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교 교사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연구실에 오세요~ 제가 아이스티 만들어 드릴게요^^”

얼음을 동동 띄워 넉 잔을 만들고 연구실 책상에 모여 앉았다. ‘스승의 날에 케이크 파티는 가능하지만, 교사가 먹으면 위법’이라는 뉴스를 봤다. 기가 찬다.

“우리끼리라도 자축 해야죠~ 맛있게 드세요^^”

아이들이 스승의날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롤링페이퍼. 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이 스승의날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롤링페이퍼. 사진=최창진 교사

제38회 스승의 날 방송조회가 끝날 무렵 회장이 무엇인가를 건넨다. 롤링페이퍼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한 문장씩 쓴, 나름 열심히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감동을 받을 찰나 아이들이 다툰다.

“제가 롤링페이퍼 하자고 했어요~”

“아니야~ 이거 내가 하자고 했잖아~”

“스승의 날에 내 앞에서 이렇게 싸워야겠니?”

아이들이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롤링페이퍼를 읽어도 될까?”

“네~”

막상 읽으려니 부끄러워 회장, 부회장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나는 옆 의자에 앉아 경청했다. 만난 지 두 달 밖에 안 되었는데 내가 이런 과분한 선물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고마웠다.

학생 한 명이 고이 접은 쪽지를 나에게 건넨다. 앞면에는 ‘시’ 뒷면에는 ‘I LOVE YOU’라고 적혀 있다. 국어 시간에 시 쓰기를 하는데 스승의 날을 맞아 나에 대한 시를 쓴 것이다. 물끄러미 여러 번 읽는다.

한 학생이 스승의 날이라고 담임인 나에게 써 준 편지. 요즘 하는 시 쓰기 수업을 응용했는지, 시 형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 학생이 스승의 날이라고 담임인 나에게 써 준 편지. 요즘 하는 시 쓰기 수업을 응용했는지, 시 형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가르침 현장의 모든 분께..."감사합니다"

작년에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감사 편지를 쓰기로 했다.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교장선생님, 교감 선생님을 비롯하여 우리 반에서 매일 함께 하시는 통합지원반 특수지도사 선생님, 매일 학생들의 등·하교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안전 지킴이 선생님, 깨끗하게 화장실을 청소해주시는 여사님,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영양사님 등 우리 학교 있는 거의 모든 스승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기로 했다.

“여러분의 행복한 초등학교 생활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고 헌신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감사함을 표현합시다. 맘껏.”

1교시 동안 쓰고 쉬는 시간에 해당 선생님들께 로켓 배송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2교시에도 열심히 쓰고 쉬는 시간에 2차 로켓배송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 어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적극 표현하며 사는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립하고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으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거기 몇 교시에 끝나능교? 아이들이 몇 명이지요? 내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한 개씩 사주고 싶은데~”

안전 지킴이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여태 이렇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교실에 들어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복도에 지나가시는 여사님에게 편지를 드리고 내친김에 우리 반 교실에 모셨다. 성함을 여쭙고 큰 박수를 쳐드렸다.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보통 스승의 날은 교사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날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승의 의미는 좀 더 광범위하다. 교사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무엇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행동으로 삶으로 본보기 교육을 해주시는 것도 소중한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혼자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가까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멀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직원 분들과 만나며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서로에게 느끼는 감사함을 뒤로 미루지 말고 그 순간 표현했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는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낀다.

“엄마, 아빠한테 편지 써도 되나요?”

“음...어버이날은 따로 있긴 한데. 크게 보면 부모님도 스승일수도 있는데. 얘들아 편지 언제까지 쓰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