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콤플렉스일 뿐!...다양함 인정하는 사회 되길"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이제 한 발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단결로 이겨내자.”

지난 6일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 닻을 올리고 긴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세계최초인 장애인교원노조는 전국 약 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장애인 교원의 권익 및 전문성 신장에 앞장설 예정이다.

학교 등 교육 현장에서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담임 등 보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교사 평가, 성과급, 인사 등에 모두 관련되어 간접적 차별을 낳는다고 한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불편함은 있지만,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제도적으로 함께 극복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이날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인호 위원장은 먼저 장애인 교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담보조인력, 보조공학기기 등의 지원이 활발하면 업무 수행의 불편함이 감소해 직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회원들의 자존감이 높아져야 자연스레 교수학습에서의 효과도 높아지며 이는 학생, 학부모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장애인 교원을 바라보는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홍보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제 감격스러운 첫발을 뗐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과 남은 과제가 산적한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의 출범식 날, 이인호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아래는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6일 출범한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인호 위원장. 이 위원장은 "회원의 자존감을 높이는 노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6일 출범한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인호 위원장. 이 위원장은 "회원의 자존감을 높이는 노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6일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 출범하며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소감이 어떤가

‘감격적’이란 단어로 지금의 느낌을 대변하고 싶다.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되어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조’가 드디어 출범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벅차게 한다. 3~4년 전부터 장애인교원노조 출범을 고민해 왔다. 이제 한 발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기대와 희망만으로는 우리 노조의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 이번에 선출된 임원들과 함께 그리고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장애인교원의 존재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실제 학교에서 몇 명 정도 근무하나. 이들은 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그래서 장애인교원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교원은 약 5000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원 비율로 따지면 1.5% 정도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장애인 의무고용 조항에 의거 사회 각 분야의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교원의 수도 이 법률에 따라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교원도 다른 일반 교원과 똑같이 학생을 가르치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담임 등 중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이는 교사평가나 성과급, 인사 승진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조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노조 출범 계기는 무엇인가. 준비 기간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각 급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교원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장애인교원을 대변해 줄 만한 단체는 거의 없어 개인의 고충은 각자의 몫이었다. 물론 동료 비장애 교사와 호의적인 관리자의 관심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조 결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각, 지체, 청각 등 다양한 장애가 있는 선생님들의 생각을 모아내고 참여를 끌어내는 데에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노조에 대한 심리적 이질감이나 낙인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든 것 같다. 그 마음을 알지만 그래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함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든 것 같다.

(좌)'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조' 출범식 날 참석한 회원 교원들과 (우)초대 위원장 및 임원 선출을 위한 투표함에는 참석한 회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은 투표 용지.(사진=지성배 기자)
(좌)'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조' 출범식 날 참석한 회원 교원들과 (우)초대 위원장 및 임원 선출을 위한 투표함에는 참석한 회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은 투표 용지.(사진=지성배 기자)

▲출범식에서 교권 보호 활동, 근무 환경 개선 등의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장애인 교원이 현장에서 겪는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예정돼 있나

개인마다, 각 장애 영역마다 장애인 교원들의 고충은 상이하고 직무만족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자존감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장애인 교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업무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부터 하려고 한다. 전담보조인력, 보조공학기기 지원, 연수 또는 교육청 메신저의 접근성 문제, 상담 창구 부재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장애인교원 개개인의 고충을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부와의 교섭은 물론 다양한 여론 활동을 통해 장애인교원의 교권 향상에 힘쓸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해 보인다. 대국민 홍보 활동이 필요해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록률은 5% 수준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은 10%가 넘고 북유럽이나 호주 등의 나라는 20%대에 이르기도 한 것을 보면 한참 미흡한 수준이다. 결국 어디까지를 장애로 보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다양한 여론 활동에 앞장설 것이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 미디어, 인터넷, 사회 지도층 회합 등 다양한 곳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에 앞장서려 한다.

▲장애인교원노조 출범에 교사노조연맹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하던데. 앞으로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오는 데 교사노조연맹이 많은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교사노조연맹 산하로 들어가 활동할 것인지, 단독 노조로 활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동수가 나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다시 논의 테이블을 만들 예정이다.

우리는 어떠한 위치에서든 평등한 교육 실현, 차별 철폐 등 정의로운 가치의 편에서 연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국민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다양함 안에는 장애인도 포함된다. 따지고 보면 우린 모두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도 있을 것이다. 장애도 콤플렉스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 우리가 세상의 다양함을 인정할 때이다.

앞으로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조’의 발자취에 관심과 함께 많은 응원 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