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도 한국과 같은 교육 문제..."거꾸로교실로 출구 찾아"
2만여명 교사 거꾸로교실 실천..."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오라"
8일 고도화된 수업기법 '2019 교실생존비법' 연수 개최

교사는 수업 디자이너..."가르친다는 개념 넘어야"
IT 기업 설립자 투자 거꾸로캠퍼스...거꾸로수업 기반 혁신에 가속도
학교 아닌 거꾸로캠퍼스서 나를 찾은 아이들..."표정이 밝아졌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거꾸로교실은 21세기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역량들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거꾸로교실의 마법>, <학교의 진화>, <배움은 놀이다> 모두 교육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 제목이다. 언뜻 보면 교육 전문가가 제작했을 법한 이 프로그램은 KBS 시사 프로그램 PD 정찬필씨가 제작했다.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방송 이후 정 PD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조직한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육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20여년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그는 왜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 거꾸로수업을 알리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구 교육에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구도 우리와 똑같이 주입식·수동식·강의식 교육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가서 살펴보니 이런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립러닝, 즉 거꾸로수업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었고 성과를 내고 있었다. 같은 문제를 가진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2014년부터 진행한 거꾸로교실 프로젝트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변화를 통해 교실과 학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는 2017년 거꾸로캠퍼스를 세워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에 이른다. 그는 이를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변화에 가속도를 주는 시도라고 말한다.

“거꾸로캠퍼스는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최적화된 교육을 하는 게 목표다. 백워드 디자인을 채택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려면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디자인해 운영한다.”

거꾸로캠퍼스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주제중심학습을 도입해 하나의 주제를 주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과 방법만이 존재한다.

“세상의 문제는 교과로 쪼개져서 구성돼 있지 않다. 그래서 주제중심 모델학습을 디자인했다. 만약 핸드폰이 주제라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을 핸드폰에 결합해 과목별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교과서는 인류의 응축된 지식이 담겨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국 2만여명의 교사가 교실에서 거꾸로수업을 할 수 있도록 토양을 닦은 미래교실네트워크가 대한민국 교육에 혁신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수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교사들은 언제든 노크해달라는 정찬필 사무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2013년경 세계적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왜 대응하지 않지 하는 의문에 교육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사진=지성배 기자)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2013년경 세계적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왜 대응하지 않지 하는 의문에 교육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사진=지성배 기자)

▲미래교실네트워크를 소개한다면

2013년 11월께 미래교실네트워크를 기획했다. 교사들 커뮤니티 안에서 접하는 교육 정보 수준이 평면적이었다. 미디어나 다른 전문가 집단이 세상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교사들에게 공급해줘야 교사들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4년도에 선생님들 연수 프로그램을 하며 미래교실네트워크가 본격화했다. 교사들이 조직화해야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래교실네트워크는 기존 연구회와는 다르게 교사단체지만 외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로 세팅했다. 나의 역할은 이 단체가 잘 움직이게 지원하는 것이다.

▲왜 교육단체인가. 교육의 무엇에 꽂힌 것인가

끌려 들어왔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당시 세계적으로 새로운 교육 아젠다가 등장하며 큰 변화의 조짐을 보였는데 ‘왜 한국에선 대응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중에 미국에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붐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고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폭발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단순 수업방법 변화를 넘어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기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일단 시작했다.

문제는 첫 번째 실험부터 너무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방송을 보고서 충격을 받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은 방송에 나온 것보다 훨씬 강했다. 심각한 것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두 번 방송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가 힘을 유지하기 위해 후속 기획을 계속하고 교사들을 조직화했다. 그러다 두세 번째로 가면서 판이 너무 커져버렸다. 발을 뺐다가는 지금까지 한 것이 모두 무너질 상황이었다. 수없이 많은 전문가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었고, 사회혁신 자원들이 들어와 움직이기 시작하니 선생님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아니었다. 버릴 수도 없고,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 어쩌겠는가? 기획하고 만든 사람이 책임져야지.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며 거꾸로교실 시리즈를 통해 국내 교육계에 화두를 던졌다. 거꾸로교실을 국내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얻고자 한 교육적 효과는 무엇인가

우선 한국 사람들이 서구 교육에 매우 큰 환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구 교육도 한국 교실과 똑같이 망가져 있어 플립러닝은 그 대안으로 나왔다. 서구 교육은 학생중심적이고 활동중심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중등교육으로 넘어갈수록 주입식 강의식 교육, 지식중심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했고 그러다 보니 낙오자가 많이 발생하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한국처럼 교실이 붕괴된 상태였지만 플립러닝은 그곳에서 작동이 잘 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수업 혁신과 개선 방법으로 플립러닝을 시작했다. 지식중심교육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다. 내가 본 것은 교과지식교육에서의 효율성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안에서 21세기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역량들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시작할 때부터 교과학습은 목적이 아니었다. 교과수업 속에서 어떻게 핵심역량을 가능하게 만들지를 고민하면서 플립러닝을 본 것이다. 접근법이 달랐다.

▲현재 전국적으로 거꾸로교실을 운영하는 교사들은 어느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나

온라인으로 가입한 교사는 2만여명 정도이다. 가입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 자체로도 깊은 관심을 두고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주번이라 불리는 팀으로 움직이는 핵심 교사는 150명 정도이다.

우리는 이분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실험정신이 강한 교사라고 말한다. 150명의 교사가 지난 4~5년 동안 교육청·교육부의 수업 관련 수상을 한 것만 100건 가까이 된다. 교육부총리상이 셋 정도이고 교육감상은 부지기수다. 대단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공적조서를 기관에 제출할 때 자기 수업 관련 내용만 기재해 보낸다. 블라인드 평가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굉장한 성과다.

▲미래교실네트워크의 교사 지원 정책이 따로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거꾸로수업에 대한 이해와 마인드 전환이다. 개념을 전달하고 작동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게 핵심이다. 마인드 전환을 통해 새롭게 마인드셋을 하도록 돕는다. 교사가 역할을 왜 바꿔야 하고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작업을 초반에 강하게 한다. 이해와 마인드의 변화가 정착되면 교사들의 자발적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한다. 동료들 사이에서 진화를 촉진하는 동료학습 구조가 미래교실네트워크의 핵심 개념이다. 이를 위한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용 중이다.

▲교사들도 지식교육, 주입식 교육, 수동적 교육, 강의식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들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교실네트워크로 오게 될 텐데, 의지만 있다면 수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인가

처음 실험에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학습수준이 낮고, 사회경제적으로 하위권을 맴도는 학교, 도저히 구제불능이라는 평을 받는 학교에 들어가 ‘이 학교에서 나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교사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교사들이, 실제로 해보고 가능성을 발견하니, 그때부터 펄펄 날더라.

현재 미래교실네트워크 최명숙 대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절망적인 상태까지 가셨다가 말년에 참여하고 나서 결국 교육부총리상 수상을 하고 퇴직했다.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누구든 문을 두드리면 가능하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6월 8일 그간 성장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좀 더 고도화된 수업기법을 공유하는 '2019 교실생존비법' 연수를 개회한다.(자료제공=미래교실네트워크)
미래교실네트워크는 6월 8일 그간 성장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좀 더 고도화된 수업기법을 공유하는 '2019 교실생존비법' 연수를 개회한다.(자료제공=미래교실네트워크)

▲‘2019 교실생존비법’이라는 이름의 연수를 개최하던데

기존에는 거꾸로교실 캠프를 통해 준비가 안 된 교사들을 완전한 학생중심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드렸다.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의 수업이 안정화되면서 스스로 수업 방법을 진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분들을 모셔 고도화된 수업 방법을 전수하는 연수를 기획했다. 그게 ‘2019 교실생존비법’이다.

놀이를 활용한 학급 활성화 방법을 기획하고 초등체육수업기법을 활용한 학급활성화, 고도화된 평가방식, 심지어 고3조차도 이 방법이 왜 가능하고 , 어떻게 쓰이고, 어떤 식으로 하면 아이들의 입시를 대비하는 유리한 방법으로 바꾸는지 등을 프로그램화 했다.

많은 선생님이 다양한 솔루션의 노하우를 만들어놔서 이것을 뿌리려고 한다. 대한민국 교사들이 어느 수준까지 다양한 창의적인 수업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지,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교실과 거꾸로교실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전혀 다르다. 미래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사는 전체 수업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 디자이너라고 지칭한다. 그럼 무엇을 디자인해야 할까? 1차적으로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의 동료학습이 가능하게 디자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입시 영향으로 고교만 가면 초·중학교에서의 교육혁신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의견에는 어떤 입장인가. 거꾸로교실도 결국 이러한 암초에 부딪히는 것 아닌가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특히 고3 선생님이 많다. 이분들이 무슨 배짱으로 왜 할까. 기존 입시체제에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아이들이 단기에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기초가 없는 학생들에게 훨씬 더 강한 상승 효과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은 고3이니까 입시에 대비해서 문제풀이 교육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일수록 기존 수능체제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기본만 하라고 이야기하지 목숨 걸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학들이 보려는 것은 아이들의 종합적인 학습능력과 잠재력, 역량이다. 입시제도의 축이 이미 이동했는데 기존 입시제도만 생각하고 문제풀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인식 전환이 먼저라는 이야기인데

혁신은 한 번에 전체를 대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경우 수업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안 움직이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 반문한다. 모든 아이가 안 움직인다며 기존 수업체제를 걱정하다가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남은 아이들 걱정을 먼저 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오히려 움직임이 가능한 영역을 자극해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 ‘가능성이 확인되고 도움이 되는 구나’를 느낀 상태에서 나에게도 즐거움이 된다고 인식할 때 확산으로 바뀐다. 안 되는 분들은 기다릴 수 있다. 먼저 움직이는 분들을 자극해 빨리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교육혁신을 외치며 많은 일을 하는데, 혁신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정부 정책은 없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

활동중심수업을 하는 데 있어 현 정책으로는 방해되는 게 없다. 애초 기존 시스템에 변화를 요구하는 게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인프라를 지원하고 커리큘럼과 시험 등을 바꿀 필요가 없다. 기존 커리큘럼에서도 용이하게 활용하고, 기존 평가방식에서도 훨씬 우월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바꿔놓고 아이들을 역량중심 활동 중심으로 바꿔놓으면 시스템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수행평가가 왜 비중이 올라가야 하고 지필고사 비중을 왜 줄여야 하는지, 교육과정 재구성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에듀테크라 일컫는 물리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영상을 보는 것 말고 수업에는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초기 규칙으로 정했다.

기술적 장치들이 들어가면 그 속에서 솔루션을 찾아 교육을 바꾸려고 한다. 오히려 교사의 창의성을 막는 방식이라고 본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본적인 프레임만 바꾸어놓고 교사가 새로운 수업을 디자인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디바이스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하려면 학습방법의 전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수업에 몰입이 가능한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학습방법의 진화와 수업의 진화가 이뤄진 후에 사용해야 학습의 질이 전혀 다른 수준으로 성장한다.

거꾸로캠퍼스는 주제중심학습을 시도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아이들은 핸드폰 브랜딩을 주제로 어떤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브랜딩할 것인지 토론하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_
거꾸로캠퍼스는 주제중심학습을 시도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아이들은 핸드폰 브랜딩을 주제로 어떤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브랜딩할 것인지 토론하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

▲2017년  거꾸로캠퍼스를 설립, 교실을 넘어 직접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거꾸로캠퍼스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짜여 있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처음부터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최적화된 교육을 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우리는 백워드 디자인을 선택했다. 교육 시스템과 교과 과정을 두고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고 이런 능력을 기르려면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디자인했다.

교과서를 인류의 지적재산으로 이해한다. 세상을 해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응축해 놓은 인류의 자산으로 본다. 우리의 목표는 이것을 잘 활용하게 해주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는 교과로 쪼개져서 구성돼 있지 않다. 그래서 주제중심 모델학습을 디자인했다. 만약 핸드폰이 주제라면 처음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을 결합해 해석하는 방법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후 고도화된 전문적 영역의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사회 각 전문가와 함께 깊이 탐구하는 학습을 사회속으로 들어가 진행한다. 우리는 이를 알파랩이라고 부른다. 현재 일부 학생들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디자인스쿨에서 관련 지식을 몸으로 배우고 있고, 또 다른 학생들은 서울 창업허브센터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마케팅 중심 창업프로세스 교육을 받고 있다. 이는 체험학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교육적인 역량과 자원을 갖고 있는 외부 기관과 협업해 2개월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디자인해 운영한다.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이 전제인데, 그것은 무엇인가

2015 개정교육과정, OECD EDUCATION 2030 등에서 이야기하는 것의 내용을 해석해보면 비슷비슷하다. 핵심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연결해 기른다는 정도다. 그러기 위해 소통, 비판적사고, 협력, 창의적문제해결능력 등을 핵심역량으로 정해놓고 있다.

▲거꾸로캠퍼스에는 주로 어떤 아이들이 입학하나. 입학 조건 같은 게 있나

입학조건은 따로 없다. 처음에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했으나 올해 중1까지 입학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학교를 안 다니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선발하지 않는다.

다만 정원을 넘어서면 추첨으로 진행하기로 초기에 정해놨고, 올해 처음으로 추첨해 입학을 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꾸로캠퍼스가 노출이 많아지다 보니 입학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엄청난 숫자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미 이탈을 했고 하려고 하는 상황에 놀라고 있다.

▲졸업한 아이들의 진로는 어떻나

거꾸로캠퍼스는 무학년제로 운영하기에 이미 첫해부터 사회로 나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기업가정신을 양성하는 스페인 MTA(Mondragon Team Academy)에 4명이 입학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아이들이 그곳에서 대부분 리더 역할을 한다.

언어소통이 되겠나 하는 의문이 있겠지만 언어학습도 시험만 없애면 빨리 성장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며칠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견학 왔다. 모둠에 미국 학생들을 한 명씩 섞어 놨는데 놀랍게도 이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협업해 나가더라. 문법적으로 옳고 그름은 고민 안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꾸로캠퍼스에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생각했던 변화를 발견했나. 이를 통해 가고자 하는 최종 종착지는 어디인가

아이들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더라. 학교 이탈 이유를 여러 가지 말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공간이든 자기 위치와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역량을 펼쳐갈 기회가 주어지면 부적응할 이유가 없다. 자기 효능감을 만들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극소수의 아이들 빼고는 자기 역할이 없는 게 문제다.

심지어 성적과도 관계없다. 공부도 잘해 성적이 잘 나오는 데도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자괴감에 빠지면서 이탈의 길을 걷는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자기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의무적으로 가지만 항상 이방인이다.

수업이 바뀐다는 것은 아이들이 어떤 수준에 있든 자기 역할을 알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학교 안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폭력적 성향이 강한 아이들도 수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나온다. 그것을 증폭하는 게 거꾸로캠퍼스다.

나는 캠퍼스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집중해서 본다.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 처음에 들어온 아이들의 얼굴은 굳어 있다. 이 얼굴에서 웃는 표정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 얼굴은 굉장히 밝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변화다. 스스로 성장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꾸로캠퍼스 투자자들은 카카오, 넥슨, 엔씨, 쏘카 등 우리나라 새로운 산업 동력을 이끄는 대표들로 알려졌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비법이 있나

때가 잘 맞은 것 같다. 2014년 말 IT 기업 설립자들이 사회혁신분야에 기여하고 싶다며 자신들의 개인 재산을 출연해 C프로그램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미래교실네트워크의 활동을 보고 역할과 성장을 돕고 싶다며 후원과 지원이 시작됐다. 카카오 김범수 회장의 경우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직접 보고는 “교육 변화에는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표정이 바뀌어 간다”며 “이 선생님들이 난제인 교육 문제를 풀 솔루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음 단계는 아이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변화하는 교사들과 함께 운영할 거꾸로캠퍼스를 기획하게 됐다. 이는 1년 정도 끊임없이 의사교환을 하면서 성사됐다. 확실히 기업인들 특히 IT 기업하는 분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바로 알아듣는다. 앞서가는 기업이라고 일컫는 기업들은 미래사회에서 어떠한 능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해가 빠르다.

거꾸로캠퍼스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정찬필 사무총장의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거꾸로캠퍼스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정찬필 사무총장의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거꾸로캠퍼스의 성공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느냐, 장기적으로는 가고자 하는 회사에 취업이 잘 되느냐, 개인이 스스로 먹고사는 데 문제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느냐,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가능하냐에 따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즉 교육만의 변화라기보다는 학부모와 대학, 기업에서 인재를 정의하는 시선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교육을 넘어선 사회 변화,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가

어떤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현재 아이들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역량과 사회정서적 역량들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서 먼저 해야 할 것은 회복시키는 작업이다. 회복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는 끝없이 낙오된다. 이 친구들이 다시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만들어내서 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게 우선이다.

기존 학교 시스템은 성장이 더디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을 더 안 좋은 쪽으로 이끈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 회복이 필요하다.

다음 단계는 이 아이들을 세상에 필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학을 가느냐 못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도 있고 가치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길에 대학이 있다면 선택하는 것이다.

관점을 바꿔주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기초역량을 키워주고 관심사를 찾게 만들면 입시와 직장 문제는 연결돼 부드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는 자기들이 요구하는 역량을 아이가 갖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블라인드 테스트로 채용 시스템을 변경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존 시스템의 평가를 믿지 않겠다는 것이다. 학벌, 학점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블라인드 상태로 보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역량들이다. 기존 평가 시스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이미 밖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