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문학가인 르 클레지오(75) 교수가 이화여자대학교(총장 최경희)를 다시 찾는다.

이화여대는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로 꼽히는 장-마리 귀스타프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zio) 교수를 연사로 초빙해 오는 25일 오후 4시 교내 ECC 이삼봉홀에서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김옥길 기념 강좌는 여성교육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한 김옥길 선생[1921~1990, 이화여대 8대(1961~1979) 총장]의 뜻을 기리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김옥길 선생은 이화여대 총장, 문교부 장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여성교육과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공헌했다.

이번 강좌에서 르 클레지오 교수는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라는 주제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유럽 이민자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프

랑스 국적인 그는 위험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민자들이 유럽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평화가 가능한 세계화의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역설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에게 문을 여는 열린 문화를 통해 새로운 수혈, 새롭게 파종되는 사유들로부터 혜택을 얻는다는 사실을 문학이라는 기제를 활용, 분석할 예정이다.

르 클레지오 교수는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지만 모리셔스섬 이민자 가정의 후손으로 태어나 본인 스스로 이주 문제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문명의 원시성을 비판하며 자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자연과 합일하는 것을 추구해온 그는 전쟁의 폐해를 직접 몸으로 느낀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르노도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사막』(1980), 『황금물고기』(1996), 『혁명』(2003), 『허기의 간주곡』(2008) 등 다수의 작품을 출간해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리르』,1994)라는 칭호를 얻었다. 2008년 스웨덴 한림원은 ‘새로운 출발과 시적 모험 관능적 환희의 작가이자, 지배적인 문명 너머와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의 탐구자’라는 표현으로 르 클레지오 교수에 대한 노벨상 수상 선정 사유를 밝혔다.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작가인 그는 최근 제주도의 해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화여대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화학술원 초빙석좌교수로서 불문과와 통역대학원에서 1년간 강의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이화여대에서 ‘도전정신, 대담성, 전통 가치의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25일 강좌와 26일 좌담회로 나눠 진행된다. 25일 오후 4시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리는 강좌는 김옥길 기념 강좌 소개 동영상 상영, 최경희 총장 인사말, 송기정 이화인문과학원 원장(불어불문학전공)의 연사 소개, 르 클레지오 교수 강연,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다음날 오후 4시 인문관 111호에서 마련되는 좌담회는 르 클레지오 교수 외에 송기정 원장과 정명교(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사회분야 석학의 참여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좌와 좌담회에 관심 있는 재학생과 교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