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대비 교원 자격제도 및 양성체제 개편, 어디부터 손봐야 하나
초중통합학교도 껍데기만 통합...유-초2, 초3-4, 초5-중2 '크로스' 가능 의견도

교육부의 '교원양성 및 자격체계 개편방안 연구' 파일 일부 편집
교육부의 '교원양성 및 자격체계 개편방안 연구' 파일 일부 편집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초·중학생의 생애주기가 달라 불가능하다”, “초등 고학년과 중1~2학년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시간 문제일 뿐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일이다.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교육부가 인구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교원 자격제도 및 양성체제 개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 현재 연구 위탁 공고중이다.

연구 과제에는 초중등 교원 자격증을 자유롭게 취득한 후 초등교사가 중학생을, 중학교 교사가 초등학생을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교사들은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껍데기만 초·중 통합..."교육과정 등 소프트웨어 통합 필요"

그럼에도 인구 변화에 맞춰 교원 양성체제 개편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현재도 학생 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초중통합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의 A 초중통합학교 B 교장은 “학생 수 부족으로 초중통합학교가 늘고 있지만 초·중등 교육과정이 달라 초·중학교 교환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리가 먼 학교를 돌며 수업하는 순회교사제 도입도 중요하지만 통합학교의 경우 학교 내에서 해결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물리적 통합만 이뤄진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시설 등 하드웨어는 하나로 묶었지만, 교육과정 등 소프트웨어는 그대로인 상황이라 통합의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생애주기를 보면 유치원부터 초등 2학년, 초등 3~4학년, 초등 5학년부터 중2로 나눠 가르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며 "학제 개편 및 교원양성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과정 내용 개편이 더 시급"...현장 적합성 갖춘 교원 양성에 초점을

B 교장이 밝힌 것처럼, 초중학교 교사의 '크로싱 수업'이 가능하려면 양성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연구 용역을 낸 ▲교대·사범대·교직과정 등 4년 학제를 5년 또는 6년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처럼 임용고시 통과 후 일정기간 직업 훈련과정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예비교원 양성과정에서 학생에 중점을 둔 실습 기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사법시험 통과 후 2년의 연수 과정을 밟는 사법연수원과 같은 시스템을 교원양성 현장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새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정책국장 역시 지난 11일 국가교육회의가 개최한 ‘청년세대와 함께 하는 2030 교육포럼’에 발제로 나서 현재 교원양성 체제는 현장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설문조사 결과 “교실 상황과 동떨어진 이론만 배우고, 일방적 지식 전달로 암기하는 이론중심 수업, 현장실습 기간 부족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며 “현 교원양성기관은 교원 양성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적게는 4주 밖에 이뤄지지 않는 현장실습 시스템이 문제"라며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없는 예비교사가 현장에 나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전했다.

학생 수 감소하니 임용 줄이자?..."오히려 늘려야 할 수도"

일각에서는 학생 수 감소에 대응에 신규 임용 교사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공무원 총량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행안부와 기재부에서 이를 이유로 교원 증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문제는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 수가 줄었다고 임용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요즘은 자식을 하나씩만 낳아 금지옥엽으로 키워 아이들의 개성이 뚜렷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교사에게 요구하는 교육 수준도 높고 개별 맞춤식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에 교사 역할 또한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보건교사, 상담교사, 사서교사 등 교사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 요구를 수용하기 위함”이라며 “오히려 교사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아닌지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이경 중앙대 사범대 학장은 “교원정책의 세계적 동향과 국내 인구 변화 현상 그리고 교직 전문성을 담보할 방안을 함께 고려해 정책이 움직여야 한다”며 “한 발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현실 적용 가능한 것부터 살펴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원양성 및 자격체계, 적정 수준의 교원 수급규모 등에 대한 중장기 검토일 뿐”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라 당장 논란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는 주로 ▲초·중등 분야 자격증 자유롭게 취득 및 임용 후 심화한 자격 취득 ▲한 교사가 다과목 지도를 위한 과목 수 감축 및 통합 ▲교대·사범대·교직과정 등 4년 학제를 5년 또는 6년으로 개편 ▲교·사대 통합 방안으로 이뤄진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 272만명이던 초등학생은 2030년이면 180만명으로 약 33.8% 줄어든다. 학령인구(만 6~21세) 역시 846만명에서 608만명으로 28% 정도 줄어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