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제기된 141개 문항 심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2일 치른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 접수된 이의 신청을 심의한 결과 문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시험을 치른 12일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 이의 신청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 신청은 모두 90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문제 및 정답과 관련 없는 의견 개진, 취소, 중복 등을 제외한 실제 심사 대상은 141개 문항이었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제기된 이의에 대해 평가원은 관련 학회 자문,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141개 문항 모두에 대해 ‘문제 및 정답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평가원이 수능 이후 지난 16일까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접수받은 이의신청 건수는 모두 909건이다. 이 가운데 시험 운영상의 문제나 불만 등 문항과 관련 없는 문제제기를 제외한 순수 문항 관련 이의제기는 713건, 141개 문항으로 집계됐다.

평가원은 “문제가 제기된 문항과 관련된 학회에서 자문을 받았으며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의심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141개 문항에 대해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만 1105건에 달했다.

올해 이의신청이 가장 많았던 문항은 물리ㅣ의 6번 문항으로 모두 71건이다. 문제에서 보기로 든 ‘정지에너지’라는 개념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문제 제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평가원은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도 정지에너지 개념을 다루고 있다고 판단했다.

평가원은 “교육과정에는 질량-에너지의 동등성이 중요 내용으로 나오는데 ‘정지 에너지’는 이 질량-에너지 동등성에 포함된 개념”이라며 “정지 에너지란 개념 사용이 교육과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리ㅣ6번 문항>

메가스터디 이원준 강사가 오류라고 지적한 국어A형 19번 문항도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다. 19번 문항은 광통신 필수 장치인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에 대한 지문을 제시하고 내용과 일치하는 보기를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은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고 설명한 보기 ‘2번’이다.

하지만 이 씨는 “물리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자가 없어도 전자-양공 쌍이 발생할 수 있다”며 “광자 입사가 전자-양공 쌍 발생의 필요조건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는 보기 2번은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가원은 “해당 문항은 지문에 설명된 전체 내용을 이해해 답지를 판단하는 문항”이라며 “특정 문항에만 주목해 답지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어A형 19번 문항에 대해 문제 제기는 5건이다.

<국어 A 19번 문항>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수능에서는 출제 오류가 발생한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크게 논란이 된 문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원준 강사 "전원 정답처리해야, 행정소송 낼 것"

평가원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입시 강사 및 수험생들은 평가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수능 직후부터 국어영역 A형 19번 문항이 '출제오류'라고 주장해 온 이원준 메가스터디 국어강사는 이날 "해당 문항은 국가시험에서 요구되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출제오류"라며 "부당한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이 요청할 경우 행정소송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문에서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가 생성될 수 있다'라고 가능성을 진술하고 있고, 정답지는 '전자가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라고 단정지었다"며 "실제로는 광자가 입사되지 않아도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제시문과 정답지에는 이런 가능성을 어디에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그는 "이 문항이 출제오류라는 수험생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씨는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의 고3 모의고사 당시에도 국어 B형 19번 문항에 대한 이의를 신청, 전원 정답처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실제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앞서 2년 연속 출제오류에 휩싸인 수능의 위상과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공신력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체제가 들어선 1994년 이후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 등 5번이다.

평가원은 심사 결과와 함께 이의 제기가 된 대표적인 문항 11개에 대한 상세 답변을 홈페이지(kice.re.kr)에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