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형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서울 인헌고 교사

[에듀인뉴스] 올해가 정년 마지막 해지만, 나는 고1 담임과 학년부장을 겸직했다. 학급도 챙기고, 학년 전체를 챙기려니 일이 많다. 그런데 요즘 내 최대 관심사는 우리 반 애들 아침 먹이기다.

얼마 전, 아침 조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슬픈 표정으로 “샘, 배고파요”한다. 

아침 안 먹었냐는 말엔 대답 않고, 학교에서 아침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사정을 한다. 나는 다음 날부터 집에서 먹을 것을 챙겼다. 볶음밥이나 주먹밥, 빵이나 떡, 바나나와 토마토 등 가능한대로 준비했다. 서둘러 학교에 오느라 아침 못 먹은 아이들이 요기라도 하고, 공부에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교사, 공무원 직무급제’라는 황당한 안을 보고, 문득 나의 아이들 아침먹이기는 직무급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이 직무일 수 있을까? 나의 정성이 승진이나 급여와 관련 된다면 그것은 거짓이고, 치욕이다. 교사의 직무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식을 말하는 것만으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안다. 참다운 교육은 지켜보고, 기다리고, 소통하고, 돌보며,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다. 지식과 인성은 이 바탕 위에서 자라나는 작은 나무와 같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점수로 줄 세우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는 어설픈 교육관과 교사들이나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승진이나 급여로 줄 세우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어설픈 정책은 너무도 똑같다. 그 동안 공무원 성과급제가 일의 효율성커녕, 얼마나 많은 교사와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다치고, 반발과 파행을 불러왔는지 평가해 볼 일이다. 

어설픈 직무급제 얘기를 꺼내기 전, 교사들의 직무에 대한 수당이나 챙겨보았으면 한다. 교사의 담임 직무수당은 13년간 동결되었다가 2016년 겨우 2만원 올려 현재 13만원이다. 담임업무를 맡은 교사는 수십 명 아이들을 돌보며, 수백 가지 일을 하는데 직무 수당이 겨우 한 달에 13만원(하루 5000원 꼴이다)이라니 과연 타당한 일인가?

또 수업보다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부장교사의 직무수당도 15년째 7만원에 머물러 있다. 매년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과 부장 기피 현상으로 업무분장을 못해 홍역을 치르곤 한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직무다. 하지만, 수업보다 몇 배 어려운 것이 담임과 부장업무다. 그렇다고 수업도, 담임도, 부장도 맡지 않는 교사들은 수월할까?

그렇지 않다. 일반 업무를 맡은 교사들도 수업준비를 못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상담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 진로상담교사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과중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이게 학교의 현실이다.   

그리고 직무급제 도입 등은 임금체계 개편이므로 교원노조와 협상하는 것이 기본이다. 현재 공무원보수위원회에 교원노조의 참여를 불허하고 있는데, 이는 40만 교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성과급이든 직무급제든 수당인상이든 임금과 관련된 모든 논의에 반드시 교원이 참여해야만 한다. 새 정책을 펴려면 먼저 교원, 공무원들과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 관념적인 정책으로 교직과 공무원 사회를 교란시키지 않을 수 있다. 제발, 이번에는 교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대우해 주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좋은 정책은 절대로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분란은 더욱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 아침먹이는 일과 같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따뜻하고 힘이 나는 일이어야 한다.     

벚꽃 만발한 봄, 맡은 반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김은형 서울 인헌고 교사(사진제공=김은형 교사)
벚꽃 만발한 봄, 맡은 반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김은형 서울 인헌고 교사(사진제공=김은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