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

[에듀인뉴스] 최근 교육, 일자리 등 청년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회문제들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청년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자 사회활동 참여를 높여가고 있다. 20대 정치인의 탄생은 물론, 각종 사회활동단체의 대표를 청년이 직접 맡으며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청년들이 바라는 세상을 독자에게 알리고자 ‘전지적청년시점’을 연재한다.

지난 9일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 13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재지정 취소되는 결과를 받았다.
지난 9일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 13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재지정 취소되는 결과를 받았다.

그래서 현 정부는, 시도교육감들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것인가.

수시와 정시 비율, 유치원 3법, 자사고 존폐 논란, 지난 2~3년간 우리가 치열하게 논쟁해 온 주된 교육 이슈들이다. 이것은 과연 우리 교육정책의 당면한 1번 과제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회, 국정의 온 책임자들이 나서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일도 아니고, 무언가 바꾸고 없애는 일에 이만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가.

여전히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 중고교 6년, 도합 12년을 선생님 얼굴과, 친구들 뒤통수만 보며 입시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 대학에 가서라도 진로를 찾으면 모르겠지만, 거기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전선부터 잘 못 그었다.

AI를 필두로 한 기술의 진보는 시장과 일자리를 전에 없던 형태로 바꾸어 가고 있다. 아이들은 스무 살이 넘어서도 부모님이 살아왔던 세상의 시선과 경험으로는 알 수 없는 전혀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가야 한다.

평생직장 개념은 없어지고, 일의 형태는 다양해진다. 산업과 시장의 최전선에서는 융합형, 적응형 인재를 선호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그러면 우리는 무엇부터 변화시켜가야 할지,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할 때이다.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취임 일성이 미래교육위원회 구성 등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1번 공약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학교에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해야 할 일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좌표를 전혀 다른 곳으로 찍고 나아가고 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평준화 논쟁’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자사고 문제도 평준화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사고는 관련 법령에 의거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이다.

애초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고, 우등반 모아놓은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2020학년도 자사고 재지정 현황. 올해 평가 대상 24개 자사고 중 11개 자사고가 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자료=교육부)
2020학년도 자사고 재지정 현황. 올해 평가 대상 24개 자사고 중 11개 자사고가 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자료=교육부)

다만 이것은 자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전반의 문제이다. 자사고에서 의대를 너무 많이 보내 문제라고 하지만, 의대를 가고 싶은 것은 자사고 학생들이나 일반고 학생들 모두의 바람이다.

자사고를 없애면 잠자는 일반고를 깨울 수 있을까. 자사고를 없애면 미래 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일반고의 문제는 뛰어난 학생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 커리큘럼과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만들더라도 수용할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사고에서 진행된 수많은 교육실험의 성과물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필요하다면 교육실험의 성과물들을 일반 고등학교로 부단히 공유해 가는 것이 정상이다. 직접적인 국가지원은 받지도 않는 자사고의 교육 인프라 자체를 송두리째 없애려고 하는 것이 비정상이다.

현재 상황은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근거 없는 기대감, 특정 소수만 양질의 교육을 받게 놔둘 수 없다는 열패감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글로벌 세상에 살고 있음을 망각하면 안 된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과 환경 위에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전 세계와의 적극적 교류 속에서 번영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가운데 각 분야 글로벌 최고 인재들과도 경쟁을 해나가야 한다.

교육책임자들이 할 일은 획일화, 정형화된 교육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에 맞는 어린 인재들의 능력과 개성을 계발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래 우리 교육은 다양성을 갖춘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10가지의 인재형이 필요했다면, 앞으로 100가지, 1000가지 인재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똑같은 교실, 선생님, 교과서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 기술의 진보가 만든 에듀테크라는 무기도 준비되어 있다.

학교는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과 플랫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와 매칭이 되는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도 학생들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와 주요 시도교육감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축구선수 이강인처럼 그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같은 출발선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놔주는 것이 맞다. 거시적인 국가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자식의 이야기라 생각해보면 쉽다. 재능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더 잘 발현될 수 있도록 키워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사고를 없애자면서도 자기 자식은 둘 다 외고에 보낸 조희연 교육감이나, 실거주지가 아닌 곳으로 딸의 주소를 옮겨 특정학교를 보내고자 했던 유은혜 교육부총리나, 아들을 공교육으로 키울 수 없다며 귀족학교라 불린 대안학교에 보낸 심상정 의원이나, 모두 내 자식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나은 환경에서, 가진 능력을 더 잘 키워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엄마, 아빠의 바람이고 교육당국, 책임자들의 미션이다.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과 실험은 없고, 앞으로도 수시와 정시 논란, 자사고 존폐를 비롯한 평준화 교육 논란에 빠져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헬조선 안에 갇힌 포기세대를 양산하는 일이다.

이런 지지부진한 과정이 계속될수록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 아이들을 같은 출발선에만 세워놓고 바보 만들지 말자.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