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③[배움권] 가르침(교육)을 받는 것보다 배움 누리는 게 권리

[에듀인뉴스] 오늘날 교육 기관과 단체,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에 관련한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 희망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좀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에듀인뉴스>는 “교육의 뜻을 제대로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틀이 지닌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 소장(서울 경기고 교사)과 함께 문제를 검토해보고자 ‘김두루한의 배움 혁명’ 연재를 총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한민국 학생들은 왜 행복하지 않다고 할까

젊은이들 입에서 곧잘 ‘헬조선’이란 말을 듣게 된다. 국가에서 제공한 의무교육 9년과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을 나오고도 적성을 찾지 못하고 취직마저 어렵게 되었으니 그럴 법하다. 그런데 헬조선의 바탕엔 무엇이 있을까. 한국 교육이다. 학력 제일주의 사회 구조를 유지한 대한민국 국가에 공교육은 순응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교육’ 이념을 되새겨 보자. 나라를 빼앗긴 시절엔 ‘황국신민’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광복 뒤로 ‘크게 세상을 돕는다’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이스라엘의 ‘티쿤 올람(세상 고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것을 내세워 베풀어 온 ‘교육과정’은 대입전형과 평행선을 그었고 오늘날 남보다 앞서려고 선행학습하지 않는 도이치(Deutsch, 독일)와는 학교 현장이 너무도 다르다.

‘민주공화국’을 내세운 광복 이후에도 ‘민주’는 뒷전이고 독재 정권 차원에서 강요한 ‘교육 과정’은 그나마 죽은 문서일 뿐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학생의 절대 다수가 행복하지 않은 까닭은 학교에 다니며 주어진 ‘교육과정’과 ‘일제고사’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나눔과 배려’보다 ‘무한경쟁’을 몸으로 겪기 때문에 ‘홍익인간’은 커녕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은 뒷전인 채 행복한 배움을 즐기지 못한다. 가족이나 사회에서의 ‘하고픈 일을 하면 굶어 죽는다’는 말은 불안감 심기를 덤으로 쌓아준다.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옳을까

과연 21세기에도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등급을 정하고 이것으로 대입 전형(수시 교과)을 치러야 할까? 함께 공부하는 친구에게 자기 공책 정리한 것도 보여주기 꺼리는 현실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한판 승부’인 ‘학생부 교과 시험’에 대비하여 목을 매듯 공부하는 게 옳고 바람직할까?

체육 시간에 자전거 타기를 하며 반 친구 몇 명이 자전거를 잘 못 타는 학생을 도와줬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 “아까 친구를 도와주었으니 생활기록부에 적어줘요”라고 선생님께 말한다. 이처럼 요즘 학교생활의 중심은 ‘학교생활기록부’이다. 문제점은 학생이 삶을 가꾼 모습을 기록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학생들은 기록하기 위해 산다. 반 친구들 간의 순수한 선의도 평가(학교생활기록부)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교육 과정이나 수능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학습 부진이나 부적응으로 묶어 그들을 치료하는 데만 급급해야 할까? 어찌 보면 그들 가운데 본능으로 거부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자신들이 성장하는 데 경쟁으로 삭막한 과정을 왜 거쳐야 하는지. 그들은 배움의 본성을 가로막는 이들을 속말로 저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에게 여전히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옳을까?

‘교육’ 타령에서 벗어나려면 ‘교육법’을 ‘배움권’ 차원으로 바꿔야

현행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들에는 교육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가 ‘배움’을 누리도록 뒷바라지하려는 의지가 담겼을까. 교육계의 많은 사람이 왜 교육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듯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듯 국회의원들에게 맡긴 교육법의 규정을 제대로 알고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박근혜 정부와 조직 유지를 두고 법정 투쟁을 해 온 전교조를 비롯한 여러 교육 시민단체들은 최근까지 이처럼 교육법을 엉망인 채로 두고서 무슨 일을 한 것일까.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을 '행복교육 구현'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교육 타령일까. 그동안 교육법은 일본법을 베낀 탓으로 법·행정학으로 꼴만 갖춘 채 교원의 법적 정의와 지위를 비롯한 숱한 물음들이 현장에서 쏟아지지만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다. 이것이 교육 타령이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굴레이지 않은가 한다.

하지만 이제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전환하자고 한 만큼 ‘배움권’의 관점에서 ‘교육기본법’도 바꿔야 할 것이다.

학생 참여 수업으로 학습 흥미와 동기를 높여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자면서 이런 노력을 왜 하지 않는가. 이젠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니라 배움을 누려야 할 권리를 나라(국가)가 뒷바라지(지원)하는 법령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이미지=교육부)
(이미지=교육부)

배움권에 바탕을 둔 ‘배움법’을 만들어야

몇 해 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였고 오늘도 그러하기에 다시금 뜻을 다지며 스스로 배움 혁명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의 희망, 미래인 학생들을 더 이상 ‘거짓 배움’, ‘억지 배움’, ‘따라 배움’의 틀 안에 가두고 옭아매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이 아닌 배움의 관점에 서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밝힌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참배움과정으로 ‘배움을 즐기는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자면 헌법 제31조를 비롯 법률과 시행령에 이르기까지 이제라도 교사 스스로 ‘교육법’이 지닌 문제를 알고 배움권에 바탕하여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촛불을 든 혁명의 기운을 보고서 제대로 혁명의 알맹이를 채워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아울러 배움지기(교사)는 스스로 배움의 본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가꾸는 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껏 초・중등교육법은 초・중등학교 관리법이란 말을 들음직하지 않았던가. 배움지기(교사)로서 역사의 흐름 속에 배움권에 바탕한 배움법을 만들도록 함께 나서는 일이 나라・겨레사랑의 길이며 ‘배움 혁명’으로 참다운 대한민국을 이루는 데 가장 급히 해야 할 실천 과제이다.

‘가르침(교육) 받을 권리’는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인가

우리는 가르침(교육)이란 말에 갇혀 정작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를 놓치지 않았던가. 교육을 내세우는 환경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것일까. 그동안 대한민국은 헌법 제31조(1948)에 따라 가르침(교육) 받을 권리를 강조해 가르쳤고 반공민주정신에 투철한 삶의 길이 우리의 길이라는 ‘국민교육헌장(1968)’을 외게 했다.

하지만 과연 ‘가르침 받을 권리’는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일까? 세계는 1985년 배움권(학습권) 선언에서 이미 배움권(학습권)을 밝혔다. 1996년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는 ‘늘배움이라는 보물’이란 보고서에서 ‘알기 위한 배움’, ‘행동하기 위한 배움’, ‘지내기 위한 배움’, ‘함께 살기 위한 배움’을 밝혔다. 또 경제개발협력회의도 ‘모든이를 위한 늘배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배움권을 아는 것은 인류를 위한 어떤 노력보다도 중요하다. 배움권이란, 읽고 쓸 수 있는 권리이며, 문제를 들고 따질 수 있는 권리이며,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권리이며, 저마다 살고 있는 누리를 이해하고 역사를 만들어나갈 권리이며, 배움으로 재화에 다가갈 수 있는 권리이며, 낱사람이 그리고 동아리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이다. 배움권 없이는 사람이 피어남을 기다릴 수 없다.” -제4차 유네스코 국제어른배움대회-

“배움권 관점에서 헌법 제31조와 법률, 시행령을 바꾸자”

늘배움 사회는 오늘 맞닥뜨린 현실이다. 배움의 이룸(학업성취)인 학력, 자격, 경험, 학습은 서로 주고받는다. 이처럼 배움권에 바탕을 둬야 온 사람들은 저마다 꽃이 피어나듯 삶을 제대로 가꿀 수 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 이르는 배움권을 올바로 꽃피우려면 ‘알기 위한 배움’, ‘행동하기 위한 배움’, ‘지내기 위한 배움’, ‘함께 살기 위한 배움’을 제대로 누려야 한다.

이에 나라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누구라도 사는 동안 즐거운 배움으로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이란 틀에 갇혀 참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바꾸어야 한다. 억지 배움, 거짓 배움, 따라 배움의 교육에서 벗어나자. 학생들이 희망찬 학교를 만들고 시민들의 늘배움을 뒷바라지하는 공공 정부를 만들자.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걸어갈 길은 헬조선을 낳게 한 교육이 아니라 배움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배움을 널리 펼쳐야 한다. 학생들을 비롯해 자신도 참배움을 누리며 발맞추어 가자는 뜻을 지녀야 한다. 새롭게 배움 혁명의 길을 함께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당장 헌법 제31조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배움을 누릴 권리’로 바꾸자. 나아가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의 학교교육과 떼어놓은 평생교육을 아우른 ‘배움 바라지(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숨질 때까지 누구나 절로 학교나 도서관, 극장, 영화관, 운동장, 체육관을 비롯해 어디서든 늘 배움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소장(경기고 교사, 문학박사)은 열린시대교육개혁론(이서원, 1996)을 펴냈으며 앎의 두루퍼짐과 겨레 하나됨이 이루어진 대한민국을 가꾸려는 뜻을 지니고 1987년 한양여고에서 교편을 시작한 뒤로 33년째 교직에 종사 중이다.

한국인격교육학회 부회장, 한글학회 평의원, 한국어정보학회 이사, 한국교육철학학회 회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 중등새로운학교연구실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참배움학교연구회를 조직해 매월 참배움이야기마당 등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2017년 이후 참배움연구소로 개편해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학교운영체제(교과체제), 고교학점제, 대입전형, 과정(수행)평가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최근 고교주제학점제 실행방안(2018), 배움과 성장이 있는 교사의 삶 가꾸기(2018), 제4차 산업혁명시대 중등학교에서 사람다움(인성)기르기(2017), 정보 시대 생각하는 참배움의 뜻과 길(2017) 등을 발표했고 현재 ‘배움혁명’(2019)을 출판 준비 중이다. duruh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