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

미래 수업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교육흐름은 시·공간을 초월해 학교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벗어나 학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흥미와 필요를 고려한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보의 부재와 부모 도움이 부족한 소외지역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의 격차를 낳았으며 이러한 교육 불평등은 세습되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배움의 제한 없는 환경을 만들고자 고민하는 박희진 교사의 ‘미래교육 미래학교’ 연재를 통해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펼쳐질 미래를 예측해 보고, 이에 맞춘 학습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2000년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로 학생중심, 즉 학습자중심교육(이하 학습자중심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학습자중심교육이란 단어가 등장한지 20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합의된 개념 및 실천적 자료가 부족해 실제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학습자중심교육의 어원은 ‘Learner-centered Education(Instruction, Teaching) 또는 Learner-based Education(Instruction, Teaching)’인데, 단순히 새롭게 등장한 교수법이나 이론이 아닙니다.

학습자중심교육은 기존의 ‘전통적 수업’이 갖는 장점을 수용하되 교사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교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교사중심의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학생의 학습이 잘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학생중심의 배움으로 초점이 이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습자중심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학습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 페테르 루벤스 작품(1630년 경)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 페테르 루벤스 작품(1630년 경)

위의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입구에 걸려있는,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테르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입니다. 젊은 여인이 밝은 대낮에 가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늙은 남자는 손이 묶인 채 여인의 가슴을 빨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여러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욕정에 눈이 먼 두 남녀의 외설스러움이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젊은 여자와 놀아나는 늙은 남자의 추잡함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의 앞뒤 맥락을 들어보면 그림이 달리보일 것입니다.

늙은 노인 시몬은 로마 시대에 사회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혔고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굶겨 죽이는 것이었다. 노인에게는 페로라는 딸이 있었고 아버지가 수감된 감옥에 면회를 간 딸은 아버지가 굶어 죽어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몰래 자신의 젖을 먹여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이제 이 맥락을 알고 위의 그림을 다시 보면 이 그림이 단순히 추잡하고 외설스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루어졌던 수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 교사나 학부모는 학습자의 현재 보이는 행동만을 보고 쉽게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학습자에 대해서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현재만을 보아서는 안 되며 학습자의 현재와 과거, 즉 살아있는 존재로서 맥락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습자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습자에 대해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는 어떤 특정한 오해로서의 편견이 아닌, 학습자를 지극히 친숙하고 당연하게, 익숙하고 편하게 여긴다는 편견입니다.

교사에게 학습자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되는 학생들의 군집이자 표상을 대변하는 단어입니다. 부모에게 있어서 학습자란, 수년간 한솥밥을 먹고 자란 사랑스러운 자녀이자, 인격체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습자를 배워야 하는 존재,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기에 은연중 자신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이는 교사나 학부모가 학습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학습자 즉 아동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며, 자신의 인지발달이나 신체 및 정서발달에 맞는 사고과정과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학습은 교사 또는 부모가 학습의 대상인 학습자의 존재론적인 인식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일어납니다.

교사가 잘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일관성 있고 의미가 풍부한 교육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학습은 교사나 부모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하는 것입니다.

학습은 학생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그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한다고 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학습 상황에 가져 오는 여러 가지 학습 조건들을 고려하여 학생들 모두가 최적의 학습 경험을 갖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에 학습자중심교육을 위해 학습자 개개인과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 간의 역동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여 수업의 여러 상황에서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습자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도구와 관찰 및 기록 방법을 알아야 하고 이를 지도하는 학생들의 수준에 적절하도록 수정‧보완 또는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습자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야 할 것인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다음 6가지 사항은 꼭 알고 수업에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자료=박희진 교사
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이자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전남 학습자중심교육연구회 회장인 그는 교육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전라남도교육청 주관 정책연구 팀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등 10회, 교육방법 현장연구 1등급 표창 등 7회를 수상했다. 현재 ‘모든 곳의 모든 학생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꿈꾸며 교육 정보와 지식을 정기적 세미나와 블로그 ‘희진쌤의 지식창고(https://heejinssam.blog.me)’를 통해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교육 미래학교’, ‘학습자중심교육 진짜 공부를 하다’가 있다. heejinssam@hanmail.net
박희진 전남 순천 부영초등교 교사이자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전남 학습자중심교육연구회 회장인 그는 교육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전라남도교육청 주관 정책연구 팀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등 10회, 교육방법 현장연구 1등급 표창 등 7회를 수상했다. 현재 ‘모든 곳의 모든 학생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꿈꾸며 교육 정보와 지식을 정기적 세미나와 블로그 ‘희진쌤의 지식창고(https://heejinssam.blog.me)’를 통해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미래교육 미래학교’, ‘학습자중심교육 진짜 공부를 하다’가 있다. heejinssa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