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를 위한 교원정책 개선 방향은?

정권따라 바뀐 교육정책 수행에 교사 피로도 '극심'
"행정업무는 경감 아닌 폐지가 답"

교육부 연수 만족도 낮아..."다과목 지도 위한 연수 질 함양 절실"
현직 교원 부전공 이수 확대 의미 있어..."연구년제 도입 필요"

[에듀인뉴스] 대학입시와 그에 따른 교과 패권주의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학생이 중심이 되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책임 있게 이수하는 고교학점제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이해하는, 현장을 고려하는, 현장을 움직이게 할 실질적인 교육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정미라 경기 성남 늘푸른고 교사
정미라 경기 성남 늘푸른고 교사

고교학점제 운영의 중심축은 교사다.

현재 고교학점제를 선도학교나 연구학교로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전국 2047개교 중 12%에 해당하는 246개교이다. 2025년도에 본격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나머지 88%의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시행하는 이유로 “학생의 적성, 진로, 수준에 맞는 과목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77.4)에 높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이광우 외, 2017:196)’고 하지만 학생 중심 교육과정 다양화에 참여 의지 여부를 묻는다면 거부하는 교사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교육청과 같이 2022년에 전면시행을 발표한 시도교육청의 경우도 아직 교사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도 제고는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은 이미 각종 교육정책 피로도가 매우 증가한 상태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수많은 교육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고등학교는 여전히 EBS 교재 수업과 서열화 문화가 지속되고 있고, 교사는 지쳐있다.

결국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어도 현장은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고,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나타날 대학입시와 관련된 성적처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다과목 지도는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교 규모가 클수록 다과목 지도의 부담은 덜하겠지만 학교 규모가 작아질수록 다과목지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과목 지도했던 교사는 두 과목, 두 과목 지도했던 교사는 세 과목, 세 과목 지도했던 교사는 네 과목을 지도하게 될 수도 있다. 수업은 항상 평가가 따르기 때문에 평가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결국 교사들이 고교학점제를 반겨야 할 사항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점 이외에 나머지 부분은 모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고교학점제는 교사의 소명의식만을 강조하게 되어 교사의 반발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연착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교육의 질적 성장을 가져오는 교원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이를 위해 첫째, 교사의 행정업무는 경감이 아니라 없어져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원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을 모색하여 적용해왔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많은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교원행정업무 경감 정책으로 업무가 늘어나기도 한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핀란드, 캐나다, 미국 등의 국가에서 교사는 행정업무가 없다. 그래서 교사가 2~3개 과목의 수업과 평가에 몰입하는 체제가 구축되어 있고, 학교 일과 중에 수업과 평가를 준비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또한 담임제도가 없다. 학교의 행정실에 2~3명의 교직원이 담임이 하는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상담교사를 방문하면 된다. 즉, 교사는 학생에게 수업하고 평가하는 교사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 교사가 2~3개 과목의 지도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의 가장 큰 부담은 학생의 생활지도이고 이로 인해 담임기피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교원행정업무는 실제적으로 경감되었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는 교사들에게 고교학점제를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행정업무 경감이 아닌 행정업무 폐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정책이 확정되어 안내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행정전담교사제도 운영이나 교육청 소속 배치 순회교사에 대한 법안 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며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은 기간제 및 시간강사 인력풀을 조직하여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기간제 및 시간강사의 경우 교직에 대한 기본 연수를 실시하여 학교 업무를 바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사의 역할 변화에 따른 다과목 지도 역량 함양 연수를 다양화하고 보급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교양교과군의 심리학과 교육학 연수를 제공하고 있으나 연수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 그리고 현장의 요구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함께 협력하여 연수 교과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2022년 교육과정 개정 시 새로 신설될 과목을 미리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아직 교사들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해도 제고와 더불어 교사의 다과목 지도 역량에 대한 필요성을 안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교원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교사는 누구나 지도할 수 있는 교양교과군의 요구가 높아질 수 있고,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교과 영역의 확장이 더욱 필요해진다.

이에 대한 대비 없이 교육과정 다양화를 추구하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셋째, 현직교원의 부전공 이수 확대를 위해 교사 연구년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교원양성기관도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원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하지만 현직 교사를 재교육하는 것이 준비 시간이나 역량 신장 측면에서 수월한 부분도 있다.

또 고교학점제로 통합, 폐지, 변경되는 교과의 교사들에 대한 대안으로도 현직교원의 부전공 이수 확대는 의미 있다.

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교사 연구년제가 실시되고 있고, 대체적으로 법령에 의해 우수교사를 선발하여 운영할 수밖에 없다.

교과지도의 양적 팽창이 중요하다기 보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성장시켜줄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직교원의 부전공 이수 확대는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학교 근무를 하면서 부전공을 이수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업무 부담이 된다. 이에 국가수준에서 교사 연구년제를 도입하여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다과목지도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도과목이 한 과목씩 증가할 때마다 수업뿐만 아니라 평가와 기록에 대한 부담이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다과목 지도에 대한 교사의 거부감은 크다. 그리고 다과목 지도교사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시·도교육청에서는 다과목 지도교사에게 수업시수를 줄여주라고 하지만, 수업의 질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수업과 평가 연구와 준비 시간도 함께 고려한다면,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한다.

학생 선택에 의해 수업시수를 줄일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이는 매일 진행되는 수업, 즉 교사의 기본 역할에 해당하므로 성과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실제적으로 2개 과목 이상을 지도하는 교사에 대한 보수 측면에서의 보상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미라 경기 성남 늘푸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