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이사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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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최근 교육계에서 수습교사제 도입 문제로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에 관한 연구자 박수정 교수(충남대)가 교사, 교장, 교감 등 총 5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수습교사제 도입에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60.1% 대 20.9%로 나타났다.

교직사회 내에서 수습교사제에 대한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세 배나 많음에 충격에 휩싸여 이 글을 쓴다.

연구자는 수습교사제 도입 목적으로 교원양성교육의 보완, 교원임용시험의 보완, 신임교사의 교직 적응 및 적격 판정, 신임교사의 역량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생각할 때, 이론 중심의 교대·사대 교육을 받고 현장에 첫 발을 내디딘 교사가 교직생활의 실제를 익히기 위한 충분한 수습 과정을 밟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바이다.

문제는, 사람의 자질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식 교사 자격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어떤 정당성과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습교사의 자질 평가와 관련한 불합리성은 수습교사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전반에서 그 징후가 포착된다. 수습교사제를 찬성하는 수준(5점 척도)은 교사들(3.36)보다 관리자들(4.25)이 훨씬 높았고, 교사들 가운데도 고경력 교사들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신임교사의 역량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직위와 경력 기간이 높을수록 더 낮게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수습교사에 대한 자질평가가 세대 차이나 직위에 따른 집단적 편견이나 주관성에 치우쳐 이루어질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평가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자나 고경력 교사들 사이에 신임교사의 자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사실은 평가의 합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다.

연구자는 교사 자질과 관련한 영역별 역량으로 학생학습 지원 역량, 학생 이해·공감 역량, 소통 및 협업 역량, 교직윤리 및 인성으로 나누었는데, 이는 크게 지적·기능적 측면과 인성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관련하여 주목을 끄는 사실은 응답자의 지위와 경력이 높을수록 신임교사의 인성적 측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또 연구자는 수습교사제 운영방안으로 A)교원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서의 수습교사제 B)교원임용시험의 최종단계로서의 수습교사제 C)정규교사 입직 전의 시보단계로서의 수습교사제를 제시하였는데, 이 중 응답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은 C)방안이었으며 특히 관리자 집단과 교육전문직 집단에서 가장 높은 찬성 수준을 보였다.

설문 조사에서 교직윤리 및 인성 영역은 교사 자질을 가늠하는 전체 역량의 일부분을 차지하지만, 평가의 실제에서 인성적 측면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은 당연하다. 교직사회의 흔한 말로, “교사이기 이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고 하니 말이다. 따라서 평가자에게 시쳇말로 ‘돼먹지 못한 인간’으로 인식된 수습교사는 인성 외의 영역에서도 좋은 점수를 못 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전체 응답자들이 수습교사제 운영방안으로 C)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과 신임교사의 인성적 측면에 대한 관리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사실을 종합할 때,

수습교사제가 평가권을 쥐고 있는 관리자의 독단과 전횡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교는 엄격한 위계질서로 돌아가는 관료사회이며 그 정점에 학교장은 절대권력자로 존재한다. 사회적 약자로서 저경력 교사들은 학교의 궂을 일을 떠맡거나 관리자들의 이런저런 부당한 지시에 거부하지 못하고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수습교사제가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하다. 정규교사도 젊다는 이유로 순종적인 교직살이를 해가는데, ‘신분’이 확보되지 못한 수습교사의 입장이 어떠할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수습교사는 인성 좋다는 평을 얻기 위해 관리자는 물론 모두에게 ‘예스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주로 철학과 소신의 문제이건만, 이 허울 좋은 수습교사제를 거쳐 나온 신임교사에게 그런 기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만 같다.

필자는 교직경력 32년차의 고경력 교사이다. 우리 나이 대의 교사들은 요즘 젊은 교사들이 우리 젊을 때와 달리 교직에 대한 헌신성이나 공직자로서의 소명감 따위가 부족하다고 한다. 고백컨대, 필자 역시도 이러한 꼰대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요즘 교사들이 어떠하다’는 언설은 사오십 대 교사들은 물론 삼십 대 교사들도 똑같이 말하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교직사회 내에서 수습교사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3배나 더 많이 나온 배경엔 이런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배경에서든 이미 교사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지금부터 교단에 서려는 후배들은 교사자질함양이라는 미명하에 수습교사제라는 관문을 통과하게 하자는 의견을 표한 교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교단에 자질 없는 교사가 있고 그런 사람은 어떤 제도적 장치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고 한다면, 그게 꼭 신임 교사 집단에게만 적용될 문제는 아니다. 고경력 교사 가운데도 자질 없는 사람은 많으며 이러한 형편은 교장 집단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혹 자질 없는 교장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교단에 선 젊은 교사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수습교사제는 중세 암흑기의 마녀재판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불합리한 제도를 고경력 선배교사들이 앞 다투어 찬성하는 행태는 연령주의에 입각한 폭력에 다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수 말씀을 패러디하면서 글을 맺겠다.

"누구든지 완성된 자질을 지닌 고경력 교원이 있으면 자질 없다고 생각되는 신임교사를 돌로 쳐라!"

이성우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이사
이성우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