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원 광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정광중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조선일보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주는 상이 있어요. 이름이 좋습니다. ‘올해의 스승상’입니다. 이 상을 받으면 승진가산점도 함께 받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큰 점수를 받는 모양입니다.

대학입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농촌 지역에 있는 학교에는 농협조합장 상이 있어요. 조합원 자녀들이 받는 경우가 많죠. 부상으로 장학금도 있고요. 여기까지 이해해 줄 만합니다. 그런데 이 상에 대학입학 가산점을 붙여 준다고 해 봐요. 당장 난리가 나겠죠.

조선일보에서 교사들에게 상을 주든지 말든지 상관없습니다. 유독 그 상에 1.5점이라는 큰 승진가산점을 준다고 하니 그러는 겁니다. 대통령상을 열 번 받아도 가산점은 단 0.001점도 없다고 말씀드리면 얼마나 큰 상인지 아시겠지요.

조선일보가 준 가산점 덕에 교장이 된 사람들이 현직에 있다고 생각하니 꺼름직합니다. 일단,교육부에서 ‘조선일보 승진가산점’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요. 늦었지만 참 잘 되었습니다.

한국교총은 올 4월 제63회 전국현장교육연구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한국교총은 올 4월 제63회 전국현장교육연구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한국교총이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한교련이라고 불린 교원단체입니다. 교사, 교감, 교장은 물론 대학교수도 가입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전국적으로 18만 명이 가입해 있다고 들립니다.

이 조직에 조선일보가 가진 특권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연구대회를 운영하는 권리인데요. 무려 3개나 갖고 있어요.

교사들이 승진하는데 활용 가능한 연구대회가 모두 20개인 모양입니다. 이 중 3개를 한국교총이 갖고 있습니다.

교총이 3개를 갖고 있고 나머지 17개는 교총이 아닌 다른 교원단체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교육부, 특허청,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교육방송공사 등 공공기관이 갖고 있습니다. 특수한 주제 말고 일반주제 연구대회는 한국교총의 3개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광주교사노동조합이 “특권 반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게 된 것이죠. 교총이 답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총은 계속할 테니 광주교사노조 너희도 연구대회 하렴”과 같은 답변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우리 한국교총은 긴 시간 많이 했으니 우리는 반납하겠다. 이제 너네가 해라”고 한다 해도 우리는 안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교총이 이 대회를 운영하면서 보여 준 비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교원단체에 연구대회 운영 권한을 준다 해도 승진 점수가 결부되면 똑같은 비리가 예상됩니다. 연구성과물을 제출하지도 않은 전남교총 회장 부인이 연구대회에서 입상한 것이 대표적인 비리의 예입니다.

1반과 2반이 축구 시합을 하면 적어도 3반 학생이 심판 맡아야 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광주교사노동조합은 승진 점수가 관련된 연구대회 같은 것은 안 할게요. 교원의 승진과 관련된 연구대회를 교원의 일부가 모여 있는 교원단체가 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교사노동조합이 “특권을 반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언론사들이 취재해서 보도했겠죠. 광주 교총 관계자는 “시행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교육 발전에 큰 공을 세웠고, 70년 이상 유지하면서 교사 전문성 함양에도 기여했다”고 반박했다는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교총이 연구대회를 반납할 뜻이 없어 보입니다.

가사노동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밥하기, 설거지,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어 말리는 것은 여성의 몫으로 생각해 해왔습니다. 어느 날 “여성들이 이게 왜 여성의 일이냐”고 따져 물을 때, 시대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옹색한 답변은 딱 한 가지입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해 왔다”는 답변입니다.

교총에서 답변한 것을 요약하면 “원래부터 그랬다”는 것뿐입니다. 6월 중에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서 한국교총의 연구대회를 계속 인정할 것인가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교총의 논리가 극히 빈약해서, 특권 폐지가 썩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분발을 바랄게요.

박삼원 광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정광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