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더 나은 삶의 지수 2017’ 38개국 중 29위, ‘2019 세계행복보고서’ 54위
성적 지상주의로 얻은 불행..."아이들이 스스로 재능 깨우칠 시간 필요"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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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세계 꼴지 수준, '한국 학생 행복도'

“자살하고 싶어요”, “자퇴하고 싶어요”, “전학 가고 싶어요”

학생들이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현재 처한 환경에 대한 욕구불만을 내뱉은 말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성적을 최고의 스트레스 주범으로 생각한다. 한 줄 세우기 고입, 대입 등 입시 정책으로 청소년들이 성적의 노예로 전락했다. 학업성적 향상이 청소년들의 최고의 스트레스이다 보니,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충분한 여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19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895점으로 54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5.875점을 얻어 57위를 기록한 한국은 올해 점수가 약간 올랐고 순위도 3계단 올랐다.

핀란드는 7.769점을 얻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등극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휩쓸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 25위, 싱가포르 34위, 태국 52위, 일본 58위, 중국 93위에 머물렀다.

이 보고서의 공동 편집자들은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지속하고 있음에도 행복도는 전체적으로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는 경제적 부가 행복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2017년 11월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 2017’에서 한국은 38개국 중에서 29위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 항목에서는 5.9점을 얻어 OECD 평균 7.3점에 한참 모자랐으며,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권인 31위를 차지했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는 회원국의 삶의 질 수준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지표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격년으로 측정 결과를 발표한다.

제도를 바꾸면 '학생 행복도'가 올라갈까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면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인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배경은 미래사회의 핵심역량, 인문 소양과 인성교육, 교과의 학습량 적정화,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 개선을 통한 교실수업 혁신, 안전의식의 내면화, 소프트웨어의 제작 원리에 대한 이해와 프로그래밍 체험을 통한 컴퓨팅 사고력 신장 등을 위해서다.

수업 시간마다 엎드려 자는 학생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것이 교육과정 개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선 현장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교사들은 교육과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고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과정중심평가, 기록 등 일체화에 반영하고 있다.

물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법령’으로 초·중등교육법 제28조(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4조(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및 시책) 등에서 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반 대책을 마련해 놓고는 있다.

현장은 순차적으로 새로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으로 기존 입시 중심 교육에서 탈피하여 학생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현장 반응 역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도입되어도 걸림돌은 존재한다. 바로 고입·대입에 매몰된 성적지상주의와 기존보다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교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성적이 필요하다. 현재 반영하는 내신 성적은 완전한 절대평가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늘 한줄 세우기 교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학생의 고충 못지않게 학부모의 시름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자녀가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방과후나 주말에 많은 돈을 들여 과외, 학원 등을 전전하면서 자녀의 행복을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여 가계가 휘청거린다.

또한 너무나 잦은 교육과정 개정과 변경, 정권만 바뀌면 바뀌는 수많은 교육정책으로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초·중·고 교육과 대학입시정책이 상충하여 나타나는 논란을 바라보면 슬프고 안타깝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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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겐 자신의 삶을 설계할 여가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가시간을 활용하도록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새벽에 등교하고 저녁에 하교하는 학생들은 본인이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취미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오로지, 교육과정으로 짜인 틀 속의 과목, 그중에서도 상급 학교 진학에 필요한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에 올인하는 구조이다. 그렇다 보니,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삶이 재미없고, 힘들고, 괴롭다.

“선생님, 학교에서 이런 것을 왜 배우나요?”

“제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것을 학교에서 할 수는 없나요?”

“왜, 학교에서는 충분한 여가를 보낼 수 없나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하고, 집이나 학원가서 공부하다 보니, 정작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어요”

“한국 학생들 진짜 불쌍해요”

예전에는 학교성적 꼴찌는 꼴찌라는 낙인이 찍혀서 인생을 꼴찌로 살아간다고 알았다. 하지만, 현재는 학교성적 꼴찌가 인생의 꼴찌는 아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고, 성적은 재능 중에 한 개밖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교성적 꼴찌 학생이라도 성적 외의 다른 99개의 재능은 살아 움직인다.

이제 학생들이 행복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교육을 위해 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삶을 설계하기 전인 청소년기부터 자살, 자퇴, 전학 등의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본다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이 성적 이외의 재능을 발견하고, 재능을 발휘하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여가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학생의 장래 진로‧진학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