매년 새로 면접을 봐야 하고, 어느날 갑자기 과목이 폐강되거나 통합되어도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재임용 탈락에 대해 거세게 항의해도 ‘운영위원회 결정사항이고, 수요도 조사를 반영한 것입니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안정적인 고용 제도와 근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지만, 교육청들은 무관심하다. 그럴 의지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정책들을 만들고 있다.

학교 관리자들과 교사들이 ‘업무부담’을 이유로 방과후학교 책임을 놓고 싶어하고, 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만 해도 최근 몇 년새 ▲우수강사 인증제 폐지 ▲강사 집단연수 폐지 ▲토요 방과후학교 폐지 ▲방과후학교 조례 부결 ▲방과후학교 담당교사 승진 가산점 폐지 ▲수강내역 학생부 기재 폐지 ▲방과후 코디 해고 및 신규채용 금지 ▲방과후 전문가 인원 축소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 모두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교육청이 방과후학교를 학교교육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보고 잘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텐데, 그 반대로 간다. 오히려 경기 꿈의학교, 서울 혁신교육지구 등 학교 밖의 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자체도 아닌 교육청이 학교교육보다 학교 밖 교육에 더 열을 올리는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교 밖 지역사회, 마을에서의 교육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학교교육에 무게를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고 꼭 이렇게 불안한 고용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나 교육청이 당장 제도를 뜯어고치기는 어려워도 현재 상태에서라도 조금만 신경쓰면 강사들이 훨씬 덜 불안하게 일할 수 있다. 일 년 수업을 한 뒤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학교에서는 더 이상 알 바 아니다’라고 무관심하게 내치는 것만 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 지표에 수요도 조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도 조사 외에 ‘만족도 조사’도 있고, 수강생 수나 강사의 근무평점, 교육의 취지 등을 생각하고 그동안 꾸준히 일해온 강사 역시 학교에서 일하는 직장동료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강사를 교육의 주체로 보고 배려하여 꾸준히 안정적으로 일하는 학교도 없지 않다. 반면 한 해만 쓰고 무관심하게 버리는 학교들도 많다.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구호는 방과후학교에만 있지 않다. 교사들이 하는 교육에도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교육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보는 것이고 학부모를 상품을 구매하는 ‘수요자’로 보는 것이다. 아마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더욱 강조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러 교육 주체들의 개혁 목소리가 높은 지금은 이 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자나 공급자의 개념이 아닌, 학부모든 교사든 모두 교육의 주체이자 당사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과후학교에만 유독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구호는 계속 강조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과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강사들을 일년 정도만 쓰고 버려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사교육업자, 학원강사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툭하면 휴업, 폐강, 환불도 쉽게 한다.

"방과후학교 강사 역시 교육 주체이고 교육가족" 

방과후학교 교육은 강사들이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고용과 운영에서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회의에도, 수업 계획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그저 잠시 지나가는 학원강사나 사교육업자 정도로 보는 것일까. 그래서 해고든 휴업이든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일까.

해고를 겪고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강사, 방과후학교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는 강사 등 고통을 겪는 강사들을 노조에서는 수없이 만났다. 이들이 쉽게 그만두고 바뀌는 것은 학교에게도 번거로운 일이고 학부모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몇 번 제안되었다. 교육청 산하에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공익법인(재단)을 만들어 강사들을 모두 소속시켜 운영하는 방식, 교육청이나 지원청에 있는 방과후학교 지원센터를 강화하여 강사 인력풀을 제대로 운영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방식, 법안 또는 조례로 강사 선정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엄격히 하는 방식 등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모두 교육청과 현장의 교사·관리자들이 무관심하고 부담을 지기 싫어하여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다. 강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전국에 13만명이던 방과후학교 강사가 지금은 12만명 정도로 점차 줄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서이기도 하지만 강사들의 설 자리가 줄어서이기도 하다.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고용안정은 더 이상 모른체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이제는 나서서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①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② 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③ 방과후학교, 착한 위탁은 없다 ④ 방과후학교, 덴마크 따라 지역사회로? ⑤ 방과후학교 강사도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