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의 교단일기] "꼬마 선생님을 임명해볼까?"
[최창진의 교단일기] "꼬마 선생님을 임명해볼까?"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6.23 10: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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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다섯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사진=최창진 교사)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사진=최창진 교사)

수학을 너무 어려워하는 학생이 스스로 열심히 문제를 푼다. 모르면 선생님께 와서 당당히 질문하고 도움을 받는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도저히 못 풀 것 같던 문제를 해결한다. 교사에게 칭찬을 받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낀다. 더 나아가 다른 친구를 돕고 가르쳐 준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교사로서 정말 뿌듯하고 행복할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오늘 위와 같은 경험을 했다. 내가 잘 가르쳐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입을 열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기회만 제공했을 뿐이다. 우리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최선을 다했지만 잘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욕심'

몇 일전, 수학 수업이 끝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각자 문제를 풀게 했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런데 대화하다보니 그 학생은 기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읽지도 않은 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 도움은 별 효과가 없다. 본인이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도움을 받고자 알지 못하면 당장은 정답을 찾을 수는 있어도 몇 분만 지나면 다 까먹는다.

수학은 계열성이 강해 기초학습이 누락되면 후속 학습 진행이 어렵다. 예를 들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면 배수와 약수 학습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다 보니, 시간이 흘러 연습 문제를 다 푼 다른 학생들이 채점해달라고 손을 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정리하고 그 학생들에게 돌아가려니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내 앞에 있고, 이 학생에게 더 도움을 주려니 채점을 기다리는 대다수 학생에게 미안했던 것이다. 결국 수업 종이 쳤고 남아서 문제를 풀었지만 누구에게도 정확한 도움을 주지 못한 수업이 되었다.

욕심이었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라 교사가 모든 걸 다 확인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잘하진 못했던 것이다.

수업 참관으로 수업의 힌트를 얻다

답답한 마음에 학년부장 선생님에게 가서 하소연했다.

“속에서 답답함이 터지려고 합니다. 다른 수업은 자유롭게 하지만 수학만큼은 기초 공사가 중요해서 약분과 통분부터는 꼼꼼히 한 명씩 채점도 해주고 피드백을 해주는데, 오늘은 소수의 학생 지도 때문에 대부분 학생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선생님의 수학 수업을 참관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언제든지요”

학년부장 선생님은 본인의 수학 수업 시간표까지 바꿔가며 내가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고, 40분 동안 시스템이 구축된 교사의 수업 진행과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어떻게 배워나가는지 살펴봤다.

수많은 장점 중에 내 머리에 꽂힌 것은 ‘옆 친구를 가르쳐주는 학생의 표정’ 이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교사의 수업 내용을 열심히 듣고 자기만의 언어로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먼저 채점이 끝난 꼬마 선생님이 빨간 펜을 받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찾고 스스로 도와주는 모습, 그런 꼬마 선생님과 역동적으로 대화하며 배워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아 이게 진짜 배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마 선생님 활동으로 학생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꼬마 선생님 활동으로 학생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꼬마 선생님을 임명합니다"

우리 반 수업에서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먼저 채점이 끝난 첫 번째 학생에게 다소 과장된 행동을 했다.

“오~~ 첫 번째로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며 가르쳐줄 꼬마 선생님은!!!!!!!”이라고 말하며 펜을 높이 던지며 괴성을 질렀다.

첫 번째로 펜을 받아 든 학생은 진짜 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다른 아이들은 손을 들고 꼬마 선생님을 열렬히 환영했다. 교사가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또래 친구가 더 편하고 좋은가보다^^. 부담 없이 편안하게 배우는 모습이 좋았다. 심지어 어떨 때는 설명을 잘 못 하는데도 이해를 정확하게 하는 신기한(?) 경우도 있다. 텔레파시가 통하나?

아이들은 꼬마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정확히 말하면 형형색색 다양한 펜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 꼬마 선생님이 탄생했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가르치고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를 다 푼 학생은 쉬고 싶고 놀고 싶을 텐데 다른 친구를 도와주며 더 좋아하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선생님! 이 부분 잘 모르겠어요. 여기 까지는 알겠는데... 도와주세요.”

평소 수학을 어려워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다. 잘한 부분을 칭찬하고 못 한 부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작은 도움을 줬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문제를 푼다.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위풍당당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왔다.

“대단한데? 축하해! 너도 꼬마 선생님으로 임명한다!!!!”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낀 후 다른 친구를 도와주는 감동적인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낀 후 다른 친구를 도와주는 감동적인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그 학생은 펜을 들고 친구들에게 나아갔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 옆에 붙어서 자신이 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하며 쉴 새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옆에서 살펴보니 이 학생이 이렇게 수학을 좋아했었나 갸우뚱한다. 다양한 예시 문제를 제공하며 연습의 기회를 주는 걸 보니 기특하다.

“선생님! 가르치다 보니 더 배우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 푸는 거랑 친구에게 가르칠 때랑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친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게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꼬마 선생님이 개별로 다른 친구를 도와주면서 나는 굉장한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그동안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다가가 개별 피드백을 시작했고, 꼬마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물론 배우는 학생들의 반응도 살피며 만족도를 묻기도 했다.

이 모든 순간이 어우러져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왜 그렇게 크게 웃으시냐고 물었고, 너희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이 최고로 좋다고 말했다.

“그럼 선생님 월급 받는 것보다 좋아요? 월급은 안 받으셔도 되나요?”

“그럼 너네 아이스크림 안 먹을래?”

“아...아니에요~~~~~~~^^”

배움은 가까이 있었다. 교사가 완벽한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된다. 교사가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학생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건 제대로 된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교사가 혼자 떠들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다면 그 또한 제대로 된 배움이 아닐 것이다.

학생은 교사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배운다. 나도 오늘 학생들을 보며 진정한 배움을 목격하고 배운다. 고맙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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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11:02:15
최쌤 팬입니다. 늘 배우고 있습니다.

보나 2019-06-23 12:25:54
꼬마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학생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했네요^^ 혼자 크게 웃으셨을 선생님 모습에 저도 웃고갑니다 ㅋㅋㅋㅋㅋ

유수경 2019-06-24 11:01:12
'학생은 교사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배운다. 나도 오늘 학생들을 보며 진정한 배움을 목격하고 배운다. 고맙다.' 항상 교단일기를 읽으면서 배우고 깨닫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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