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파업이 있던 지난 주 대체 급식으로 나온 점심 급식.(사진=최창진 교사)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파업이 있던 지난 주 대체 급식으로 나온 점심 급식.(사진=최창진 교사)

“선생님~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 안 오는 거 에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식단 안내가 없어요!!!!!”

화요일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우리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데, 학생 한 명이 묻는다. 나는 무슨 소리인가 해서 다시 물어보니 급식실 벽에 붙어 있는 식단 안내판에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학생 말이 맞다. 평소에는 밥과 국과 반찬 메뉴가 요일별로 적혀있는데 분명히 비어있다.

역시 학생들은 예리하다.

“선생님~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특수지도사 선생님도 안 나오십니다. 3일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반에는 통합지원반 학생이 있어서 특수지도사 선생님이 항상 교실에 상주해 계신다. 국어, 수학 시간에는 통합지원반에 내려가서 특수교사와 공부하지만 그 외 모든 시간은 우리 반에서 모든 걸 함께 한다. 하지만 통합지원반 학생은 친구들과 다르기 때문에 특수지도사 선생님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3일 동안 전국학교비정규직 파업이 진행되었다.

급식실 문은 닫혔고 학교 급식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빵과 떡, 음료와 과일 등의 음식으로 대체 급식이 진행되었고, 교실에서는 특수지도사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다. 매일 당연하게 생각했던 급식이 나오지 않고 특수지도사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니 순간 난감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파업으로 인해 급식이 변경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 일부.(사진=최창진 교사)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파업으로 인해 급식이 변경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 일부.(사진=최창진 교사)

가정통신문을 배부하고, 학부모 밴드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 대체 급식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음식을 가져와도 된다고 안내한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매일 먹는 급식도 좋지만 이렇게 특별식(?)을 교실에서 친구들과 먹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고 좋은가보다. 나는 혹여나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불편함을 호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출근 길 매일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르는데 유독 김밥과 샌드위치의 종류와 개수가 많아졌다. 혹시 대체 급식으로는 부족한 아이들이 먹을 것을 사러 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침마다 편의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먹거리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들 걱정이 되었다.

“자, 3일간 대체 급식이 나왔는데 솔직히 어땠니? 선생님부터 이야기하면 솔직히 밥을 먹고 싶었어. 마지막에는 떡만 먹고 빵은 먹지를 못했거든.”

“저는 4층인 우리 교실에서 먹으니 옆 건물 1층 급식실까지 가지 않아서 편했어요. 그리고 1년에 한 번이라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고, 밥 대신 빵을 먹으니 좋았어요.”

“저는 양이 부실해서 학교 급식이 생각났어요. 밥이 너무 먹고 싶었고, 솔직히 우리 엄마도 많이 걱정하셨어요. 그래서 빵 먹는 게 안 좋아요.”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학교 급식이 왜 나오지 않는지 묻는 학생이 떠올랐다. 당연했다. 매일 먹는 학교 급식이 갑자기 나오지 않으니 이상했고, 궁금한 것은 무조건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자고 강조했던 터라 아이들은 숨기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볼까?”

다양한 언론사의 뉴스 영상을 보며 아이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파업, 노동 등의 어려운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 진행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리종사원 분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선생님~ 저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모습 실제로 본 적 있어요. 저희 스승의 날에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분에게 편지를 썼잖아요. 저는 그때 조리종사원 분들에게 편지를 썼거든요? 그때 가보니 엄청나게 큰 대형 솥에다가 국도 끓이시고 반찬도 만드시는 걸 본 적 있어요. 저는 라면 4개 끓이는 것도 힘든데 말이죠. 그리고 우연히 조리종사원 분들 쉬시는 공간을 본 적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좁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 비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쉬시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우리 반이 저번 달에 급식 배식 할 때요. 20-30분 하는데 팔이 너무 아팠거든요. 그런데 매일 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점심을 만들어주시고 배식해주시고 뒷정리까지 해주시는 게 새삼 감사했어요. 화상을 당하고 근골격계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급식은 그냥 ‘짠’하고 나오는 줄 알았거든요.”

아이의 말에 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교사가 모르는 부분을 학생들은 알아채고 관찰하고 있었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은 개선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지금은 학교에 있지만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것이고, 아이들이 미래의 사회인이 되었을 때 불합리한 여건 속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일하기를 강요받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가 적은 조리종사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학생은 "앞으로는 안 남기고 맛있게 먹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교사의 반 아이가 적은 조리종사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학생은 "앞으로는 안 남기고 맛있게 먹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최창진 교사)

다음 주 부터는 학교급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조리종사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봤다. 학교 안에는 교사 말고도 조리종사원, 특수지도사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진정한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믿는다. 특히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모든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는 급식 먹을 때 맛없는 것은 버리고, 맛있는 것만 먹으려고 했는데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열심히 음식을 만드시는 영상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안남기고 맛있게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