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진 2039 대표/ 영국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치학 석사

윤주진 2039 대표
윤주진 2039 대표/ 영국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치학 석사

[에듀인뉴스] 주식투자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고위 공직자가 일반 국민의 주식 거래 행위를 ‘천민 자본주의’ 행태로 비판하면서 금지시키려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주식 거래의 당부당을 떠나, 해당 공직자가 보이는 그 노골적 이중성에 아마도 국민은 분노할 것이다.

“나는 되지만 국민은 안 된다”는 지도자는 결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국가 지도자와 고위 공직자에게 막강한 국가권력을 위임하면서 동시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스로 국민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는 지도자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느 국민이 그 정책과 결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 뻔뻔한 지도자는 심지어 군주제에서조차도 국민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독재자도 늘 선한 이미지, 청렴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곤 한다. 

물론 완전무결 지도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흠결이 있고 또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과 스스로의 생활이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고 심각한 모순을 일으킨다면, 국민은 더 이상 그 지도자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정책도, 누가 주장하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 설득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무리하게 자사고 폐지를 밀어 붙여 상산고 학부모, 학생, 동문은 물론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적잖은 반발을 사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그런 김 교육감이 아들을 영국 최고 명문대학을 진학시키기 위해, 한 학기당 최대 천만 원이 넘는 학비가 드는 영국 소재 고액 사립교육기관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교육감 측도 사실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학비뿐만 아니라 주거 및 생활에 드는 각종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일반 서민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유학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사고, 외고, 국내 대표 입시학원 비용은 감히 견줄 수도 없을 정도의 막대한 규모의 비용일 것이다. 

김 교육감은 내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사고 폐지 추진을 합리화하고 있을까. 자사고는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이지만, 해외 유명대학을 보내기 위한 사립기관 진학은 공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자율적인 선택 영역이라고 항변할까.

만약 정말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다면 국민은 아마 더더욱 분노할 것이다. 해외 최고의 대학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얼마나 되겠으며, 그것에 성공한 김 교육감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부모가 또 얼마나 되겠는가.

바로 그런 부모들이 ‘그래도 내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다’며 선택한 것이 바로 자사고, 특목고 등이다. 사실 김 교육감이나, 자사고에 아이들을 진학시킨 부모들이나 다 매한가지 마음이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김 교육감의 오늘날 자사고 폐지 추진은, 사실상 자사고에 아이를 보낸 부모의 그 마음은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본인은 부모로서의 자식을 위하는 마음을, 풍부한 재정적 여건을 바탕으로 현실로 실천했으면서 말이다.

해외 유학을 보낼 여력이 없는 대부분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김 교육감의 매정함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마음에 멍이 들 수밖에 없다. 왜 내 자식은,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 당해야 하는 것이냐며 울부짖을 것이다.

한 여권 출신 인사는 ‘자기정체성의 복합성’이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개념을 동원해가며 김 교육감과 같은 케이스를 변호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쟁을 촉발시킨 바 있다. 한 인간이 가진 여러 상충하는 생활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옹호성 글이다.

안타깝지만 국민들에게는 더더욱 큰 상처를 남기는 글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자기정체성의 복합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자기정체성의 일관성, 신뢰성을 가진 지도자를 늘 바라고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민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모순의 부끄러운 민낯이 들켰을 때, 적어도 국민 앞에 겸허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바라는 것 또한 국민 목소리다.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김승환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추진이 과연 영국 최고 명문대학을 진학시키기 위한 호화 유학 보도 앞에서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자사고 폐지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앞서, 김 교육감 만큼은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 김승환 교육감은 ‘자격 박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