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초 부임 후 매일 아침 등굣길은 축제의 장
교장실 없애는 등 경직된 학교 문화 바꾸기 앞장

김갑철 보라매초 교장과 함께 등굣길 인사에 나선 학생회 임원 학생들.(사진=지성배 기자)
김갑철 서울 보라매초 교장과 함께 등굣길 인사에 나선 학생회 임원 학생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공경합니다”(학생), “사랑합니다”(교장)

서울 보라매초등학교의 아침 등교 시간, 교문 앞에는 ‘공경’과 ‘사랑’이 넘쳐난다. 학생들은 슈퍼맨 복장과 도라에몽 탈을 쓴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공경’을 외친다. 덕분에 바쁜 등교와 출근길 골목은 사람들의 미소와 카메라 셔터 음으로 가득 찬다.

보라매초등학교 등굣길은 웃음이 가득한 골목으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올해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김갑철 교장이 있다.

그는 3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슈퍼맨 복장을 입고 교문에 나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학생회 임원들은 도라에몽 탈을 쓰고 함께 한다.

비가 오면 머리에 떨어지는 비만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몸소 맞으며 행동으로 실천해 온 김 교장은 왜 아침마다 슈퍼맨 복장을 하고 교문 앞에 나서는 것일까.

“교장이라고 하면 다들 권위를 생각하잖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학부모와 소통이 잘 되는 교장이 되고 싶었어요. 우선 나의 체면과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의 진심이 통했을까. 교문과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교장선생님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반가운 것은 학부모다.

“우리 시대 교장선생님은 교장실에서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다가가기 어려웠잖아요. 아침 조회 시간 훈화하시던 교장선생님의 근엄한 모습에 섣불리 말을 걸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교문 앞에서 아이의 손을 놓고 인사를 하게 된다는 한 학부모는 "자신의 학창시절 피해 다니기 일쑤였던 교장선생님을 생각하면 보라매초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볼 것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이전까지는 교장선생님 얼굴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학교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렇게 직접 등교를 챙기시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정서적으로 가까움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학부모 단체 톡방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인이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학부모들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모습조차도 소통이 잘 되는 증거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좌)김갑철 교장과 함께 등굣길 캠페인에 나선 학생회 임원 학생들과 (우)슈퍼맨 복장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직접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누는 김갑철 교장.(사진=지성배 기자)
(좌)김갑철 교장과 함께 등굣길 캠페인에 나선 학생회 임원 학생들과 (우)슈퍼맨 복장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직접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누는 김갑철 교장.(사진=지성배 기자)

실제 학생들 또한 이 같은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가끔은 학교 오는 게 귀찮고 짜증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직접 아침에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주시니 보살펴주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요. 교장실도 항상 열려 있어 언제든 찾아갈 수 있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김갑철 교장은 왜 이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학교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갑질이 아닌 모두가 평등한 상태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는 법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 그는 교장실을 과감히 없애고 ‘행복 나눔실’로 바꿨다. 행복 나눔실에는 교장선생님의 컴퓨터 책상과 함께 커다란 회의 탁자가 놓여있다. 이 회의 탁자의 주인은 바로 학생회 임원들이다.

손수 교장실을 학생들에게 내어줄 정도로 아이들과의 친근감을 과시하는 그는 이제 교직 생활이 10여년 남았다. 그가 학생 수 1600명이 넘는, 구성원의 빈부격차가 큰 이곳 서울보라매초의 문화 바꿈 운동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마을 속에서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포부와 아침마다 빼놓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슈퍼맨 복장을 하고 도라에몽 탈을 쓰는 그의 꾸준함에서 이미 학교 변화는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