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교 교사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에 대하여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갑자기 쇼파에 누워 있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우리 동아리 이름을 고...민하면서 소...통하는 오...학년과 일...학년의 앞 글자를 따서 ‘고소한 오일’, 어때요?”

“와~ 좋아요!”

“어쩜... 이리 좋은 생각을...”

[에듀인뉴스] 일요일 오후, 수업동아리 밴드에 글이 올라오자 댓글이 하나 둘 달린다.

‘주말에 쉬시는데 연락드린 점 먼저 양해 바랍니다. 연락을 드린 이유는 수업동아리 관련 연수를 진행하기 위해 협조 차 연락드립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짧은 문자를 보고 장학사님의 기획 의도에 몇 가지 의문이 생겨서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전화주신 유일한 분이시네요”라는 말씀을 하시며 반가워하신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 관련하여 연락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을 갖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현시대 흐름에 비추어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지 않은 우리 동아리 선생님들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 퇴근 후에도 교육활동과 관련해 함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 편하게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 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분들 속에 깊이 함께 하고 있는 나는 과연 워라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사진 출처=맥스무비)

문득 작년에 보았던 ‘완벽한 타인’ 영화 엔딩 크레딧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이 순간 떠오른다. 작년 가을 오래도록 생각을 머물게 했던 블랙코메디이다. 영화에 대한 여운이 남아 송별회 파티에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에 대해 열띠게 토론했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저는 한 개인 안에서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이 구분되지 않아야 일관성 있게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로서 있을 때와 한 인간으로 있을 때의 모습이 같아야 혼란스럽지 않고 단순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가 수행인 것 같기도 해요.”

“교사로서의 삶을 공적인 삶이라 보았을 때, 학생들 앞에서 내가 편안할 수 있는 진짜 나대로 살게 된다면 과연 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교사로서 삶은 최선을 다해 모범적으로 살고, 개인적인 삶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편안하게 살아야 숨 쉬시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굳이 둘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일치시키지 않았을 때 활력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학부모들과 만나면 불편해요. 개인으로서의 나를 나타내기보다는 공적인 나로 모범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불편한 지도 모르겠어요.”

오랜 시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서로의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로 토론 주제에 대한 엔딩점을 찍었던 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진행형으로 마무리된 토론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듯하다. 내가 꿈꾸는 통합된 나‘를 만들어가는 삶이 주는 효용성을 좀 더 쉬운 언어로 표현해내지 못한 아쉬움인 듯도 하다.

그렇다면 일과 후에도 공적인 일로도 편하게 소통하고 있는 동아리 선생님들의 모습을 ‘워라밸’과 연결점을 가질 수 있는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관계로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없을까?

이런 의문점을 갖고 있다 보니 우리 동아리 선생님들의 삶의 모습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교사로서 하고 있는 교육 활동의 질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다 보니 한 개인으로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시는 모습이 보인다. 공적인 나의 발전이 사적인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만족감과 성취감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다 보니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 보인다. 일과 후에도 일부러 교육활동 구상을 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몸은 편안하게 소파에 머물러 있지만 생각은 즐거운 상상을 하고 계신다. 시공간을 초월한 즐거운 상상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 상상의 주제가 단지 교육활동일 뿐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언젠가는 교사로서 삶과 한 개인으로서의 삶의 균형감을 맛보시겠지? 아니, 이미 몇 몇 분들은 이 맛을 제대로 느끼고 계신 지도 모른다.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을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정도로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지? 나는 내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나?’를 순간순간 캐묻다보면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의 간격이 아주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스물스물 내 안으로 찾아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