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네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팀 조끼와 피구 공 챙길까요?”

100일 잔칫날이다!! 학년 부장님과 준비해서 운동장으로 간다. 어제만 해도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렸는데, 오늘은 화창하다. 정말 다행이다. 행사를 기획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참 슬프다. 이게 전부 모든 행사를 기획한 학년 부장님의 은덕이다^^

“자~ 줄을 서시오!!”

등교 순으로 피구 경기를 한다. 피구 경기장 두 곳에서 학급별 구분 없이 섞여 놀이하니 색다른 느낌이다. 초등학교는 모든 활동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해서 그런지 다른 반 친구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이렇게 아침에 다 같이 노니까 참 좋다.

신학기,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첫날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이제는 서로 농담도 하고 많이 친해진 것 같다. 큰 사고 없이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100일 잔치를 기획했다. 매일 학급별로 진행하는 아침맞이 인사(하이파이브, 악수, 안아주기, 눈마주치고 인사하기 등)를 5학년 모든 학생이 함께 하는 피구 경기로 진행했다. 그리고 협동 놀이, 장기자랑 축하공연, 수박 화채 만들어 먹기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신났고 선생님들은 준비하느라 힘들다.^^

우리 반은 협동 놀이로 ‘의자 빼기’를 했다. 한 사람만 잘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최고의 협동 놀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반신반의 하며 ‘우리가 다 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옆 사람과 피부를 맞대고 놀이하는 것이 싫은 학생 1명을 제외하고 19명이 도전했다. 도움 반 학생도 참여했다.

“선생님! 저희 성...공!?”

첫 도전부터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놀이 규칙을 모르는 도움 반 학생이 그냥 주저앉는 바람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규칙을 가르쳐주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쪽이 완벽하면 저쪽이 무너졌다. 여기가 튼튼하면 저기가 부실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엄청난 함성이 들렸다.

“1, 2, 3 도전 성~~~공~~!!!!”

두 번째 협동 놀이, ‘친구를 믿어봐!’를 진행했다. 우리 반 여학생이 추천했는데, 나는 이 놀이를 군대 훈련소에서 한 기억이 있다. 놀이 방법은 이렇다. 뒤에 있는 친구들을 믿고 그냥 뒤로 넘어지는 거다. 친구들은 내가 쓰러지지 않게 받쳐줄 것이다. 과연 우리 반 아이들은 친구들을 믿고 온몸을 맡길 수 있을까?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는데, 매트를 안 깔았으면 내일 출근 못 할 뻔했다.^^

우리 반 모두 도전하고 뒤에는 6명의 친구가 잡아줬다. 친구를 믿고 몸을 맡기는 학생도 있고, 겁이 많아 그냥 주저앉는 학생도 있다. 모든 학생의 영상을 찍어 학부모 밴드에 올렸다. 영상을 모두 확인해보니 항상 그렇듯이 내가 제일 재밌게 즐긴 것 같다.

우리 만남 100일을 축하하는 공연도 했다. 춤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인데, MC도 그들이 본다. 우리 반 남학생들은 나서는 것보다는 열렬한 방청객이다. 준비한 의상을 입고 열심히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정말 매 순간이 진로교육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팀별 수박 화채 만들어 먹기. 6~7명의 학생들은 수박 반 통을 받고 어떻게 먹을 지 조별로 토론하고 결정한다.(사진=최창진 교사)
팀별 수박 화채 만들어 먹기. 6~7명의 학생들은 수박 반 통을 받고 어떻게 먹을 지 조별로 토론하고 결정한다.(사진=최창진 교사)

오늘의 하이라이트 대망의 수박 화채 만들기 시간이다. 3팀으로 나눴다.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로 팀을 구성한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어떻게 먹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모둠별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도, 학급회의를 할 때도, 공부할 때도, 놀 때도 우리 반의 고민은 인원 구성이다. 이번에도 아이들은 자신이 누구와 먹고 싶은지 치열하게 주장하고 경청하고 팀을 나눈다.

팀당 수박 반 통 씩 통째로 준다. 그리고 개인 숟가락과 개인 그릇만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팀별로 수박 반 통을 앞에 두고 6~7명이 둘러싸서 어떻게 먹을지 논의한다.

나는 이렇게 불편한 상황을 제시하는 게 좋다. 사람은 많은데 수박은 반 통만 있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먹을까? 모두 달려들어 아이스크림 먹듯이 격렬하게 퍼먹는 팀도 있고, 개인별 그릇에 나눠서 먹는 팀도 있다. 때로는 각자 먹다가 빈 수박 통에 탄산음료를 넣어 먹기도 하고, 후르츠 칵테일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자기 개성대로, 팀별 느낌대로 난장판이 났다. 당연히 웃음 대폭발이다.

욕심내서 수박 반 통을 원샷(?)한 학생 표정이 안 좋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저쪽에는 이미 흐물흐물한 수박을 손에 뱉은 학생도 있다.

“우리는 모두 엄청 먹었지만 똑같이 많이 먹어서 속이 괜찮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통해 팀별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을 우리 반 녀석들이 참 대견하다. 그런데 수박 먹고 탈 나서 내일 못 나오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은 된다. 자, 이제 바닥에 뒹구는 수박과 국물 친구들을 언제 치우지?

비닐을 깔고 먹었지만 이미 우리 반 교실은 초토화 상태다. 하지만 아이들과 추억이 생겼으니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우리 반의 좌충우돌 100일 잔치는 이렇게 끝났다. 아침부터 피구로 땀 흘리고, 상대방의 허벅지에 기대어 모든 학생이 공중에 부양했다. 장기자랑을 하며 개성을 뽐내고 아직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수박을 부셔먹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100일 동안 같은 교실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혼나고 때로는 함께하며 우리는 살고 있다.

언제나 오늘처럼 큰 사고 없이 우리 반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지내고 싶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