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 청년교육학회 대표

박창원 청년교육학회 대표
박창원 청년교육학회 대표

[에듀인뉴스]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끝으로 전국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마무리됐다.

서울시의 경우 경희고, 이대부고, 세화고, 중앙고, 배재고, 신일고, 숭문고, 한대부고 등 8개교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그 외 시도의 경우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전북 상산고가 지정취소 처분 결정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학교의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으며,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들끓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번 자사고 재지정 취소 조치는 합당하며,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취소 조치는 정당한 법과 규칙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합당하다. 제도·정책적으로만 살펴볼 때, 이번 취소처분을 받은 학교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취소 처분이 내려진 것이 아닌, 기존의 기준을 맞추기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정부 교육 정책 기조가 자사고 폐지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자사고들의 재지정 취소를 위하여 평가 기준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물론 변화가 없지는 않았으나 5년 전의 평가의 기본 지표들은 거의 유지가 됐다. 점수가 70점으로 동일하며, 교육청 재량점수가 10점에서 12점으로 2점 상승했고, 그 외 감점의 폭이 약간 늘어난 정도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경우 2014년 1기 재지정평가에서 경희도, 이대부고, 세화고, 중앙고, 배재고, 우신고 등 6개교는 지정취소를, 숭문고, 신일고 등 2개교는 지정취소 2년 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평가에서는 우신고가 빠지고 한대부고가 들어왔다.

이를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작위적인 자사고 죽이기로 보기는 힘들며, 지난 10년 간 자사고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한편,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사고의 존재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로 우선 고교서열화에 따른 교육 평등권 훼손 문제가 있다. 자사고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생’을 긁어모으고 있다. 이는 학교별, 지역별 교육 격차 및 학력 격차를 야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교육 평등권의 심각한 훼손을 낳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있다. 즉, 헌법에서 교육 평등권을 보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자사고의 학생 긁어모으기에 따른 고교서열화, 그리고 고교서열화에서 비롯된 교육 격차 및 학력 격차는 균등하지 못한 교육 환경을 낳고 있다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과거 우열반의 경우 인권위에서 헌법 11조 평등권에 대한 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우열반과 자사고는 단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본다. 우열반이 반 단위였다면, 자사고는 학교 단위라 볼 수 있다.

 

혹자는 자사고가 없다면 ‘우반’에 속한 학생들, 즉 수월성 교육 대상자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게 되어 학생 수준의 전반적 하향평준화를 낳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초중고교 교육은 효율보다는 평등에 중점이 맞춰져야 한다.

가치관 확립 중인 청소년에게 효율만을 강조하고, 서열화를 당연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이 평등을 추구하는 모습을 찾기란 힘들 것이며, 사회는 차별만 남게 될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본인의 돈을 지불하고 본인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을 국가에서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교육에서만큼은 반드시 자본의 개입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 31조 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쓰여 있다. 또 교육기본법 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말한다.

물론 자사고의 입학 전형에 사회통합전형 등이 있기는 하나 그 정원이 적을뿐더러 서울시교육청이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참고했을 때 사회통합전형에 대한 자사고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을 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미래세대이며, 그러므로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만큼 자본과 거리가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자사고 지정 취소는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 중심 교육의 탈피를 향한 한 걸음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불평등뿐만 아니라 자사고는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에 본래의 교육 목표의 상당한 훼손을 낳고, 입시 중심 교육을 부채질한다는 중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 교육 결과를 발전시켜 국민으로서 필요한 품성과 기능을 기르기,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해 능력과, 이에 대한 건전한 비판력을 기르기, 일반교양과 전문 기술을 길러 개성에 맞게 장래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돕기, 신체 기능의 향상을 도모하기 등의 목적을 갖고 있다.

더욱이,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다.

그러나 자사고의 학생 선발 방식 등으로 인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자사고에 입학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교육과 입시가 동어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입시만이 유일한 목표로 남는 이 상황에서 자사고는 입시 중심 교육을 부추기며,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고, 이는 발전하는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처분으로 공교육의 정상화와 입시 중심 교육의 탈피를 꾀하여 한층 더 성장하는 한국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교육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이자, 맛보기다.

 

이번 결정이 평등의 가치를 높이고, 정상적 교육을 통한 정상적 사회로 향하는 큰 발자국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어 더 나은 미래 한국 사회가 찾아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