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9일부터 본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예산안 심사가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두고 이미 여론전에 나서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총 출동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의 필요성을 담은 홍보 동영상 제작에 직접 출연하는 등 대국민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표도 18일 서울 강남에서 시민들을 만나서 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될 경우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어난다는 등 국정에 따른 문제점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연계키로 하면서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예산안 심사가 잇따라 연기되는 등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현안을 두고 대립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정상적인 심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 산업통상자원위원회만 계획대로 오전 예산안 예비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교문위, 정무위, 외통위, 국방위는 애초 계획됐던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모두 오후로 연기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응 등 정치권의 쟁점 사항 전반에 관한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어 상위위별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줄줄이 연기됐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모두 보이콧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문위를 중심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관련 예산 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여기에 정부·여당 일각에서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 반영을 계속 거부할 경우 관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이ㅣ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여당이 국정교과서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려고 하는데 대해 “국회가 승인권을 추상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예산을 쓸 수 없다는 걸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 담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은 즉각 반박하며 예산안 심사와 법안처리에 야당이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야당이 예산과 법안 처리를 역사교과서 문제를 연계해 남은 정기국회를 식물국회로 몰고 간다면 국민의 호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