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아홉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명예시험 모습. 최창진 교사는 '시험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아이들 자리를 시험 대형으로 바꾸지 않고 공부하던 자리 그대로 시험을 본다.(사진=최창진 교사)
명예시험 모습. 최창진 교사는 '시험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아이들 자리를 시험 대형으로 바꾸지 않고 공부하던 자리 그대로 시험을 본다.(사진=최창진 교사)

7월 말, 학교는 학기 말 성적 처리로 분주하다. 아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에게 큰 울림이 주었던 학생의 한 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5년 만에 이렇게 점수가 높았던 적은 처음이야~~ 야~호!!!”

“아! 진짜 이게 제 점수에요? 아싸! 신난다~~”

수학평가가 끝났다. 이 학생들의 1차 배움 결과는 D. 가장 높은 점수가 A이고 가장 낮은 점수가 E니까, D면 굉장히 낮은 점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 반 평가 중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선생님! 저 다시 도전 할래요~ 시험지 다시 주세요!”

정답은 재도전 덕분이다. 우리학교는 평가마다 3차까지 도전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서 자신의 실수를 깨닫거나 시험 내용의 핵심 개념을 다시 배워서 누구든지 재도전에 응할 수 있다.

3차까지 있는 재도전 가능한 평가. 제일 잘한 점수가 최종 점수가 된다.(사진=최창진 교사)
3차까지 있는 재도전 가능한 평가. 제일 잘한 점수가 최종 점수가 된다.(사진=최창진 교사)

이 학생도 간단한 실수를 수정해서 2차 도전에는 C, 교과서를 다시 공부하여 3차 도전에는 B를 획득했다. 게임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처럼 학생은 엄청 기뻐했다. 학생은 점수도 올라가고 자신감도 올라갔다. 나의 실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상승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배운 것이다.

“공부란 무엇이고,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가의 목적은 피드백이다.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결과를 토대로 학생별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평가는 학생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으로 새롭게 시작된다. 또한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교사와의 개별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정확히 알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 시험 보는 대형으로 바꿀까요?”

“아니~ 우리 공부했던 자리, 그대로 시험 봅시다~”

보통 시험대형이라고 하면 한 명씩 떨어져 개별 시험을 준비하는 교실을 상상한다. 평소에는 짝과 함께 또는 모둠별로 협동하다가 평가만 하면 개별 시험 대형으로 바꾸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가가 개인별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시험을 보기로 했다. 평가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고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옆 사람 꺼 보면 어떻게 해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굉장한 유혹이 들 거야. 하지만 선생님은 여러분을 믿는다. 자신의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점수를 획득하고 싶은 건 잘못 된 거야. 명예시험 이라는 게 있어. 시험 감독을 하는 사람 없이 학생들만 시험을 보는 거지.”

평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평가를 보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다. 때로는 오픈북, 때로는 짝과 함께 협동해서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유는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니 공부 잘하는 사람도 훌륭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도 훌륭해지는 것이다. 나는 훌륭한 사람의 조건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난 것만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다.”

“수업시간에는 떠들거나 돌아다니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선생님도 교권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인권도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쓴 답을 채점하다 보면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우문현답이랄까? 교사는 어리석은 문제를 만드는 것 같고, 학생은 자신만의 반짝이는 생각으로 현명한 답을 말하는 것 같다.

첫 번째 답은 ‘국어 시간 함께 읽은 책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이 생각한 훌륭한 사람의 조건’에 대해 논술한 것이다. 단순한 조건을 뛰어 넘는 훌륭함의 개인적 해석이 놀라웠다. 두 번째 답은 ‘사회 시간 세계인권선언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우리 반의 인권선언문’을 작성한 내용 중 일부다. 인권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속 깊은(?)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 반은 20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서 여유가 생겼다. 물론 교사에게 여유가 생긴 만큼 그 혜택은 학생이 온전히 받는다. 수업을 할 때도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며 개인의 발표를 제공할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개별 학생의 관찰과 상담 비중이 높아졌다. 그리고 학생들의 평가 재도전을 확인하고 격려할 수 있다. 그래서 학급당 학생 수는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바쁘다. 기분 좋은 바쁨이랄까?^^

4차 혁명 시대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개별 학생의 특성을 존중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분명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그래서 평가는 측정된 점수의 제공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의 삶의 성장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학생의 발전 과정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며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은 교사가 학생의 평소 생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며 더 나은 수업과 학급경영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평가를 보기 전에 항상 아이들에게 묻는다.

“자! 평가는 왜 본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실수한 부분은 고치고 모르는 부분은 확실히 알 수 있게 하려고요.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요.”

아직도 ‘시험’을 본다고 하면 아이들은 부담스럽고 힘들어 한다. 하지만 ‘결과’ 보다 ‘과정’에 집중한다면 학생들은 용기를 갖고 도전할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 ‘나도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이 우리 반에 가득 찼으면 좋겠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