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비영리활동가, 글로벌청년재단 준비위원장

헤르바르트 ‘교육과 수업’에서 찾은 학교의 변화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요한 헤르바르트(Johann Friedrich Herbart, 1776~1841).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로 괴팅겐대학과 퇴니히스베르크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최초의 대학 부속학교인 실험학교를 설립했다. 윤리학과 심리학에 기초를 둔 교육학을 조직하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도덕적인 성격의 형성이라고 주장하며 세계 각국의 교육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설명=두산백과)
요한 헤르바르트(Johann Friedrich Herbart, 1776~1841).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로 괴팅겐대학과 퇴니히스베르크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최초의 대학 부속학교인 실험학교를 설립했다. 윤리학과 심리학에 기초를 둔 교육학을 조직하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도덕적인 성격의 형성이라고 주장하며 세계 각국의 교육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설명=두산백과)

[에듀인뉴스] ‘학교 변화의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가.’

이 질문은 너무나 광범해서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처해 있는 학교 현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 물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굳이 이 시점에서 뜬끔 없이 하는 식상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포기하거나 손 놓고 있기에는 우리학교 현실이 너무 팍팍하고 암울하다. 한편으로 교육기관, 교육주체, 교육정책, 교육제도, 교육환경 등 그 책임을 분산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면 당장은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국 해결되는 건 없이 서로를 탓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필자는 독일의 교육사상가 헤르바르트(J. F. Herbart, 1776-1841)의 ‘실천학으로서의 교육학’ 중에서 교육과 수업 문제를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학교변화와 혁신의 시작 지점을 교사로부터, 그 공간을 교실로, 특히 변화의 핵심을 수업으로 좁혀 이야기해보려 한다.

헤르바르트가 말하는 수업과 우리 교육 현실

헤르바르트는 “교육과 수업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수업은 교육실천의 기본형식이다. 수업 없는 교육은 생각할 수 없고, 교육적인 효과를 지니지 못한 단순한 지식전달 중심의 수업은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세기 교육 사상가인 헤르바르트의 주장은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에게 단순한 지식전달 중심 수업을 하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최근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서 참여·활동중심의 다양한 수업이 시도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풍(强風)이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척박한 교실에 용감하게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는 교사들의 다양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여기서 얘기하려고 하는 수업은 학습자의 인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식, 그러한 지식을 소유하지 못했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를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관심 갖는 수업은 사람의 의식을 원하는 수준만큼 바꿀 수 있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헤르바르트가 말하는 수업)

우리 학교의 현실은 여전히 먼 곳에 있지만, 헤르바르트는 학습자의 인격에 영향을 주는, 사람의 의식을 원하는 수준만큼 바꾸는 데 기여하는 수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교육과 수업은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헤르바르트는 이를 교육적 수업이라고 했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교육적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헤르바르트가 말하는 교육적 수업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윤리적 차원에서는 교육목적, 심리적 차원에서는 학습자, 논리적 차원에서는 교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강의하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수업 원칙이다. 이 원칙에서는 수업이 목적이고 흥미와 관심의 수단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바꾸어져야 한다.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수업은 일정 기간만 진행되지만, 흥미와 관심은 학생의 일평생의 삶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수업에서의 흥미와 관심의 중요성에 대해, 헤르바르트)

흥미 또는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주위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교수법이 아니라, 흥미 또는 관심 그 자체가 수업의 방법이 아니라 목적으로 기대(Erwarten)하고 요구(Fordern)하고 행위(Handeln)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인간 삶을 이끄는 힘이라는 주장은 새겨들어야 할 만 하다. 이는 단순한 흥미와 관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과 사물을 파악하는 인식적 관심, 인간과 사회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참여적 관심이어야 하고 다면적(Vielseitig)이면서도 균형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강조이다.

무엇보다 헤르바르트는 수업에 있어서 윤리적이고 심리적인 측면뿐만 아니고 교사가 중심이 되는 ‘교수학적 논리(Didaktische Logik)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사고력을 강조한 부분으로 사고에서 느낌이 나오고, 느낌에서 원칙과 행동방법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사고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 관점의 획득이고, 이러한 관점을 획득하는 것이 결국 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수업에 임함에 있어 명확한 관점 설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 관점에 일관성 있게 교육적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교실에서 적용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은 커지고, 더불어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수업에 임하는 교사가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교육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지도나 잘 계획된 도시의 지도처럼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거기서는 비슷한 방향의 도로들이 서로 교차하여 지나는 것이 표시되어 있고, 우리의 눈이 미리 연습하지 않아도 방향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된다. 그러한 지도를 나는 여기서 어떤 경험 등을 획득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무경험자들을 위해 제시한다.”(교육적 지도의 필요성에 대해, 헤르바르트)

헤르바르트는 교육적 수업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교사가 수업에서 설명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삶의 경험과 공통의 통찰, 즉 공통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통의 삶의 경험은 설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수업의 기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교사가 수업에서 어떤 경험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그것에 연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잠자는 수업을 해소하는 핵심일지 모른다.

 

새로운 경험을 끌어내는 데 이미 있는 경험을 통해서 이해하게 만들 때 그 수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교사가 수업하는 데 있어서 교사와 학생 간의 공통점을 찾게 하고 교육경험이 전달되는 위치를 발견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경험내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여 이해와 동감을 얻게 하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일깨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에서 시작된 행복, 교실이 행복하고 교육이 행복하다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잘못을 한쪽으로 몰아가거나 불필요한 대결구도를 만들어 정치화, 이념화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문제도 다르지 않다. 문제의 탓을 누구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꼬이게 할 뿐이다. 이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문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조정해서 협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위치와 역할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학교 문제의 해결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학생과 교사가 머무는 교실이 행복한 공간으로 변화하면 분명히 학교 전체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즉 그 교사가 학교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작은 권리에 집착하지 말고, 수업에서 교사가 존재 이유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키워주는 교육적 수업을 하는 교사를 지원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학교에 정착시켜야 한다. 물론 교육의 개념을 수업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축소하는 문제도 있지만, 적어도 교사가 수업을 통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관악엉뚱한미술학교의 미술과 과학 융합수업에서는 흥미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만들어 그 원리를 이해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 함께 자유롭게 놀면서 수업하는 시간을 가진다.(사진=정호영 비영리활동가)
관악엉뚱한미술학교의 미술과 과학 융합수업에서는 흥미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만들어 그 원리를 이해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 함께 자유롭게 놀면서 수업하는 시간을 갖는다.(사진=정호영 비영리활동가)

최근 3년간 관악구, 서울미술고, 서울시영어마을 관악캠프가 함께 지역사회 협력공동체학교인 관악엉뚱한미술학교(different art school, das)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같은 경험을 했다. 교사가 중심이 되어 학생 스스로 활동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교육과정 설계, 학생의 관심과 흥미를 높이는 다양한 교수법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삶의 목표와 진로의 목표, 수업의 목표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깊이 깨달았다. 그것이 헤르바르트가 교육적 수업에서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학교 현장의 중요성, 그중에서 교사가 핵심이라는 것을 교육 당국이 깨달아야 한다. 학교변화의 바람은 교사의 교육적 수업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베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가 말한 “가르치는 것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배우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기억하면서 대한민국 모든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서로 배려하고 존중받으면서 희망의 꽃을 피우고 겸손하게 배울 수 있는 생생한 학교현장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호영 비영리활동가, 글로벌청년재단 준비위원장
정호영 비영리활동가, 글로벌청년재단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