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연기군까지 가는 교통은 상당히 불편했다. 조치원역에 내린 ‘완’은 가방을 들고 택시를 타기 위해 역사 앞으로 나갔다. 먼지바람이 ‘완’의 옷을 훑으며 지나갔다. 흐릿한 날씨 사이로 대로변에는 검정색과 붉은색의 깃발이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거리 전체에 나부끼고 있었다. 세종시와 관련한 투쟁적인 구호였다. 당시 세종시는 원안을 사수 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정안을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여론이 갈리고 있었다.

대로변이 온통 깃발로 나부끼는 공간은 마치 딴 나라에 온 듯 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동시에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민들의 마음이 어떤 상황인지 잘 말해주고 있었다. ‘완’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호민이 ‘완’의 도착전화를 받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멈춰 세운 ‘완’이 건물 앞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민이 살며시 웃었다.

“시간 좀 걸리제?”

저만치 떨어진 건물 입구에서 호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오는데 교통이 왜이리 복잡해요.”

“이 건물4층이야. 올라가서 사무소 내부 구경 좀 해봐.”

호민이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띠며 ‘완’을 4층 사무실로 안내했다. 4층에 도착한 ‘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만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온갖 잡동사니들이 켜켜이 쌓인 채 하나의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것을 쑤셔 박아 놓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것은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물건을 보관한 창고나 다름없었다.

그때 사무소 한쪽 구석에서 멀뚱하니 선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50대 후반의 남성 두 명이 ‘완’의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들은 누굽니까?”

“같이 일 할 분들이야. 후보님 고등학교 후배라고 하시네. 인사나 나누지.”

호민은 ‘완’을 데리고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아~, 여기 같이 일할 사람 한 명 더 왔습니다. 우리 회사 기획팀장이예요. 인사 나누세요.”

“안녕하세요. 박 완입니다.”

‘완’이 먼저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예 안녕하세요. 최원섭입니다.”

“민신기예요”

셋은 번갈아 악수를 나누며 서로의 이름을 소개했다.

최원섭이라는 사람은 마른 체형에 은행원 출신이었으며, 안경의 두께가 상당해 보이는 것이 한 눈에 봐도 시력이 좋지 않아보였다. 그는 은행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숫자에 매우 꼼꼼했으며, 후보의 회계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민신기라는 사람은 18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살집이 통통하게 오른 것이, 쫙~째진 부리부리한 눈과 괄괄한 성격, 최원섭의 낮고 얇은 음성에서 나오는 조분조분한 맛이 있는 말투와 달리 고음의 카랑카랑한 억센 음성과 조합되는 모습에서 소싯적에 한 성깔 했던 사람처럼 보였다. ‘완’과 호민은 이들을 대할 때 부르기 편하게 최사장님 민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불렀다.

셋은 호민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당장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고물집기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거 잠 안자고 일해야 할 것 같네요. 시간이 촉박한데 사무실이 사무실이 아니에요.”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집기들을 보며 ‘완’이 호민에게 말을 건넸다. 호민도 눈 앞에 상황에 말문이 막혔는지 그저 웃기만 했다.

후보는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과거 고향 지인의 도움으로 아파트 한 채를 얻어서 그곳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했으며, 최사장과 민사장도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 할 것이라고 했다. ‘완’과 호민도 선거기간이 촉박한 만큼 의사결정 문제나 논의할 문제에 대해서는 수시로 후보와 대면하는 것이 좋겠다며 따로 숙소를 잡는 것보다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셋은 간단히 얘기를 마친 후 짐을 풀고 식사를 하기 위해 아파트로 이동했다.

아파트는 단지가 꽤 큰 신축아파트였고 아직 입주가 덜 된 상태였다. 연기군 지역은 세종시 문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인지 온 땅이 벌겋게 뒤집어져 있는 상태였다. 말할 것도 없이 먼지가 바람을 타고 수시로 몰려다니는 것이 예사여서 주민들이 창문 여는 것이나, 빨래 문제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까지 약 2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주일 동안 모든 것을 정비해서 총력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완’과 호민은 방 한 칸을 잡고 짐을 푼 후 식사를 마쳤다. 둘은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처리해 나갈 일부터 체크하면서 후보가 소속된 지구당 조직책부터 챙기는 문제로 시작해 ,출마기자회견, 개소식 준비, 전체적인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대강의 얘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선거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자 후보가 들어왔다. 후보의 얼굴에는 ‘나 바빠’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한테 혼쭐 난 사람 같은 초췌함도 보였다. 마음이 다급하니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피곤에 지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한 것이라고 후보의 후배들인 최사장과 민사장이 ‘완’과 호민에게 식사하면서 귀뜸해 줬었다.

출마자가 가족의 반대를 꺾으면서 출마를 강행한다는 것도 후보에게 심리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후보의 부인은 후보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고 후보 혼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우리 선거 기획해서 함께 치를 사람들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민사장이 후보에게 호민과 ‘완’을 소개했다.

“아!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이진구입니다. 이거 늦게 뛰어들었는데 한 번 힘껏 해봅시다.”

후보는 중앙일간지의 메이저급에 해당하는 중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이었다. 이후보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호민과 ‘완’의 손을 번갈아 가며 힘껏 움켜쥐었다.

“정호민입니다.”

“박 완입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이거,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어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들어오니까 허기가 지네요. 일단 밥부터 좀 먹어야겠어요.”

“아줌마 여기 후보님 밥상 좀 봐주세요”

옆에 서있던 최사장이 전체 팀원들 식사를 맡아주는 아줌마에게 부탁했다.

“피곤하실 텐데 우선 씻고 식사부터 하시죠.”

“네 그래요. 일들 보세요.”

호민의 권유로 이후보가 자리를 옮기자, ‘완’과 호민도 방으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거 부산에 연락해서 인력지원을 요청해야겠는데 우리로는 부담스러운데.”

“그러시죠. 지금 연락해서 박현 팀장하고 팀원 둘 정도 더 요청 하는 게 좋겠는데요.”

호민이 ‘완’에게 인력지원 얘기를 꺼내자 ‘완’은 호민의 이야기에 동의하며 부산에 연락하자고 했다. 호민은 곧바로 부산에 있는 태한 이사에게 연락을 취해 인력지원을 요청했다.

이튿날 저녁 부산에서 박현 팀장과 2명의 팀원이 연락과 동시에 충남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부산에서 사용했던 밴 차량을 몰고 왔었다. 사무소 앞에 도착한 박현 팀장이 차에서 내리며 투덜거리더니 한 마디 던졌다.

“아~~ 이 동네는 산골짝에 있는 것도 아니구만 올라오는 길이 너무 어렵네요.”

‘완’도 여기에 오면서 애를 먹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완’이 투덜대는 박현 팀장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자가용으로 왔으니 편하게 온 거예요.”

“아이~ 오다가 타이어가 펑크가 나가지고 스페아 타이어로 교체해서 올라오는데 불안불안 한거에요.”

박현 팀장이 타이어를 가리키며 투덜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교체된 스페아 타이어는 얇디 얇아 보였다. 운전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을 것을 생각하니 그의 투덜거리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거 당장 내일부터 차 사용하려면 타이어부터 손봐야 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둘이서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팀원은 사무소에서 사용할 짐을 내리고 있었다.

“자 어서 정리하고 밥 먹으러 가시죠.”

‘완’은 숙소로 일행을 안내해 올라갔다.

그들은 부산에서 지내다 외진 시골에 온 것이 내심 마뜩지 않은 기분인 듯했다.

모든가 시간이 짧은 탓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무소를 새롭게 단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후보의 출마기자회견을 비롯해 개소식을 진행해 나갔다.

“아이고~, 선거는 인쟈 얼매 안 남았고, 후보도 준비 기간이 얼매 안됐고, 후보를 알려야 되는디 언론에서 기사를 좀 써주게 하고 그거 대량으로 인쇄해서 지역사회에 좀 뿌려야 되지 않거씨유~.”

선거 준비에 한 창 바쁘던 중 사무실에 자주 출입을 해서 얼굴이 익혀진 50대 초반의 남성이 ‘완’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 그러게 말이에요. 나름대로 후보 홍보부분에 대해 생각을 정리 했습니다.”

‘완’은 그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단 번에 잘랐다. 그의 말은 후보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것을 핑계로 돈이 필요하다는 우회적 요구였다. 또 어떤 사람은 ‘완’에게 대놓고 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완’은 ‘그 때마다 나는 자금 담당이 아니라서 회계담당에게 가보시죠’라며 가벼운 웃음과 함께 공을 회계담당인 최사장에게 넘겼었다. 물론 깐깐한 최사장이 기획이 서진 않은 상황에서 낼름 돈을 내 줄 사람도 아니었다.

선거가 시작되면 어디든지 캠프 내에는 그런 존재들이 상당 수 있기 마련이었다.

정치에 뛰어들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치낭인이 되는 자들도 많았다. 누구는 경쟁 후보를 내세워 양보의 조건으로 협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에 지역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토호세력이 자신의 조직력을 과시하며, 자신이 출마하지 않으면서 조직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조직운영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말이 좋아 조직운영비였다. 한몫 챙기고 싶은 욕심과 차려진 밥상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원들에게 인심을 쓰면서 충성심을 붙들어 놓는 이른바 꿩먹고 알 먹어보자 하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완’이 있는 사무실에도 그런 사람들 몇몇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이었다.

한 번은 ‘완’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건장한 체격의 왠 낯선 사내들이 사무실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완’은 그들을 스캔이라도 하듯 통째로 한 눈에 담으면서 그들을 스치듯 지나 곧바로 기획실로 들어갔다.

“저 사람들 뭔가요?”

컴퓨터모니터를 응시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 호민에게 물었다.

“음, 지구당 부위원장하고 당원들이래.”

“뭐하러 온 겁니까?”

“선거잖아”

첫인상에서 풍기는 조폭 같은 느낌이었던 그들이 후보와 협상을 시도하면서 뒷돈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후보가 다급한 상황이다보니 자신들의 조직력을 과시하면서 후보를 흔들어 보려는 심산이었다. ‘완’은 단호하게 거절할 것을 후보에게 요청했다. 어차피 짧은 기간에 뛰어들었고, 저들이 충성심이 있는 조직도 아니며, 단지 마음이 급한 후보의 상황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아라. 저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선거가 끝나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만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되, 돈과 관련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후보 저 후보의 선거캠프를 기웃거리면서 뭔가 꺼리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선거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지역 사람들의 움직임에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는 참 재미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구수한 말과 행동이 캠프 팀원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에 가든 예리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듯, 그곳에서도 상당히 노회하거나 영특한 이들이 외부와 내부를 오가며 정치를 둘러싸고 수 싸움을 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시골 사람들이라고 해서 땅에서 농사짓고, 수확기에 거둬들여 땀 흘리며 열심히 사는 순박한 사람쯤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판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도 어연한 생활인 인만큼 이해관계에는 민감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때로는 순박하지만 때로는 영악한 면도 있는 것이 인간 아니던가! 그것이 서울 같은 대도시 뿐 만의 세상이겠던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지 그런 법이거늘. 탁 트인 들녘에 새들이 날아다니고, 저 너머 불어오는 바람에 푸르른 낙엽을 흔들어대는 소리가 넘쳐나는 인심 좋고 평화로운 시골도 거기서 예외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시골이 서울보다는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부대끼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는 곳인 듯 했다.

일반 주민들의 모습은 정말 많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하루는 선거사무소 외벽에 후보의 대형 현수막을 걸던 인부들이 다방에 커피를 시키자, 저 멀리서 여성 두 명이 스쿠터를 타고 나타는 것이었다. 60대 초반 정도의 아주머니였다. 그녀들은 커피 잔을 꺼내 놓고서는 커피를 잔에 붓기 시작했다. 종이컵이었다. 그리고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겠던지, 아니면 밀린 주문이 많아서였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옥상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향해 소리쳤다.

“커피 여그 놓구 가니께 드세유”

일하는 도중에도 바닥에 놓여진 커피가 걱정 됐던지 건물 위에서 일하던 인부가 한 마디 던지는 것이었다.

“어~이, 먼지 들어가니께 컵 좀 덮어놓고 가아~”

돌아오는 답이 가관이었다.

“아유~ 괜찮해유, 대충 마셔유~”

라는 말을 남기고서 그녀들은 씨~익 웃음을 떨면서 스쿠터를 타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팀원들은 킥킥대면서 연신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완’을 비롯한 동료들은 처음에는 스쿠터를 타고 나타난 여성이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로 손님에게 대접할 커피 잔을 태연하게 종이컵으로 내놓는 것에 놀랐으며, 세 번째는 손님에 대해 오히려 배짱을 튕기는 아줌마들의 모습에 놀랐다.

또 한 번은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후보가 회견문을 발표할 무대 뒤에 설치할 현수막을 인쇄했는데 현수막이 주문했던 것보다 작을 뿐 아니라 인쇄업자가 현수막을 약간 삐딱하게 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완’이 “사장님 약간 삐뚤어졌습니다. 다시 해야겠어요”라면서 위치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자 인쇄업자의 말이 가관이었다.

“아유~ 괜찮유. 괜찮다니께. 대충해유, 기자들은 이런 것, 암껏두 신경 안써유”

인쇄소 사장의 배짱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완’과 현장에 함께 있던 호민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서 겪었던 그들의 모습에서 인쇄소 사장의 태도를 이제는 아예 유머 정도로까지 인식하게 됐었다. 그러면서 ‘완’과 호민은 둘이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호민이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웃겼던지 히죽히죽 웃으며 큰 소리로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아유~ 괜찮유. 괜찮다니께. 대에~충해유, 기자들은 이런 것, 암껏두 신경 안써유”

호민의 익살맞은 행동에 ‘완’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실제로 기자회견 중에도 기자들은 배경 현수막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 정말 아무도 안쳐다보네.”

기자회견이 끝나자 ‘완’이 섭섭하기라도 하다는 듯 호민을 쳐다보며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털털댔다. ‘완’과 호민은 서로를 쳐다보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이 동네 완전히 웃기는 동네네.”

그저 인쇄소 사장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호민은 인쇄소 사장의 선견지명에 감탄이라도 하듯 이내 인쇄소 사장의 말을 다시 내뱉었다.

“아~유~ 괜찮유. 괜찮다니께. 대에~충해유, 기자들은 이런 것, 암껏두 신경 안써유~”

인쇄소 사장은 그걸 알면서도 배경현수막을 주문하는 호민과 ‘완’에 대해 아마도 한심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야 돈을 버니 좋은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시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완’은 생각했다. 서로가 잘 알고 지내고, 한편으로는 하는 행동들이 투박하고 헐렁함과 느슨함이 있어 보이지만, 그 빈 공간을 서로 간의 인정으로 채워주는 것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업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좋은 점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마냥 나쁜 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여하튼 지방 특유의 느슨함 속에서도 뭔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만들어지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튼 그곳 주민들의 삶은 일상이 웃음을 주는 꺼리들로 넘쳐났다.

박현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도 그곳 주민들의 말을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 하듯 따라 하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킥킥대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빡빡한 일정에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일종의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죽은도시의 반란 <6> 회상 ‘정치의 계절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