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교 교사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3~4교시, 70여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배움과 성장,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교 철학에서 나온 우리 학년의 교육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대화를 시작했다. (사진=김경희 교사)

[에듀인뉴스] “학기말 이여선지 학생들이 들떠있어 힘드네. 처음으로 학교 오기 싫다는 생각을 했네.” “저도 그러네요. 요즘 입맛도 없어요.” “신경을 많이 써서 일까? 기침이 좋아지질 않네.” 

한 학기동안 열정을 보이시던 선생님들께서 방학을 앞두고 힘들어 하신다. 학기말 학급 규칙을 어기는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무엇이 학생들을 변화시킨 것일까? 과연 방학을 앞두고 들뜬 마음이 진짜 원인일까? 이대로 방학 전까지 보낼 수는 없다. 분명 무언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시기에 다모임을 통해 학년 규칙 실천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실천여부에 집중하다보면 분명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듣기 싫은 말들이 오갈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칫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그렇다면 다모임의 형식을 취하되 내용을 달리해보면 어떨까?

고민 끝에 순간적으로 ‘학생 교육과정 반성회’를 생각해낸다.

어제까지 교사들은 1학기 교육활동을 돌아보고 2학기를 설계하는 ‘교육과정 반성회’를 이틀 동안 운영했다.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주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 수 있을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1학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상상만 해도 기대감이 크다.

1학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 번 올곧게 세우는 기회로써 역할까지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 학기동안 자신의 학교 생활을 돌아보며, 잘 한 일이나 칭찬할 점, 실천이 안 되서 노력해야 할 점 등을 진솔하게 나눠보고 2학기에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들도 계획해보는 시간을 도전해보자!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3~4교시, 70여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배움과 성장, 공동체’ 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교 철학에서 나온 우리 학년의 교육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대화를 시작해 본다.

이는 ‘학교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곳에서 함께 웃고 울면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들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교육활동의 본질임을 강조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가 해 온 활동 중, ‘배움과 성장, 공동체’의 가치를 잘 나타낸 학년 활동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상바시 팀 프로젝트 활동이요.”

어느덧 학생들에게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팀활동을 바로 1순위로 찾아낸다.

학년 자치프로그램인 상바시 팀프로젝트 활동이 하기 싫어서 힘들어했던 친구들에게 팀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상기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 된 듯 하다. 이제는 다음 주에 있을 방학 전 중간발표회 준비에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70명의 모든 학생들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우리가 한 학기동안 잘 한 일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한 마디씩 발표한다. 앞으로 진지하게 나눠야 할 문제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대화로 시작해야만 하는 가장 의도된 흐름을 밟도록 한 것인지를 학생들은 모르는 듯 하다.

한 학기 동안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해왔음을 온 정성을 다해 칭찬한다. 칭찬받을 만큼 충분히 잘 해주었음에 대한 당연한 표현들인지 모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잘 안되고 있는 몇 가지만 해결해낸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당신들임을 힘주어 말한다.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습관적으로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하고 있어요.” “화장실 휴지통에 휴지를 정확하게 넣지 않아서 화장실을 더럽게 하고 있어요.”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갈 때가 있어요.” “핸드폰 사용 규칙을 어길 때가 있어요.” “교담 시간에 떠들어요.”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먹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려요.”

학생들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낼 때마다 선생님들은 놀라워하신다. 교사가 지도하기 힘들어 하는 문제들이 발생한 원인들을 학생들이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아지신다. 교사가 지도해야 할 힘든 상황들을 학생들도 냉철하게 잘 알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으신 듯 하다. 좀 더 여유를 갖고 학생들과 이렇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을 만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도 서서히 밀려온다.

“그럼, 하나씩 문제 원인을 찾고 원인들 없애거나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학생들은 그들 스스로가 찾은 문제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 하나씩 세워나갔다. 마치 안전하고 튼튼한 보호 장치와 지원망을 구축해가는 느낌으로 말이다.

하루를 돌아보는 오후 시간, 동학년 선생님들과 교재연구실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오늘의 핵심 활동이였던 ‘학생 교육과정 반성회’ 에 대한 폭풍 성찰들이 쏟아진다.

“우리와 나를 구분해, 우리가 잘 한 일과 내가 잘 한 일을 관련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았어요. 조화로운 ‘우리’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 줬어요.”

“다모임하고 와서 5~6교시 학생들 수업 태도가 좋아진 것 같아요. 분명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정확하게 찾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였어요. ‘그동안 내가 규칙을 어긴 몇 몇 소수의 학생들만 바라보고 있어서 힘들었구나’ 하는 위로가 되더라구요. 다수가 이렇게 잘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몇 명만 오로지 바라보며 힘들어 했던 저를 만났어요.”

“저는 저희 반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여준 것을 보고 깜짝 놀랬어요. ‘그동안 내가 아이들의 생각을 안받아줘서 그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반성을 했네요.”

그래!!! 문제가 일어났을 때는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처럼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거야! 단, 최대한 학생들의 입장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발버둥 치면서...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