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숙 경기 용인 성복고 진로교사

'장자'(莊子)를 통해 본 창의성은 무엇인가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자의 초상화(출처=네이버)
장자의 초상화(출처=네이버)

'창의성'이 화두인 시대, '장자'를 들여다 보다

다보스 포럼 ‘미래고용 보고서’에서는 2020년 요구되는 교육목표로 첫째,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 둘째 비판적 사고력, 셋째 창의력, 넷째 사람 관리(연결성), 다섯째 협업능력을 말했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선택한 이유는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보다 월등하다고 다보스 포럼에서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지 결코 인간지능이 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공지능에는 없고 인간지능에만 있는 대표적인 능력은 ‘창의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의력(創意力, Creativity)은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해내는 능력으로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을 새롭게 조합해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는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의 구성 요소는 ▲문제 상황에 대해 새로운 탐색 영역을 넓히려는 사고인 민감성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사고인 유창성 ▲기존의 틀에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고로, 고정적 사고에서 탈피해 다양하게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능력인 유창성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의 것과 다르게 생각해내는 사고이자 남들과 다른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의적 사고의 궁극적인 목표인 독창성 ▲선택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능력인 정교성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은 미래인재를 만들어내는 창의성 교육보다는 대입시험과 사교육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막고 있고, 대학교육 또한 ‘스펙쌓기’의 보조기관으로 전락한 실정입니다. 제가 소개할 책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성을 보여 준 융통성 있고 독창적인 내용의 ‘장자’입니다.

타고난 본성을 무시하던 '장자'의 시대..."흙이 그릇이 되는 순간 흙은 흙이 아니다"

장자는 24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로 기원전 369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282년에 죽었다고 합니다. 사마천의 역사서 ‘史記’의 기록에 의하면 장자는 송나라의 몽현이라는 마을 출신으로, 칠원리라는 낮은 벼슬을 지냈다고 하는데 장자의 생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가 집필한 ‘장자’는 내편(內篇) 7편과 외편(外篇) 15편, 잡편(雜篇) 11편 등 총 33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편은 장자가 직접 썼으나, 그 밖의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제자들이 적은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장자가 살던 시대는 중앙 집권국가가 형성되던 시기로 여러 가지의 제도가 실험되고, 사람들은 지배 계급의 소산으로 간주되어 통제해야하는 존재로 전락하던 시대였습니다. 또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많은 사상이 나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장자는 분개하여 사상을 전개한 것 같습니다.

삶의 자유를 통제하고 본래 타고난 성품을 무시하는 삶은 행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의 발굽은 서리나 눈을 밟아도 끄떡없고, 말의 털은 바람과 추위를 막기에 충분하다. 말은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며 신나게 들판을 뛰어다닌다. 이게 말의 본성이다. ‘백락’은 말을 잘 다룬다고 칭송받는데 말의 털을 깎고, 발톱을 깎아 말굽을 달고, 고삐를 매어 마구간에서 기른다. 훈련을 시킨다고 굶기며, 열을 맞춰 달리게 한다. 명령을 듣지 않는 말은 채찍으로 때린다. 그러다 보니 숱한 말이 죽는다. 과연 백락(伯樂)이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인가?

도공은 찰흙을 잘 다뤄 멋지게 도자기 그것을 만든다고 자랑하고, 목수는 나무를 잘 다뤄 가구를 잘 만든다고 자랑한다. 도자기는 흙의 본성이 아니며, 가구는 나무의 본성이 아니다. 도공과 목수가 흙과 나무를 잘 다룬다고 누가 말하는가? -馬蹄-

말을 잘 다룬다는 백락(伯樂)은 말을 길들인다는 이유로 털을 깎고, 말굽을 달고 고삐를 매어 훈련을 시킵니다. 그러나 말의 본성은 길들이지 않아도 들판을 뛰기에 적합한 몸과 발굽을 갖고 있어 훈련시키지 않아도 절로 잘 달립니다. 오히려 훈련과정에서 다치고 죽기까지 합니다. 흙 또한 그릇으로 만들어지기 전일 때 흙이지 그릇으로 만들어지는 순간 더 이상 흙이 아닙니다.

본성을 벗어난 행위는 본성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어른들은 ‘다 때가 있다. 기다려라’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교하고 성취목표를 제시해서 우열을 가르고 ‘할 수 있다’는 공허한 구호를 외쳐줍니다.

어쩌면 좋은 교사(伯樂)는 학생이 스스로 어떤 말인지를 알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하를 자연에 맡긴다는 말은 들었으나,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있는 대로 두는 것은 천하가 그 본성을 어지럽힐까봐 두려워서이며, 또 방임해두는 것은 천하가 그 덕을 고치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다. 천하의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고, 그 덕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在宥-

남해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忽),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 했다. 숙과 홀은 가끔 더불어 혼돈의 땅에서 만났다. 혼돈이 대접을 매우 잘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덕을 갚기로 하였다. “사람은 다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고 하는데, 혼돈에게만 없다. 시험 삼아 그것을 뚫어주자.” 그래서 날마다 하나씩 구멍을 뚫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應帝王-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사지=채널A 뉴스 캡처)

인터넷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검색하면 많은 사교육기관과 학습지가 우후죽순처럼 올라옵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우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진정 창의력을 키워줄까요? 남해의 임금(儵)과 북해의 임금(忽)은 자기와 모습이 다른 중앙의 임금(渾沌)을 도와주기 위해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주었으나 혼돈은 곧 죽고 말았습니다. 입시를 위한 지금의 획일적인 교육은 창의력은커녕 오히려 학생들의 성장을 죽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최고의 교육이라 하더라도 다른 아이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산업화사회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경제를 유지하는 기반이었으므로 노동을 해야 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제공된 교육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과 집단의 규율 정도였습니다. 오직 주어진 것을 잘 습득해 적용하는 사람만이 필요했고 개인의 창의성은 집단의 조화를 깨트리는 요소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은 학생들이 전 세대가 과거에 축적해온 문화적 역량을 학습하여 자신들의 자연적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창조적 역량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창의성’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장자는 ‘도를 기준으로 하는 자기 기준’을 가져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도는 ‘井中之蛙 不知大海’(우물 속의 개구리는 큰바다를 알지 못한다)에 나오는 동해 거북이가 본 바다입니다. 바다처럼 넓은 세상을 두루 보고, 사물의 다양한 면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형성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창의력이 경쟁력인 시대라고 합니다. 세상을 누가 얼마나 더 멀리, 더 깊게 볼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을 살펴보고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이 절실한 때입니다.

조미숙 경기 용인 성복고등학교 진로교사
조미숙 경기 용인 성복고등학교 진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