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의 배움혁명] 고교 학점제, ‘교과목’보다 ‘주제’ 학점제로
[김두루한의 배움혁명] 고교 학점제, ‘교과목’보다 ‘주제’ 학점제로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6.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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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⑤[학점제] 학생들이 주어진 ‘교과목’ 고르기보다 ‘주제’(관심사) 가려 배워야

[에듀인뉴스] 오늘날 교육 기관과 단체,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에 관련한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 희망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좀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에듀인뉴스>는 “교육의 뜻을 제대로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틀이 지닌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서울 경기고 교사)과 함께 문제를 검토해보고자 ‘김두루한의 배움 혁명’ 연재를 총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한민국 교육적폐를 꼽는다면

‘4차 산업혁명’이나 ‘미래교육’을 말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적폐’를 꼽아본다면?

교육부가 법적 교원단체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만 독점 인정해 온 관행은 어떨까? 일정 기준 이상이면 교원단체로 인정할 수 있는 시행령 제정 대신 사라진 구 교육법 조항을 들어 ‘교육부의 무법 특혜이고 적폐’란 지적이 나오니까. 그래서일까? 교총은 ‘제왕적 교장’ 줄이자는 대세에 아랑곳 않고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를 막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는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를 든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이전 정부의 잘못이라 해도 현 정부가 책임 있게 해결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라고 주장한다. “촛불 민심을 온전히 받아들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이라면서. 또 교원평가와 성과급은 고집할 필요가 없단다. 이미 현장으로부터 파산 선고 받았으니.

하지만 시험 공화국 대한민국 배움 현장에서는 고입·대입 전형제도야말로 ‘교육적폐’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하자 위 두 단체부터 자립·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건으로 찬·반 대립하는 보도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전교조는 자사고가 공교육 파행을 낳았기에 폐지하자며 ‘고교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을 찬성의 근거로 들었다. 반대하는 교총은 자사고 평가지표 중 '사회통합전형' 평가를 쟁점으로 하여 "일방적인 재지정 기준, 평가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교육부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현행 대입 학생부 교과전형이야말로 ‘교육적폐’다

두 해 전 집권 여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더 좋은 미래-더미래연구소’에서 ‘2017년 이후의 대한민국-대선 핵심 아젠다’ 토론회를 연 일이 있다. ‘고교 정상화 실현’과 ‘사교육 비용 절감’ 등을 내세우며 대학입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수시모집의 50% 이상을 반드시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내신전형)으로 하자고 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 폐지, 논술전형과 수학・과학・외국어 특기자전형 폐지, 기회균등전형 확대 등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촛불 혁명으로 세워졌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에서는 1년 이상의 ‘대입전형 공론화’ 논의를 거쳤으나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들 모두가 반기고 고개를 끄덕이는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부정적 현상이나 해로운 습관인 적폐를 씻어 내리란 기대와 달리 정시 수능 비율만 약간 높였을 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인재상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새삼스레 묻게 되는 질문이 남았다.

현행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수시 모집의 50% 이상을 뽑는 게 과연 옳은가?

“학생부 교과(내신)는 결과 위주로 줄 세우기 등급을 내기 위함이다. 정해진 교과서 범위만 한 달 전부터 달달 외우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된다. 범위가 수능에 비해서도 훨씬 적기 때문에 종합적인 이해나 실력이 없어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평소 수업엔 잠자고 시험 때만 잘 보면 된다는 한탕주의가 가능하다.”

위 학생이 말하듯 현행 고등학교 학생부 교과 전형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기 보다 줄 세우기 ‘등급내기’로 상급 학교에 들어가기는 게 목표다. 고등학교 정상화를 바란다지만 두 달에 한 번꼴로 일제히 치르는 객관식 선다형 위주 정기 고사야말로 학생, 교사,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과정(수행) 평가 등이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들어 온 교육적폐의 원인이다.

이른바 총괄하는 ‘지필평가’는 고비용 저효율 사교육비 부담의 뿌리이기도 하다. 현행 대입 학생부 교과전형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학교인 ‘학원’ 등의 사교육에 학생들이 의존하게 만들었고. 창의력과 개성이 살아 있는 인재를 기르자며 아예 표현력은 빼고 독해력의 일부만 다루는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한다는 수능 시험도 고등학교 전 과정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 이해와 연습이 필요하지만, 결과 위주 객관식 선다형 일제 고사이기 때문이다.

현행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육 방송 연계로 창의적 수업 개선 가로막아

순위나 등급내기 변별을 위한 고르기(선택형) 평가의 문제가 무엇일까? 학생의 능력을 정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고차원적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고, 창의적 수업 실천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일제식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교사가 자율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배움 현장에서는 여전히 선생님들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듯하다. 게다가 학생들의 창의력을 살리려는 노력이 제대로 펼쳐지기엔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실제 대부분 3학년 교실 수업을 보면 ‘고교 교육과정’이 ‘파행’을 빚고 있는 게 실상이다.

정시 수능에서 교육 방송과 연계한 출제가 50% 넘기 때문에 기출 문제나 관련 교재를 분석 및 문제 풀이에 매달리게 된다. 고1, 2 때까지 수행평가 등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잠재력을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었지만 고3의 경우 발표나 토론 수업 등은 꿈에도 생각지 말라는 분위기로 급변하는 것이다.

‘더좋은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대입 학생부 교과전형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단순한 대입 전형’으로서 ‘학생부 교과전형’을 갈음할 만한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과연 현행 학기말 결과 위주 일제고사에 따른 줄세우기 등급내기를 유지해야 할까?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공정한 배움을 펼치자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대입 전형 단순화 방안이 ‘배움당사자론’에서 비롯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학과 수험 당사자 사이에 ‘교육 당국(국가, 시도교육청 등)’이나 ‘고등학교’에서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수능’을 치르고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자는 식의 정책을 교육부가 주관하거나 수행평가 비율을 연간 5%씩 높인다는 식의 시도 교육청 단위 통제나 관리가 필요할까? 주제 학점 수업으로 말하고 쓰기 과정을 거치며 관찰한 것을 반영하는 온 교과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선생님들에게 교육 당국은 교과교실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에 치중해야 하지 않을까?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학생의 선택,  주어진 ‘교과목’ Vs. 좋아하는 ‘관심사(주제)’

그동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또 교사나 부모 처지에서 학생이나 자녀들에게 곧잘 ‘네 꿈이 뭐냐’란 식으로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가를 묻곤 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의 답변은 뜻밖에 00 분야 취업이나 00대 진학을 말하지만 아무래도 고3의 경우엔 태연히 수시, 정시 등의 대학입시에서 성공하는 것이란 답변이 많았다.

본디 ‘꿈’은 진로, 진학에 그쳤으나 요즘은 다르다. 취미, 성격 등과 연계한 학생의 관심사에 비중이 더 큰 새로운 배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나’부터 “네 꿈이 뭐니?”라 묻지 않고 “네 관심사가 뭐니?” 하고 묻게 된다. 그리고 ‘게임’이 ‘관심사’인 학생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이 교사나 부모의 처지인 ‘나’도 어느 정도 게임을 해 봐야 함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제 ‘그냥 사는’ 듯한 분위기나 ‘의미 없는’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려면 교사나 부모인 나부터 학생의 처지에 서야 한다. 그들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교육부(2017)가 추진하는 고교 학점제의 개념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여야 할까? 더욱이 미리 주어진 틀 안에서 꼭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 교사로서 내가 바라는 고교 학점제는 주어진 틀에서 ‘교과(목) 학점제’를 하자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칸막이 ‘교과목’ 아닌 통합과 융합 차원 ‘주제’를 배워야

고등학교 2학년 독서에서 ‘독서의 실제’란 단원을 수업해 본 사례다. 그 날 수업은 학생들의 경우 영어, 법과 정치, 윤리와 사상 등의 교과목을 1~3교시에 차례로 했다. 4교시는 독서와 문법이었고. 마침 교실에 들어가니 3교시 윤리와 사상 ‘공리 의무와 윤리’ 단원 수업 내용이 칠판에 적혀 있었다. 독서 시간에 다룬 정약용보다 50년 정도 전후로 살았던 사회계약론(루소)과 자본론(홉스, 맑스)을 경험주의와 이성주의 주제 아래에서 학생들이 다룬 듯했다.

과연 고교학점제를 ‘칸막이식’의 ‘교과목 학점제’로 규정해야 할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찰 없이 ‘독서’, ‘윤리와 사상’, ‘법과 정치’를 따로 수업하고 학교 정기 일제고사에서 ‘칸막이’ 평가로 그쳐야 할까? 동양과 서양 문화의 차이란 주제로 동서양의 특성을 서로 비교 대조하면서 철학에 드러난 관점이나 사회, 문화, 과학에 이르기까지 접근 방식을 쉽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전처럼 동·서양을 따로 나누어 유교, 불교, 도가,도교 및 우리 고유 사상(2장)이나 목적론적과 의무론적 윤리, 덕 윤리, 그리스도교 윤리, 현대 윤리와 사상(3장)을 암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독서와 문법’ 4단원 독서의 실제에서 다룬 ‘주제통합하며 읽기’를 학생의 처지에서 스스로 적용하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읽고 듣고 말하며 글쓰기(독서, 토론, 작문)로 서로 배움의 사고와 표현을 하게 될 때 대학수학능력이 절로 길러질 것이다. 즐겁고 생각하는 참배움이 학생 저마다에게 일어나 ‘배움의 시대’에 참배움의 보람을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고교 교과목학점제’가 아니라 ‘고교 주제학점제’로 나아가야

학생이 주어진 ‘교과목’에서 고르는 방식은 아니다. 고2 인데도 아직 제 갈 길(진로)을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평소 갈팡질팡하며 ‘점수 따기’에 급급해 지나치고 넘어가는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 길은 ‘생각(주제)’ 위주로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통합하거나 융합하여 좋아하는 ‘관심사(주제)’를 가려서 배우는 것이다. 수업 분량은 줄이고 내용은 심화해서 알차게 소화할 수 있고 진로와 연계해서 진학하려는 전공을 파악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의 ‘교육입국’론에 따른 ‘교육열’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 학생 스스로 좋아하는 ‘배움거리(주제)로 배움을 일으키는 ‘학구열’을 살려야 한다. ‘교육과정’에 얽매일 까닭이 무엇인가? ‘배움과정’을 저마다 만들게 도와야 한다.

왜 학생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수업해야 하느냐고? 학생들이 지닌 ‘관심사’, ‘호기심’, ‘질문’을 바탕으로 주제가 만들어지고 교과서에 그치지 않고 교양서, 영상물 등을 활용하여 학점으로 쌓아서 늘배움(평생학습)으로 나아가도록 고등학교에서 도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주제 학점제'로 삶의 바탕과 뿌리를 다지며 초, 중,고 시절부터 차근차근 배움을 쌓아가며 자라나는 모습을 그려보라. ‘교육’이 절망인 현실을 넘어 ‘배움’으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소장(경기고 교사, 문학박사)은 열린시대교육개혁론(이서원, 1996)을 펴냈으며 앎의 두루퍼짐과 겨레 하나됨이 이루어진 대한민국을 가꾸려는 뜻을 지니고 1987년 한양여고에서 교편을 시작한 뒤로 33년째 교직에 종사 중이다.

한국인격교육학회 부회장, 한글학회 평의원, 한국어정보학회 이사, 한국교육철학학회 회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 중등새로운학교연구실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참배움학교연구회를 조직해 매월 참배움이야기마당 등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2017년 이후 참배움연구소로 개편해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학교운영체제(교과체제), 고교학점제, 대입전형, 과정(수행)평가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최근 고교주제학점제 실행방안(2018), 배움과 성장이 있는 교사의 삶 가꾸기(2018), 제4차 산업혁명시대 중등학교에서 사람다움(인성)기르기(2017), 정보 시대 생각하는 참배움의 뜻과 길(2017) 등을 발표했고 현재 ‘배움혁명’(2019)을 출판 준비 중이다. duruhan@hanmail.net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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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2019-06-27 12:09:09
"왜 학생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수업해야 하느냐고? 학생들이 지닌 ‘관심사’, ‘호기심’, ‘질문’을 바탕으로 주제가 만들어지고 교과서에 그치지 않고 교양서, 영상물 등을 활용하여 학점으로 쌓아서 늘배움(평생학습)으로 나아가도록 고등학교에서 도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주제 학점제'로 삶의 바탕과 뿌리를 다지며 초, 중,고 시절부터 차근차근 배움을 쌓아가며 자라나는 모습을 그려보라. ‘교육’이 절망인 현실을 넘어 ‘배움’으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배워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 "주제 학점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지금의 절망적인 여러 현실을 넘어서며 자라날 수 있을지 궁금하며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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