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도교육청 2월 1심 패소..."끝까지 시시비비 가리겠다"
윤디자인 "인천과 소송, 대법 승소해"...서울 "다툼 여지 있다"
전국 확산 경우 500억원대 이상 소송..."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서울시교육청과 윤서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중인 윤디자인의 법률대리인 울산이 5월 서울 시내 사립학교법인에 공문을 보내 관련 협의를 위한 연락이 없으면 6월부터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윤서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중인 윤디자인의 법률대리인 울산이 5월 서울 시내 사립학교법인에 공문을 보내 관련 협의를 위한 연락이 없으면 6월부터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윤서체 저작물 불법이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전국 초중고교가 ‘윤서체’ 무단사용 관련 소송에 휩싸이게 생겼다. 컴퓨터 문서 작업에 많이 쓰이는 ‘윤서체’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한 윤디자인이 시도교육청과 잇따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했으나 학교 당 2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현재 교육청은 항소한 상황이다. 

윤디자인이 문제 삼은 서울 시내 공립학교는 총 1308개다. 서울시교육청이 최종 패소할 경우, 배상금 26억1600만원과 소송비용을 물어야 한다. 이후 윤서체를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계속 사용하려면 32억7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윤디자인 관계자는 “교육청이 협의에 나서면 배상금을 받을 생각은 없다”면서 “앞으로 사용하는 학교별 라이센스 비용(250만원)만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울과 경기교육청이 ‘소송’으로 시간끌기를 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디자인이 2016년 관련 내용으로 인천시교육청과 소송을 진행해 대법 승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천 소재 공립학교의 경우, 지난 2018년 라이센스 비용 지불 후 사용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서울시교육청 소송을 담당한 신민정 변호사는 “대법 판례를 보니 다퉈볼 사안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윤디자인 측이 제시한 증거는 윤서체가 설치된 컴퓨터에서는 보이지만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비슷한 글꼴로 대체된다”며 “교육부, 교육청, 지원청, 학교에서 해당 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대체 글꼴이 사용되어도 윤디자인 측의 컴퓨터로 내려받으면 윤서체가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꼴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관에서 사용됐는지를 윤디자인 측이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윤디자인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윤디자인측 컴퓨터로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학교 컴퓨터로 사용한 증거를 제출해야 증거 능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배상 기준으로 삼은 소비자가격 250만원의 에듀케이션 패키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신 변호사는 “에듀케이션 패키지를 구매해 살펴보니 400여종의 서체가 존재한다”며 “기존 서체와 큰 차이가 없는 서체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패키지 가격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한 것은 법리적으로 당연히 다투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을 하더라도 윤디자인이 저작권을 위반해 사용했다고 하는 서체 하나하나의 가격을 따로 산정해 배상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

그의 말대로 계산해보면, 서체 1개당 6000원 정도로 배상 금액은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윤디자인 담당자는 “컴퓨터 1대 당 구매해야 하는 라이센스를 학교 단위 사용으로 배려했고 영상, 문서 등 그 사용 목적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서울교육청의 경우 2016년 이후 담당자가 두 번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해 처음부터 다시 협의를 진행해야 했다. 결국 교육청에서 소송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전해와 소송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500억대 소송까지 가능...윤디자인 "17개 시도 학교 채증 완료"

하지만 이미 대법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서울교육청 등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기교육청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윤서체 관련 소송은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윤디자인 담당자는 “서울·경기·인천만 진행하는 것도 힘든 상태”라고 했으나, 이미 전국 17개 시도의 윤서체 사용에 관한 채증을 완료한 상태라고 확인해 줬다.

2017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전국 공립학교 수는 1만4800여개로 전국으로 소송이 확대할 경우 그 금액만 370억여원에 달하고 소송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립은 150억여원에 이른다.

신민정 변호사 역시 “서울시교육청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소송이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무려 500억원 규모로 추정돼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문제는 다른 업체의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사립학교는 어떻게 하나..."학교법인 대상 6월 소송 진행 예정" 

공립은 시도교육청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지만 사립은 비용지불 주체가 학교법인에 있다.

윤디자인이 인천교육청과 소송에서 받은 대법 판결에 따르면, 공립학교는 교육감에게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만,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인 이사장에게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즉 공립의 경우 교육청에서 협의 및 소송을 진행해 학교를 커버하지만, 사립학교는 개별 사립학교법인에서 협의 및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윤디자인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울산은 지난 3월 서울시내 152개 사립학교법인에 ‘윤서체 저작물 관련 불법 이용 관련 라이센스 구매 조건으로 합의를 제안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답변하지 않은 20여개 학교법인에는 5월 재차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6월부터 소송을 진행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서울 소재 사립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윤서체가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알 방법이 없고 어떻게 사용됐는지 관련 자료를 보지도 못 한 상황”이라며 “윤디자인 측이 일방적 소송으로 위협해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각 학교와 협의해 자발적 선택으로 윤서체 사용 계약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 소재 40여개 사립학교법인과 경기도 소재 200여개 사립학교법인은 이미 지난 2018년 윤디자인과 협의해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라이센스를 구입했다. 금액은 6억여원에 이른다. 이에 참여하지 않은 인천 소재 1개 학교법인은 손해배상 판결이 났고, 경기도 소재 6개 학교법인은 곧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