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에만 책임 묻는 법이 문제...현장 "유통만 하고 책임 안지는 법 바로 잡아야"

대량공급시설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이상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교육부
대량공급시설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이상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지난해 전국 학교에서 2200여명의 식중독 환자를 발생시킨 풀무원 푸드머스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 체계에 허점이 있다며 관계당국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전국 57개 중고교 등 집단급식소에서 2207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식약처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는 풀무원푸드머스가 납품하고 식품제조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에서 제조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풀무원푸드머스는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하고 판매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후 식약처는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 등을 물어 풀무원푸드머스 등 관련 업체를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지난 3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더블유원에프앤비와 가농바이오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계속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성명을 통해 “식중독에 오염된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해 2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해도 무죄라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라며 “식약처가 시급히 법령 개정에 나서서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인해 다시 과거처럼 관리 부실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우려가 더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직 행정처분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고, 해당 기업은 아무런 피해가 없어 식품의생법에 규정된 처벌 조항은 전부 무용지물이 됐다"고 우려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당시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학교 등 집단급식소, 피해자 등과 합의를 이루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식품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식품 제조원’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들은 OEM 혹은 임가공(주문의뢰자가 식재료 구매 후 생산시설만 임대받아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 방식을 택한다. 일부 유통 전문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직접 생산이 아닌 OEM 혹은 임가공 방식으로 식품을 생산해 납품한 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영양(교)사들은 보건당국이 법의 허점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영양(교)사 역시 식재료 주문 시 생산방식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는 푸드머스를 믿고 산 것이지 케이크 제조업체를 믿고 구매한 게 아니다”라며 “법 체계의 허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