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혜 교사 "아이들이 세상에서 배우고 자라길 바라"
강채현 학생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
김수현 학생 "내 삶을 챙기는 기폭제로 작용"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2일 거꾸로교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거꾸로교실을 넘어 지난 2017년부터 거꾸로캠퍼스를 설립·운용하고 있다. 실제 거꾸로캠퍼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와 수업을 받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거꾸로교실 도입으로 난리 난 교실..."이상하게도 난 그 모습이 좋았다"
참여·미참여 양극화된 교실..."거꾸로교실로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 발견"
◆위지혜(수학·영어 교사) 초등학교에서 거꾸로교실을 3년 정도 운영하다 거꾸로캠퍼스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교사를 그만두고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미래 교육에 대한 경험을 얻어 다시 학교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처음에 거꾸로교실을 접하고 학급에서 적용했을 때 한마디로 망했다. 초등학생을 통제 없이 풀어놓으니 난리가 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난리 난 모습이 좋게 보였다.
이전까지는 수업시간을 힘들어해 의기소침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산만하지만 신나게 떠드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을 학습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거꾸로교실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는 다르게 6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엇을 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던지면 대답하는 아이들만 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억지로 물어봐야 참여하는 수준인 상황이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하는 데 이미 양극화를 보이는 모습이 불편했다.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하려는 아이들을 인터뷰해 보면 역시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싫고, 활동도 별로 안 해봤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입학해 수업에서 발표나 활동을 몇 번 해보고 나면 어느새 스스로 나서서 말을 하고 있고 방과후에 더 알아보겠다며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 하는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배우고 자라기를 바란다. 거꾸로캠퍼스가 세상과 맞닿아 있는 학교로 성장해 아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과에 종속된 학습 과정에 회의감..."거꾸로캠퍼스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
입시 불안?..."팀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의미 있어"
◆강채현(18세, 3년차) 일반학교와 거꾸로캠퍼스의 가장 큰 차이는 모든 수업이 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개인으로 공부하며 문제지를 풀면 혼자 생각해서 정답만 맞추면 끝인데, 이곳에서는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팀 내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함께 경험해서 좋다.
다른 학생에게 거꾸로캠퍼스 입학을 추천하고 싶다. 나도 팀 활동을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었다.
일반학교를 다닐 때는 팀 활동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아이들끼리만 점수 잘 받기 위해서 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성적과 연결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과물이 중요한 과정이었다. 여기에서는 그 과정 자체의 재미를 느낀다.
3년째이고 지금 18세이다 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입시에서 불안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거꾸로캠퍼스에 와서 경험한 게 일반학교에 있을 때 경험보다 나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고민은 되어도 일반학교에 있었으면 더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은 없다.
말하고 생각하는 능동적 참여 '좋아'..."나의 삶을 스스로 챙겨가는 데 기폭제"
◆김수현(17세, 2년차) 시험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른 곳을 찾다가 거꾸로캠퍼스에 오게 됐다. 일반학교는 강의식으로 수업을 하지만 이곳은 모둠·토론식으로 진행하는 게 가장 다르다. 기존 수업은 듣는 것을 바탕으로 하기에 수동적으로 수업 참여를 했는데 이곳은 말하고 생각하는 게 중점이다 보니 능동적 참여가 가능하다.
입시 걱정은 따로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것을 하는 데 있어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스스로 챙겨가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여럿이서 수업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역할분담도 하고 진행방식도 합의 봐야 한다. 토론을 기본 방식으로 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미리 연습하는 것 같다. 나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반학교도 거꾸로캠퍼스와 같은 수업 방식을 채택하는 게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다고 본다. 모든 학생에게 좋은 방법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이런 수업방식으로 바꾸었을 때 좋은 점은 분명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