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후보의 약진 31% 득표..."80% 교사 회원에 관심 가져달라는 증거"
회원이 관심 없는 깜깜이 선거..."어려운 현장으로 달려가는 교총이 답"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여의도는 쳐다 보지 말고 제2의 창립이라는 각오로 교총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제37대 한국교총 회장 선거가 하윤수 후보의 재선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현직이었던 만큼 상식적으로 하 후보자가 유리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교총 회장까지 역임한 이상덕 교장을 10% 가까이 따돌리고 31%의 지지를 얻은 후보, 정성국 교사의 약진이 눈에 띈다.

“나의 선전은 회원 중 80%가 넘는 교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온 교총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이제는 현장으로 달려가는 교총이 되길 바란다.”

교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대한민국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발전시키는 교총이 되어 달라는 말을 남긴 정 교사는 선거기간 동안 “당선자들은 내년 총선에 여의도로 갈 것 아니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하윤수 당선자에게 “교총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부에 집중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제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집중하겠다는 정성국 교사를 만났다. 아래는 정 교사와의 일문일답.

제37대 한국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부산 해강초 교사는 "하윤수 당선자에게 축하한다"며, "현장으로 가서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경청하는 교총 회장이 되어 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제37대 한국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부산 해강초 교사는 "하윤수 당선자에게 축하한다"며, "현장으로 가서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경청하는 교총 회장이 되어 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교총 제37대 선거가 하윤수 후보의 재선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하나

- 하윤수 당선자는 지난 임기동안 교권 3법 추진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기에 회원들이 신임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교총회원의 80%가 넘는 교사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과 복수교원단체 인정, 회원 수 감소 등 위기에 처한 교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으로 표현되어 평교사 후보인 나의 선전이 가능했다고 본다.

▲정성국 후보는 교사 신분으로 출마했다. 지금까지 교사 출신 교총 회장은 단 1회 있었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인데, 출마를 결심했던 계기는

- 현직 교사로서 교권 추락을 실감하고 있다. 교원들에게 책임만 강조되고 학생들을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은 갈수록 사라지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교사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가슴으로 느껴왔기에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선생님을 지켜드리는 교총회장이 되고 싶었다. 이런 절실한 마음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출마를 결심하고 최선을 다해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31%의 지지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교수와 교장 사이에서 상당한 선전을 했다는 평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선거운동에 제한 사항이 많아 후보자를 직접 알릴 기회가 없었던 것이 매우 아쉽다. 학교 업무로 바쁜 선생님들에게 분회장을 통해 전달되는 선거 공보물 하나로 정성국을 호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31%의 득표율이 아쉽긴 하나 언론이나 지인들께서 대단한 선전이라고 평가하시는 것을 보면 내가 추구했던 교사회장에 대한 열망을 많은 회원이 지지한 것으로 믿는다.

▲이번에 상당한 득표를 함으로 인해 3년 후가 궁금하다. 다음에 다시 교총 회장직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이번 선거에 도전할 때도 현직회장을 상대로 출마하기보다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보다는 교총이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교사회장의 탄생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선거 유불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은 3년 후를 생각하기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예전의 정성국 선생님이 되어야 할 때이다.

▲선거 운동 중 특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광양에 가서 전남지역 교장선생님 세 분을 뵌 적이 있다.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부산에서 온 교사후보 정성국을 진심으로 맞아주시고 지지해 주셨다. 밤 9시가 넘어 일행과 함께 부산으로 돌아오고자 할 때 꼭 광양의 이순신대교와 야경을 봐야 한다며 안내해 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의 출마소신을 들으시고 어려운 여건에서 용기를 내준 후배가 고맙다며 끝까지 환대해 주셨던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7대 회장 선거 입후보자 합동연설회. 왼쪽부터 이상덕, 정성국, 하윤수 후보가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사진=한국교총)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7대 회장 선거 입후보자 합동연설회. 왼쪽부터 이상덕, 정성국, 하윤수 후보가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사진=한국교총)

▲지난 후보자간 합동 연설회에서 현장에 민원이 발생하면 달려가는 전교조와는 다르게 멀리서 쳐다만 보기에 교총의 회원이 지속해서 감소한다고 말했다. 교총 회원으로서, 함께 경쟁한 회장 후보로서 하윤수 당선자에게 무엇을 바라나

현장으로 가서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경청하는 교총 회장이 되어 주길 바란다. 또한 교총의 중요한 정책 결정과정에서 몇몇 간부들의 의견이 아닌 회원들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전달해 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의원 추천 방식이나 지나친 선거운동 제한사항 등 현실과 맞지 않는 비합리적 사항이 있었으니 선거과정의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개선해 줄 것을 부탁한다.

▲역대 교총 회장들의 정치권행을 두고 말이 많다. 내년 총선에 하 당선자도 여의도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데

선거운동 기간에 많이 들었던 내용이다. 지금까지 역대 회장들이 그런 모습을 보였기에 많은 분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문제이다. 교총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외부에 신경을 쓰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은 교총이 여러 문제로 매우 어려운 시기이므로 더욱 신뢰받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당선된 후보도, 낙선한 후보도 모두 교총의 발전과 우리나라 교육 발전 및 교원 권익 신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교총이 위기라는 말이 많은데, 교원에게 사랑받는 단체가 되기 위한 제언을 한다면

교총 조직은 크지만 결속력이 약하다. 또한 많은 회원이 교총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깜깜이 선거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회원들의 애정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총이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고 현장으로 달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교원단체로서 독점적 위치를 누려오면서 교총의 미래를 고민해 오지 않았다. 이제 현장 의견을 제대로 수렴 및 반영해야 한다. 제2의 창립 정신으로 원점에서 교총을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