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 민간위탁 법안 철회 뒤에 남은 것

(사진=박찬대 의원실)
(사진=박찬대 의원실)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형국이다. 지난 한 주 <에듀인뉴스> 지면을 핫하고 뜨겁게 달궜던 이슈 '국공립유치원 민간 위탁운영' 등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됐다. 그런데 왠지 폭풍우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큰 사고 없이 지나 간 것 같은데, 찝찝하다. 왜 그럴까.  

10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9일 철회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오전 중 철회 절차를 마무리했다. 박 의원 외 해당 법안을 공동발의한 11명에게 철회 동의 서명을 받아 의원정보시스템에 등록을 마친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위탁경영반대연대(반대연대)는 철회절차 완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예진 반대연대 공동 대표는 10일 성명을 통해 “내부적으로 철회 절차가 마무리 됐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이상 예비·현직 교원과 학부모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며 “철회 결과와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지 않을 것을 기자회견 등 공식 발표를 통해 못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연대의 이 같은 걱정(?)에는 정부의 유치원 정책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다.  

박 의원은 9일 보도자료에서 “긴급 간담회 내용과 더불어 법안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반영해 더 깊은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논의를 더 해서 새로 개정안을 내겠다는 것인지, 폐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교육부 역시 민간 위탁형 유치원 정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지만, "현행 시스템 안에서 유치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 모델을 고민하겠다“는 말로 또 한 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사립 매입형 유치원은 진행하지만, '고용승계' 등은 하지 않을 대안을 정말 고민은 하고 있는 지,라는 궁금증이 불쑥 올라오는 탓이다.   

유치원은 학교일까. 아닐까. 박용진 의원이 유치원3법을 이야기 할 때 정부와 교육부, 여당에게 유치원은 분명 학교였다. 그런데, 이번 박찬대 의원의 법안을 함께 만든 정부와 교육부, 여당에게는 유치원이 학교가 아닌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기관’이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민간위탁'이라는 발상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박찬대 의원은 공식적인 기자회견 등 ‘법안 개정 철회’를 발표하라는 반대연대의 요구에 대해 “별도 기자회견 등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어제(9일) 보도자료 내용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도자료에는 “법안으로 인해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는 등의 표현은 한 줄도 없었다.

반대연대가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매입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향후 방안과 국공립 유치원의 40% 증설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며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정부와 교육부, 여당 모두 이번 사태의 핵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교육부, 여당은 핵심을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더 큰 폭풍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정말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