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형 국가교육위 모형 탐색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국회 온도 차..."정치편향"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12일 국가교육위원회를 총 19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월12일 국가교육위원회를 총 19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수시로 바뀌는 교육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설치‧추진 중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입장차가 큰 것으로 확인돼 연내 설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함께 도마에 오른 ‘교육부 폐지’는 여야 모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가 오늘(18일)는 한국교육정치학회 등 5개 학회 연합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한국형 국가교육위원회 모형 연구’에 담겼다. 

박 교수팀은 지난 3월26일부터 한 달간 현직 국회의원 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42명, 자유한국당 15명, 바른미래당 3명, 무소속 1명 등61명이 답했다. 

박교수팀은 연구논문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관련 당론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당의 참여율이 여당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의 시각은 크게 갈렸다. 국가교육위 설치에 대해 민주당은 응답자 42명 중 37명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88.1%). '모르겠다'는 4명, '반대'는 1명이었다. 

반면 한국당은 1명만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찬성했다. 10명은 반대했고, 4명이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바른미래당은 응답자 3명 중 2명이 찬성하고 1명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무소속 의원 1명은 설치에 찬성했다. 

국가교육위가 정권 따라 바뀌는 교육 정책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60명(민주당 42명, 한국당 14명, 바른미래당 3명, 무소속 1명 응답)의 응답자 중에 민주당은 83%(35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단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바른미래당은 2명이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 실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봤고, 1명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무소속 의원 1명 또한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교육부 폐지에는 여야 모두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국가교육위가 설치돼도 교육부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민주당(83%)과 한국당(64%) 모두 폐지 의견보다 많았다. 바른미래당 의원 3명은 모르겠다고 답변했으며, 무소속 1명은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육부 역할로는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정책 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견이 큰 정책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결정 참여자, 과정, 방법 등을 정하고 관리하는 역할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찬성 40.4%(21명), 반대 34.6%(18명)으로 찬성 비율이 조금 높았다. 하지만 모르겠다도 25%(13명)로 상당히 높았다. 

박교수팀은 국가교육회의가 선택했던 대입제도 공론화과정이 오히려 혼란을 가져왔던 경험이 부정적인 응답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가교육위 설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편향’을 꼽았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위원회가 대통령·여권의 영향력으로 좌우된다”, “위원 구성 방식과 출범 시기를 고려할 때 정치 중립적 교육정책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계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국가교육위 설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한차례 공청회가 열렸을 뿐이다.(관련기사 참조)  당정 협의를 거쳐 지난 3월 발의됐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논란 등으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남기 교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설치 반대 의견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조승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법안 초안 마련 주도권을 야당과 시민사회에 넘겨 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정안을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위원회 설치 법안만 통과시키더라도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기억될 큰 족적을 남기게 됨을 기억한다면 조금은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정치편향 우려를 불식하면서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려면, 현 정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출범은 다음 정부에서 하도록 합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 정부의 교육이념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있다.

▶박남기 교수가 제안하는 '한국형 국가교육위원회' 기본 틀은?

한국당은 현 정권 하에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구성될 경우 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법안 통과를 쉽게 하기 위한 대안은 현 대통령 임기 내에 법이 통과되더라도 위원회 구성과 출범은 차기 정부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고, 교육의 밝은 미래를 향한 현 정권의 진정성을 국민들도 믿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국교위 설치의 전제 조건으로 논의되는 지방교육자치 확대도 논란이 있다. 이는 국교위의 업무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기도 하다. 유초중등 업무의 대부분을 지방교육자치단체에 이양한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 대해 한국교총과 야당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공약이었고, 교육감들이 원하는 것이므로 교육부와 교육청이 협의해 결정해도 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유치원 사태에서 보듯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여해야 할 문제가 있고,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일선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국민적 정서와 문화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유초중등교육 사무 중에서 무엇을 어느 범위에서 이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과정에 다른 관점을 가진 집단도 참여시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 논의 결과에 따라 유초중등교육 중에서 국교위가 정책 결정권을 가질 범위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국교위 설치법안 중에서 핵심의 하나는 국교위의 성격과 법적 위상이다. 독립적 헌법기관부터 시작해 장관 소속의 합의제행정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 중에서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이나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개헌을 필요로 하므로 당장 실현은 불가능하다. 

향후 논의 대상으로 열어 두되, 우선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법률상 독립행정기관이나 합의제행정기관으로 시작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처음 출범하는 기관이므로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 그 성과와 문제를 보아가며 법적 위상 제고를 검토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 하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교육에 대해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우선은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행정기관으로 출범하고, 정책의 안정성 확보, 미해결 난제 해결, 교육 관련 갈등 등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더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국교위 설치에서 논란이 되는 것 중에 위원 추천 기관에 관한 것이 있다. 교육문제가 상당부분은 교육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범 정부적인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부처 장관을 비상임위원으로 하고, 교육관련 기관이 아닌 산업계에도 추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갈등이 심한 우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여야와 진보 보수 성향의 교육 관련 집단의 추천 인사의 수는 동수로 만들어야 구성단계에서부터의 잡음이 줄어들 것이다. 학교자치 강화를 위해 학부모회와 학생회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으므로 전국학부모회, 한국고등학생회, 전국대학생회에는 위원 추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위원들이 추천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제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할 위원 추천권, 추천 방법, 그리고 위원의 전문성 기준에 관한 것도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특정 기관이 추천한 인사는 그 기관과 동일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들은 결국은 그 기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기관이 추천한 인사들이 국교위를 이룰 경우 위원회가 초정권적 초당파적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을 차지하기 위한 집단 간의 투쟁의 장 혹은 정치적 타협의 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한국적 모형은 교육관련 기관이나 단체 추천 인사의 경우 높은 교육 전문성 기준,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 검증 기준 등에 부합하도록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3배수 혹은 5배수의 후보를 각 기관이 추천하면, 검증과 최종 선정은 상대 기관이, 즉 여당 추천 후보 검증과 선정은 야당이 주도하여 다양한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하도록 하는 교차 추천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과 집단이 많은 나라에서 국민들이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권위를 부여할 것인가,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상황에서 국교위 위원들에게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과 국회의 추천과 임명을 받게 하는 것밖에는 없다.

교육감을 직선으로 선출하듯이 국교위원을 선출하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지방교육자치에서 경험하듯이 오히려 교육을 정치의 소유물로 전락시킬 수 있으므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다른 대안의 하나는 갈등이 큰 사안이나 장기 계획 등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 위원회는 결정 참여자, 과정, 방법 등을 결정·관리하는 역할만을을 하는 것이다. 

국교위 역할 및 권한 범위와 관련된 이슈에는 교육부 폐지 여부가 있다. 우리의 교육부는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 수립, 구체적 교육정책 수립 및 집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터지는 교육 현안 대응 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만일 교육부가 폐지된다면 교육부가 담당하던 그러한 세세한 역할까지도 국교위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 교육부처럼 국교위가 해야 할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현안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일단은 국교위는 정책 결정권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초중등교육, 평생교육 중에서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넘기지 않은 제반 정책 결정권, 고등교육의 중장기발전계획 수립 및 핵심 정책 결정 등을 국교위의 권한 범위로 할 경우 교육부와의 업무 중복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나타날 비효율성 문제는 완화하기 위한 세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에 언급할 협력 문제와도 관련된다.

그동안 교육정책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예산이다. 대통령 공약이나 교육부 정책으로 채택된 과제라 하더라도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고 예산이 확보되어야 집행될 수 있다. 또한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뤄져야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되게 된다. 우리의 경험과 상황에 비춰볼 때 국교위가 결정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그리고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협조에 관한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타인은 이데올로기와 사리사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자신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 사람을 ‘순진한 실재론자’라고 한다. 개인과 집단 사이의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논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진행한다면 참가자들이 순진한 실재론에서 벗어나 교육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에 적합한 국교위 모델을 만들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집권당이 마음을 비우고 통큰 결단을 내린다면 내일이라도 국교위 설치를 위한 논의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