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선 경기 양오중학교 수석교사

예술과 인문학을 교과에 접목한 자유학년제 융합수업 참관기

수업친구와의 수업나눔은 내 수업을 거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수업친구는 내 수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안전지대이며, 나의 수업고민을 깊이 성찰해주고 함께 성장해가는 제일 가까운 수업코치다.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봐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업나눔의 기회를 수업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의미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수업보기의 안목과 진정성 있는 수업친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를 응원하고,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을 위해 ‘유희선의 수업 나눔’을 기획했다.

음악 시간에 배운 리코더 실력으로 ‘넬라판타지아’를 연주하는 남학생들.(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음악 시간에 배운 리코더 실력으로 ‘넬라판타지아’를 연주하는 남학생들.(사진=유희선 수석교사)

[에듀인뉴스] A 선생님의 수업친구로 참관한 1학년 6반 영어수업은 한 마디로 작은 학예회나 문학의 밤에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My Special Talent Presentation’이라는 주제로 영시와 우리나라 시를 낭송하고, 영시를 한글로 번역해서 낭송해보고, 영어 가사로 된 팝송을 불러보고, 노래에 맞추어 춤도 춰보고, 음악 선생님이 담임교사인 학급답게 리코더로 ‘넬라판타지아’를 합주해보는 수업, 상상만 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교실 풍경이다.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발표하는 수업답게 도입부를 한 학생의 동전 마술쇼로 흥미진진하게 시작하였고, 여학생들의 발랄하고 경쾌한 댄스로 분위기를 고조시켜갔다.

선생님은 이 수업에서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자신은 스텝의 한 사람으로 움직였다. 음악을 준비해주고 보면대를 조정해주며 학생들이 무대에서 자신감을 갖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에 집중하셨다.

진행을 맡은 대표 학생은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당사자이면서도 오늘 시나리오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염려하며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았고, 선생님과 중간 중간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어진 시간을 짜임새 있게 잘 운용해주었다.

친구들의 발표를 지켜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고 자연스러운 호응과 ‘멋지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청’과 ‘박수’를 유도하셨으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눈짓으로 타이르셨다.

마술쇼(남)-댄스(여)-우리나라 시(남)-영어 시(여)-합창(남)-영어 시(남)-그림(여)-합창(여)-우리나라 시(남)–합창(여)-영어 시(남)-리코더 합주(남)로 다양한 순서가 이어지는 동안 1학년 6반 학생은 단 한명의 소외도 없이 모두 참여했다.

도입부의 마술쇼도 꽤나 흥미로웠지만, 중간에 한 여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려온 그림을 모아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는 시간에는 그 학생의 성장과정을 한 눈에 지켜보던 친구들이 경이로움을 표현했으며, 자기들끼리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며 친구의 재능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림에 소질 있는 여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린 그림을 모아서 발표하는 장면.(사진=유희선 수석교사)
그림에 소질 있는 여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린 그림을 모아서 발표하는 장면.(사진=유희선 수석교사)

 남학생들이 뉴질랜드 민요이기도 한 ‘연가(戀歌)’를 합창할 때는 한 친구가 기타 반주를 해주었다. 변성기 남학생들이라 음정이 잘 맞지 않고 기타 반주와 따로 놀아도 스스로 만족스러운 듯 힘차게 불렀으며 선생님도 옆에 나란히 서서 즐겁게 합창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학생 합창은 두 팀으로 나누어 불렀는데,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MR 반주에 맞춰 수줍어하면서도 열심히 따라 부르던 이 학생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먼 훗날 학창시절의 멋진 추억으로 남을 특별한 시간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진행을 맡았던 학생은 장래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고 들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비록 학급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지만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져 한걸음 더 꿈에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남학생이 낭송한 영어 시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시 속에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에 이어지고, 생각은 힘을 갖게 하고, 독서는 지혜의 샘이 되어주고, 사랑은 삶의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시를 함께 감상한 친구들에게 인생의 교훈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해주었고, 참관한 수업친구까지도 덩달아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은 영어 교과 속에 My Talent를 소개하며 영어(시와 노래 가사), 국어(시), 음악(연주와 합창), 미술(감상), 마술 등 인문학과 예술의 향연으로 녹여낸 융합수업 발표회 같았다.

자유학년제가 실시된 이후 선생님은 학생들의 예술적 감성을 교과에 접목해서 멋진 역할극이나 Shadow Play(그림자 연극)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수업 속에서 학생들의 개성과 끼를 발견해주고, 어떤 기회에 심미적 역량과 잠재력을 발현시켜주고, 우리 생활 속에서 예술이 주는 위안을 미리 맛보게 해주신 선생님의 수업은 세심한 배려와 친절과 깊이를 지닌 ‘Art 인문학’의 안목을 키워준 수업으로 학생들의 뇌리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