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경직된 교육과정, 교육력 저하의 근원(根源)"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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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정부가 23일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저학년 쉬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안내할 예정”이라 하고, “2022년까지 전국학교에서 시행하도록 한다”고 하였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 혹은 교사 재량으로 40분 수업과 10분 쉬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상당하다. 특히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자연스레 시행해 이미 정착단계에 와 있다.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교사들의 교육력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에 의해 신장함을 교육전문가인 교사 자신이 더 잘 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경직된 교육과정으로 인한 역기능이 위험 수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의 교육과정은 교과중심 교육과정, 경험중심 교육과정, 학문중심 교육과정, 인간중심 교육과정이 혼재 한 단일개념이 아닌 복합개념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고시한 국가 수준의 초·중등(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과정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나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교과 이외의 활동을 말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율활동 : 자치·적응활동, 창의 주제활동

▲동아리활동 : 예술·체육활동, 학술 문화활동, 실습노작활동 청소년 단체활동

▲봉사활동 : 이웃돕기활동, 환경보호활동, 캠페인활동

▲진로활동 : 자기이해활동 진로탐색활동 진로설계활동

현재까지 교과과정의 운영은 탄력성, 유연성, 자율성보다는 수동적으로 교육부가 고시한 시수만 이수하면 되는 구조다. 이는 교사들로 하여금 창의적 자율성보다 피동적 경직성의 부작용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력 저하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 IT 기기 등 첨단 교육 자료의 인프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이 클래스다. 이뿐만 아니라 교사는 인재 5% 안에 드는 우수 집단이다. 참고로 핀란드 20%, 싱가포르 30%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문제는 교육열이나 뛰어난 인프라, 우수한 교사로 해결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 이렇게 우수한 교사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의 질적 저하는 한 마디로 ‘구성의 오류’다. 예를 들면, 손흥민, 박지성 선수에게 운동장 볼보이나 시키는 이치와 같다.

한데 역설적이지만 사교육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교육이 악순환의 절정이라면 사교육은 선순환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교사들에게 사교육에 버금가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출발점이 상이한 현실에서 그들의 발달단계와 교과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함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다. 교육행정 당국은 직무의 독립성이 강한 교사들의 역량 발휘가 극대화되도록 안내만 하면 된다.

한데, 예를 들면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세월호 계기교육을 학교정문에 게시할 문구까지 예시해 공문으로 하달하였다. 이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있던 교육행정의 잔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선 교원들의 반응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려 한다.

교육선진국으로의 도약과 교육력 제고의 핵심은 교사의 자율성 총량에 있다. 이는 교육계가 나아갈 방향이자 숙원(宿願)이기도 하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