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국회 세미나서 발표
"정부 교육혁신 철학과 실천방향 길을 잃었나?"
정책 도입?..."교사들의 공감과 학부모 동의 필수"
"2022개정교육과정, 2028 대입정책 함께 발표해야"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지난 9일 열린 고교학점제 토론에 나서 "고교학점제의 성패는 교사와 학부모의 동의가 필수"라고 말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9일 열린 고교학점제 토론에 나서 "고교학점제의 성패는 교사와 학부모의 동의가 필수"라고 말했다. 2019.7.9(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교육부는 지난 9일 국회에서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고교학점제 점검과 진단’ 세미나를 열고 고교학점제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교육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①고교교육은 대입에 종속되어 획일적 교육과정 운영

②지나친 성적 경쟁을 유발, 학교가 소수 상위권 학생의 입시성과 기준으로 이루어짐

③일반고의 학력과 학습의욕 저하로 공교육의 위기 심화, 교육과정과 학교의 혁신을 위한 현장 동력 약화

이에 대한 개선방향으로 “①교육과정을 학생이 선택함으로써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자로서의 성장 견인 ②수업·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 강화, 모든 학생에 대한 책임교육 실현 ③민주적 학교문화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지원하는 배움터 조성”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위에서 언급한 개선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등학교 교육의 방향을 고교학점제로 설명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실현되면, ▲학생이 자신이 배울 과목을 선택하여 대입에 종속된 획일적 교육과정이 아닌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수업·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을 강화하여 소수의 상위권 학생 중심이 아닌 모든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지닌 교육이 가능해지고 ▲학생들이 선택할 과목 선택권을 위해 교육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수업·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위한 민주적 협의가 이루어지는 학교문화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배움의 경험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어 보인다.

이광우(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는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 조성 방안 탐색’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수업시수 조정, 학교 밖 학습경험 인정 등을 제시했다.

학생 중심의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 시간표 구성의 유연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현행 주당 34시간 수업시수는 학생 중심의 수업시간표 구성이 어렵다고 보고 이를 위해 이광우 박사는 주당 수업시수 감축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그는 고교 3년간 학생들이 취득해야 할 졸업 최소 학점을 두 가지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 단일 기준 적용할 경우 1안은 학기당 주당 2시간 정도 감축하는 방안으로 현행에 비해 총 12학점이 감축된다. 이 안은 현행 졸업 이수 단위를 최소로 감축하는 방안으로 주당 학생의 평균 수업시수는 32시간이 되는 셈이다.

2안은 학기당 주당 4시간 정도 감축하는 방안으로 총 24학점이 감축되어 수업시수의 감축이 현행에 비해 많이 감축되는 방안으로 학생의 평균 수업시수는 주당 30시간이 되는 셈이다.

교육과정최소이수학점과 졸업최소학점을 분리하여 적용하는 방안에 있어서 ‘교육과정최소이수학점’은 “학교가 개설하여 학생이 필수 또는 선택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의 총학점수”를 의미하며, 졸업 최소 학점은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필요한, 이수 기준을 통과한 과목의 총 학점수”를 말한다.

분리안에 있어서 1안과 2안의 차이점은 졸업 이수학점은 180학점으로 동일하되, 교육과정최소이수학점이 각각 192학점, 204학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교 3년간 졸업 이수 단위가 조정이 되면,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현행 교과 180단위,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가 조정의 대상이 된다. 위 표에서와 같이 이에 대해서는 총 학점 수만 국가 수준에서 제안하고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중 무엇을 감축하여 구성할 것인가를 단위 학교에서 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삼향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지난 9일 열린 고교학점제 세미나에서 "올해 경기도에서 전체 학교의 20% 정도를 연구 선도학교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도는 정부 계획보다 앞선 2022년 안정적 완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김삼향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9일 열린 고교학점제 세미나에서 "올해 경기도에서 전체 학교의 20% 정도를 연구 선도학교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도는 정부 계획보다 앞선 2022년 안정적 완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9.7.9(사진=지성배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를 2022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임을 발표하였다.

고교학점제가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데,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과목 선택권 보장(학생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 가능), 교육과정 체제 확대(단위 학교 한계를 넘어서는 교육과정 운영 범위 확대), 학생이 선택한 수업, 학생진로교육 강조,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 성장 중심 평가(과정중심의 평가, 교사별 평가 가능 등) 등의 학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고교학점제 발표 자료에 보면, 고교학점제 성공적 시행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한다고 하였다.

△졸업기준 단위수 축소

△일반고 학급당 교사수(1.95명)를 외국어고(2.05) 및 특성화고(2.15명) 수준으로 상향하고 교육부는 이를 교원 정원에 반영

△다(多)교과 지도교사 역량 강화 및 지원

△나이스 연계 시스템 개선(수강신청 프로그램의 나이스 연계) 

△시설 환경 재구조화 

△진로교육체제 강화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고교학점제 성공을 위한 제언

새로운 교육과정이 제시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새로운 학교 변화, 새로운 교육정책의 변화를 발표할 때마다 화려한 발표 문장들에 공감하고 때론 부담을 느끼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과연 될까?” 아니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또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었으니 뭔가 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치부하면서 현장의 교사들은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의 전단계인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학교현장은 변하고 있다. 굳건하게 이어져오던 교사 중심의 교육과정과 수업이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과 과정평가 등으로 변하고 있다. 연합형교육과정을 통해 학교 내에서 개설되기 힘든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한 찬성비율도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높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면서 몇 가지 제언하려 한다.

첫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비전과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방향성을 잃다가 좌초하기 쉽다. 원래 현 정부의 공약은 2022학년도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지난해 8월에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에서 2025학년도에 실시한다고 하면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겼다.

지난해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대한 교육부 발표에서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고교체제개편을 패키지로 묶어서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그 진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학생 스스로 시간표를 작성한다. 교사 주도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수업 대신 다양한 형태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한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창의적인 다양한 수업을 위해 치열한 내신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성취평가제’에 기반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학교교육 정상화를 꾀한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진로과목에 한해 성취평가제를 실시한다는 점, 3과목 정도의 진로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정도이다. 전과목의 성취평가제 실시, 교사개별 평가 실시 등은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교과목을 소화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데, 교사 양성에 대한 계획도 시도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대입제도에 있어서도 2022학년도 대입부터는 수능위주전형으로 30% 이상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강권하였다.

고등학교 교육의 혁신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 실천방안에서 방향성을 잃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둘째, 교사들의 공감과 학부모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교사들에게 다(多)과목을 요구하면서 학생부 기록, 행정업무까지 요구하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 밖 학습경험의 학점인정이 교수 수급에 미칠 영향도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업무가 과하면 쉽게 공감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교사들에게 다(多)과목을 요구하면서 부전공 연수 등을 공언하고 있는데, 실상 복수전공자격연수 실시 현황을 보면, 교육부 주관으로 시도 연합으로 임시교원양성기관 설치를 통한 복수전공자격취득과정을 개설한다.

2017년에 실시되었던 내용을 보면, 연수 이수시간은 750시간(50학점) 이상이었고, 연수는 약 6개월이 소요되었다. 개설된 과목과 연수 실시 기관을 보면, 2015년의 경우 국어 5명(교원대), 역사 5명(대구대), 체육 1명(충남대) (총 11명), 2016년도의 경우, 역사 3명(대구대), 체육 1명(충남대) (총 4명)이었다. 가정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 혹 어린 자녀가 있는 선생님의 경우에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거창한 선언은 쉬우나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각 교육주체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아주 세밀하게 심도 있는 분석과 준비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추진 동력이 매우 약화된다는 점은 이미 새정부 들어 대입정책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때 가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육부, 교육청, 단위학교, 대학이 힘을 합쳐서 현재와 미래의 학부모들, 심지어는 일반 국민들까지도 대상으로 해서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

현 정부는 목소리 크고, 다수의 여론이 일어나면 교육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포기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교육도 정치라는 새로운 타입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교육 정책을 펼쳐나가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보다 정교한 학부모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지혜와 교육혁신에 대한 열정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2028 대입과 2022 차기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패키지로 묶어 발표해야 한다

교육부는 2022 차기 교육과정 개정 고시, 2025 고1 전 과목 성취평가제 예고했다. 안타깝게도 그에 따르는 2028 대입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과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성공적이라고 하기 힘든 이유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무관했기 때문이었다.

늘 교육과정과 대입은 엇박자였다. 이를 위해 교육부 내의 부서별 칸막이를 무너뜨리고 TF팀을 구성해야 한다. 대입제도, 학사운영, 환경시설, 예산, 인사 등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현재도 2022 대입제도 발표가 학교현장을 부담스럽게 돌아가게 하고 있고, 연합형교육과정 이수도 배움의 경험과 배움의 성장으로 인도하는 배움의 즐거움보다 대입에 유리하니까 과잉해서 이수하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학교밖 학습경험도 학점으로 인정하면 배움의 경험과 성장이 아니라 스펙관리가 될 수도 있다. 활용에 대한 엄격히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의도의 제도와 정책이 개인 혹은 학교의 이익과 만나 왜곡과 비정상의 상황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학생 선택권 보장의 2015개정교육과정도 평가기준에 대한 변화가 없이 진행되면서 여전히 문·이과 구분의 학생선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선택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가능하게 하고, 성취기준에 입각한 수업설계와 과정중심의 평가를 통해 협업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며, 학생 한명 한명에 대한 기초학력을 책임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했으면 한다. 아니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의 2022개정교육과정과 2028대입제도가 패키지로 연구되고 발표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와 대입개혁이 수레바퀴처럼 같이 움직여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