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 민주성 결여 마일리지승진제 개혁 필요..."교장공모제 확대 및 4년 단임 제한 둬야"
▲ 행정업무, 교사 본연 업무 침해 심각..."교육과정과 행정 운영 '전문적 이원화' 필요"

▲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여전히 교육 목적...'수능·학종 모두 변별 문제"
▲ IB 도입 필요 없다..."이미 IB 보다 더 탁월한 평가와 채점 기준 존재"
▲ 대입제도 개혁으로 입시 해결 안돼..."노동 구조, 사회 인식 변해야"

 <에듀인뉴스>와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은 지난 3월 8일부터 신학기 기획으로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를 주제로 10부작 연재를 진행했다. 이번 시리즈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 교사들이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문제점과 부조리를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알아보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이번 기획을 마감하는 좌담 자리를 마련, 그간 살펴본 각종 문제 중 교장승진제도·입시제도·행정제도 개혁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석 : 정재석(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설진성, 함은희, 천경호, 왕건환(이상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현재 교장이 되는 방법은 크게 승진 점수를 쌓아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일명 ‘마일리지승진제’)과 교장공모제로 나눌 수 있다. 각 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재석) 마일리지승진제의 장점은 승진예측 가능성이 있어서 어떤 점수를 준비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고, 기피 업무에 승진가산점이 있어 업무를 배정하는 데 효율적이다. 단점은 교장, 교감의 근평권이 크기 때문에 교사들이 교장, 교감 눈치를 봐서 ‘학교자치’가 실현되기 불가능하다. 그리고 교장이 행정실무를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이 해야 할 행정실무가 많아진다. 교장이 바뀔 때마다 학교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사진=지성배 기자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사진=지성배 기자)

내부형교장공모제의 장점은 대부분 내부공모 지원 교장은 공약으로 행정실무와 학생상담을 제시한다고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행정업무경감도 되고 학생상담을 교장이 분담해주니 한결 든든해질 수 있다. 또 교장 후보자 중 한명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교장을 선택할 수 있다. 교사와 교장 간 권력의 거리가 가까워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도 쉽다. 단점은 교장 자격증이 나오기 때문에 교장 임기 후에 교사로 돌아오지 않고 공모 교장이 다시 되거나 장학관이 되어 교육청으로 들어간다. 교사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제도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는 마일리지승진제 개혁과 교장공모제 확대를 주장한다. 그간 마일리지승진제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설진성) 참여적 및 상향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느끼는 바이다. 부장교사가 승진가산점과 근무평정을 높게 받기 위해서는 행정업무 중심으로 교사들을 닥달해야 하고, 성과급이나 다면평가에서도 교육과정 운영의 전문성을 보지 않는다. 교육혁신을 위한 교직원 회의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 교장공모제 역시 도입을 위한 찬반투표 조작, 교장승진 후 평교사로 교직에 돌아가지 않는 문제 등이 나타났다. 교장공모제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한 제안을 해 달라.

(정재석) 찬반 투표 조작이 일어나서 안타깝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내부형교장공모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감선거에 투표 조작이 발생했다고 해서 선거 자체를 없앨 수 없고 대학총장 선거에 투표조작이 있다고 총장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부형교장공모제 부정선거는 부정선거를 일으킨 당사자들을 행정처분하면 될 일이다.

교장공모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장 임기 후 교사로 돌아가지 않는 교장이 많이 있으므로 4년 단임제로 제한했으면 좋겠다. ‘경기미래교육교원리더십아카데미’처럼 교사 리더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시·도교육청마다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장 임용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정재석)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 교장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교장직을 권위의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직무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책무성을 바탕으로 교장 역할이 명확히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규정지을 필요가 있다. 또한 현 승진제의 대안으로 내부형교장공모제의 비율확대나 진보교육감들의 공약 사항이었던 교장선출보직제 시범 실시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업무, 보직업무, 승진 눈치 보기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설진성) 행정업무가 폭주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사진=지성배 기자)

(천경호)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는 말이 있다.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처리할 수 있는 과제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교사는 자신보다 많은 수의 학생과 상호작용 한다. 학생의 말과 행동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이 가리키는 동기의 수준과 가치관의 형태를 파악해야 하는 교사는 높은 주의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대부분 교사는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교사로서 효능감을 경험한다. 교사 효능감은 교사 개인의 성장이 곧 구성원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낸다.

반면 행정업무는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분리된다. 타 기관이 보낸 공문을 접수하고, 접수한 공문 중에서 협조할 공문을 선별해 협조하고, 협조하는 과정에서 공문을 생산한다. 절차가 복잡하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시간은 유한하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면 우리는 중요한 일은 미루어 두고 급한 일을 먼저 한다.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중요한 일보다 업무라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되는 환경이다. 교육의 중심에 학생이 아니라 업무를 두어야 하는 조건이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둘째, 사람은 적응한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것보다 행정업무에 전념하는 일이 효능감을 경험하기 쉽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교사의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행정업무에 전념하는 교사의 성과는 눈에 띄기 쉽다. 따라서 행정업무에 전념하는 교사는 높은 성과급을 받게 되고, 전직(승진)가산점을 받게 되며, 업무에 따라 표창도 받게 된다. 사람의 동기를 유발하는 도파민이란 보상 호르몬이 분비되는 경로가 바로 행정업무에 전념하는 길이 되는 셈이다.

 교사의 일과 중에 행정업무는 어느 정도 차지하나. 구체적으로 행정업무로 인해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지장을 받은 사례를 제시해 달라.

(천경호) 사교육 경감을 위해 학교에 들어온 방과후 업무 담당교사의 업무를 알려주겠다.

▲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수요조사 안내장을 내보낸다.

▲방과후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하고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강사 모집 공고를 낸다.

▲방과후 강사의 서류를 확인하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방과후 강사의 범죄경력조회를 한다.

▲학교 교육과정과 학교장의 일정 그리고 강사들 일정 중 맞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강사 면접을 한다.

▲면접을 나오지 않는 강사가 있으면 강사모집 공고를 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

▲채용한 강사의 근무태도를 점검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안내장을 만들어 학생들로부터 방과후 학교 접수를 받는다.

▲프로그램별 신청자를 확인하고 스쿨뱅킹으로 돈을 받는다. 미납자 확인을 해 납부를 재촉한다.

▲프로그램 신청을 취소하는 아이에겐 환불을 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시간 및 장소 안내를 하고 아이들 결석 확인도 한다.

▲강사비와 프로그램 재료 구입비를 기안하고, 결재를 받는다.

프로그램은 많으면 20개 이상, 적으면 10개 미만이다. 만나야 할 강사는 수십 명이고, 전화와 문자를 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수 시간이다. 면접 일정과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면접에 오는지 안 오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채용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도 전달해야 하고 방과후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도 해야 한다.

이걸 1년에 4번, 분기마다 다시 한다. 방과후 업무가 힘들다고 했더니 방과후 코디라고 30만원 정도에 사람을 채용하라고 하더라. 이젠 그마저도 예산이 없다고 알아서 하라는 게 현실이다.

행정업무보다 학생지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교사가 알고 있다. 하지만 행정업무를 실수하면 감사 지적사항이지만 학생지도를 실수하는 것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인간의 변화를 알아채려면 늘 함께 머물지 않고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설진성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사진=지성배 기자
설진성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사진=지성배 기자)

 교사에게서 행정업무를 떼어내기 위한 정책 제언을 한다면.

(설진성) 큰 틀에서 교육행정과 교육과정 운영을 나누어 전문성을 높이는 ‘전문적 이원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전문적 이원화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교사는 오로지 학생 교육에만 전념토록 하고, 필요하다면 행정업무만을 전담하는 자리(가령 교감 수를 증원)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천경호)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학생 성장과 발달을 목적으로 학교와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키는 각종 교육관련 특별법을 정비하고,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보하며,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교사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책임이 분배되는 만큼 더욱 학생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교육활동을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교장 중심 학교운영이 교장 개인 역량에 좌우된다면, 교사 중심 학교운영은 교사라는 집단의 역량으로 책임이 분산될 것이며 이는 보다 민주적이고, 교육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입이라는 큰 벽 앞에 초·중학교에서의 교육개혁이 고교에서 막힌다고 한다. 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함은희) 교육의 목표가 다양한 인간을 성장시키고 자라게 하는 데 있지 않고 단 한가지 대학 진학에 있는 것처럼 암묵적 합의를 하는 사회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약 70%의 학생은 수시 지원으로 대학을 가고 이중 상위권 이외의 대학은 수학능력시험 점수와 관계없이 진학이 가능하다. 학교생활만 성실히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출석만 잘하면 대학가는 길이 열려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를 암묵적으로 최상위권 대학 진학으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교육부가 정책을 펼치고 언론이 주목함에 따라 교육 본래의 목적이 도외시 된 게 고등학교 교육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수능은 한줄 세우기, 학종은 신뢰도 문제를 제기한다. 현장에서 겪은 수능과 학종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 문제점의 사례를 들어 달라.

(함은희) 고등학교 교실에서 실제 학력 격차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치열한 등수 경쟁으로 내신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수업과 괴리된 몇 개의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현실이 있다. 수능의 경우 이미 그 수준이 일반 학생들은 따라갈 수 없는 전국 학생들 중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도를 가르기 위한 문제이기에 대부분 학생에게는 의미 없다.

수능이나 학종이나 둘 다 이대로 줄을 세우는 등수를 통해 변별하는 작업이 지속하는 한 상위권 학생들은 두 가지 공부 트랙을 밟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교육 받는 현실이 지속할 것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국제인증교육과정 IB(Intenational Baccalareaute) 도입을 추진 중이다. IB 도입을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함은희)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IB의 핵심은 출제된 문제의 질적 신뢰도와 채점기준의 국제 공인 인증을 통한 교사평가권의 신뢰도 회복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행평가 중에서 어느 정도는 IB의 수준과 비등하거나 더 탁월한 평가와 채점기준이 존재한다. 그 수업 준비와 진행에서 교사의 역량에 한계가 오지 않는한 충분히 국가적 지원을 통해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다.

여전히 70%의 중하위권 학생을 도외시하는 상위권 학생 위주의 대학진학 정책을 교육개혁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별·학교별·학생별·교사별 평가 및 교육과정 운영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떤 개혁도 결국은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입시제도 방안을 제시한다면.

(함은희) 현재는 어떤 입시제도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만족을 줄 수 없다는 게 결론이지만, 그럼에도 언론과 교육부가 교육현실을 바르게 전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현재 고3 중 70% 내외의 학생에게는 의미 없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은 누구를 위해 존속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내가 만나는 학생들 대부분 대학에서 두꺼운 전공서적을 읽고 연구하고 깊은 지식을 쌓는데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누구를 위해 다양한 영역의 교육을 경험도 할 수 없는 청소년 시절을 보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내가 겪은 수능 고득점 학생들은 사실 수능시험 준비가 아닌 자기가 공부할 분야를 스스로 연구하고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시간에 더 깊은 학문적 성취감을 발현할 학생들이었다.

누구를 위한 입시제도인지, 그 주인인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 공부에 대한 주도성들을 살리는 현실인지 물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한다.

왕건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사진=지성배 기자
왕건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사진=지성배 기자)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왕건환)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시험대에 오르고 바뀌어 혼란을 준다고들 한다.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서양에서 수백년 간 발전시킨 과정을 수십년 만에 따라잡다 보니 자주 바뀔 수밖에 없었다. 교육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현재에도 초중고 교사의 학력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건 분명 희망적이다.

(정재석)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목표는 협동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입시를 위한 줄 세우기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인기 전공과 인기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경쟁할 것이다. 입시 자체로는 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노동구조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보다 입시에 대한 관심은 지속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입시를 넘어선 교육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