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혜 교사 "아이들이 세상에서 배우고 자라길 바라"
강채현 학생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
김수현 학생 "내 삶을 챙기는 기폭제로 작용"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2일 거꾸로교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거꾸로교실을 넘어 지난 2017년부터 거꾸로캠퍼스를 설립·운용하고 있다. 실제 거꾸로캠퍼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와 수업을 받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거꾸로캠퍼스는 주제중심학습을 시도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9일, 아이들은 핸드폰 브랜딩을 주제로 어떤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브랜딩할 것인지 토론하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
거꾸로캠퍼스는 주제중심학습을 시도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9일, 아이들은 핸드폰 브랜딩을 주제로 어떤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브랜딩할 것인지 토론하고 있었다.(사진=지성배 기자)

거꾸로교실 도입으로 난리 난 교실..."이상하게도 난 그 모습이 좋았다"

참여·미참여 양극화된 교실..."거꾸로교실로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 발견"

위지혜(수학·영어 교사) 초등학교에서 거꾸로교실을 3년 정도 운영하다 거꾸로캠퍼스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교사를 그만두고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미래 교육에 대한 경험을 얻어 다시 학교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처음에 거꾸로교실을 접하고 학급에서 적용했을 때 한마디로 망했다. 초등학생을 통제 없이 풀어놓으니 난리가 나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난리 난 모습이 좋게 보였다.

이전까지는 수업시간을 힘들어해 의기소침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산만하지만 신나게 떠드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을 학습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거꾸로교실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는 다르게 6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엇을 해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던지면 대답하는 아이들만 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억지로 물어봐야 참여하는 수준인 상황이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하는 데 이미 양극화를 보이는 모습이 불편했다.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하려는 아이들을 인터뷰해 보면 역시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싫고, 활동도 별로 안 해봤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입학해 수업에서 발표나 활동을 몇 번 해보고 나면 어느새 스스로 나서서 말을 하고 있고 방과후에 더 알아보겠다며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 하는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배우고 자라기를 바란다. 거꾸로캠퍼스가 세상과 맞닿아 있는 학교로 성장해 아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과에 종속된 학습 과정에 회의감..."거꾸로캠퍼스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

입시 불안?..."팀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의미 있어"

강채현(18세, 3년차) 일반학교와 거꾸로캠퍼스의 가장 큰 차이는 모든 수업이 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개인으로 공부하며 문제지를 풀면 혼자 생각해서 정답만 맞추면 끝인데, 이곳에서는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팀 내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함께 경험해서 좋다.

다른 학생에게 거꾸로캠퍼스 입학을 추천하고 싶다. 나도 팀 활동을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었다.

일반학교를 다닐 때는 팀 활동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아이들끼리만 점수 잘 받기 위해서 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성적과 연결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과물이 중요한 과정이었다. 여기에서는 그 과정 자체의 재미를 느낀다.

3년째이고 지금 18세이다 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입시에서 불안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거꾸로캠퍼스에 와서 경험한 게 일반학교에 있을 때 경험보다 나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고민은 되어도 일반학교에 있었으면 더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은 없다.

거꾸로캠퍼스는 팀별 토론 학습 체재를 유지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사진=지성배 기자)
거꾸로캠퍼스는 팀별 토론 학습 체재를 유지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사진=지성배 기자)

말하고 생각하는 능동적 참여 '좋아'..."나의 삶을 스스로 챙겨가는 데 기폭제"

김수현(17세, 2년차) 시험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른 곳을 찾다가 거꾸로캠퍼스에 오게 됐다. 일반학교는 강의식으로 수업을 하지만 이곳은 모둠·토론식으로 진행하는 게 가장 다르다. 기존 수업은 듣는 것을 바탕으로 하기에 수동적으로 수업 참여를 했는데 이곳은 말하고 생각하는 게 중점이다 보니 능동적 참여가 가능하다.

입시 걱정은 따로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것을 하는 데 있어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스스로 챙겨가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여럿이서 수업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역할분담도 하고 진행방식도 합의 봐야 한다. 토론을 기본 방식으로 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미리 연습하는 것 같다. 나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반학교도 거꾸로캠퍼스와 같은 수업 방식을 채택하는 게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다고 본다. 모든 학생에게 좋은 방법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이런 수업방식으로 바꾸었을 때 좋은 점은 분명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