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식 경인교대 교수

개편 목적 불명확..."무엇이, 왜 문제인가?"
개편 과제 산더미..."우선순위는 정했는가?"

이대식 교수는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Oregon에서 특수교육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학습장애학회 회장,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습부진대책자문위원회 위원, 경기도 안양과천교육지원청 특수교육 교육과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한국통합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이대식 교수는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Oregon에서 특수교육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학습장애학회 회장,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습부진대책자문위원회 위원, 경기도 안양과천교육지원청 특수교육 교육과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한국통합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에듀인뉴스] 요 며칠 사이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필자 역시 교원 양성기관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언제나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그 방향이 옳고,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행 학자들의 주장을 이용하여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싶다.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라는 TED 강의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교육개혁 논의를 활발하게 이끌었던 Robinson에 따르면, 어떤 교육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적절한가 여부는 그러한 시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현실의 문제를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비전은 무엇으로 제시하는지, 그 비전을 실현시킬 방법으로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정미나, 2015).

이 틀에 따라 교원 자격 및 양성 제도 개편 관련 주요 주장을 거칠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선 혹은 해결해야 할 현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원 수급 체계 개편과 4차 산업혁명 등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길러주고 있지 못하다는 사회적 우려와 불안감이다.

둘째, 비전은 당연히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한 적정 규모의 교원 수급과 학교(=교원)의 미래역량 함양 역량일 것이다.

셋째, 방법은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의 개편, 더 구체적으로는 국가교육회의가 제시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교대와 사범대 통합, 초등교원과 중등교원 양성과정 통합, 수습교사제 도입, 학부과정 심화(4+2) 등이다(박남기, 2019).

이 세 가지가 논리적으로 혹은 실제적으로 연관성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다소 회의적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첫째, 교원 양성 및 임용 제도 개편의 이유와 근거가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

개편을 통해 정확히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명료하지 않다. 보통 기존 제도를 바꾸자는 사람들은 무조건 기존 것이 나쁘니 일단 다 바꾸고 보자고 주장한다. 이는 박남기(2019)도 지적했듯이 자칫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기존 제도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만큼이라도 검증되었지만, 새로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제도나 프로그램은 아직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원 양성과 자격 관련 기존 제도가 문제라면 무엇이, 왜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 수급도 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교육을 제대로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몇 사람의 주장을 살펴보자. Hargreaves와 Shirley는 앞으로의 학교 교육에서는 학습 자체의 본질이 더 깊이 있고 도전적이고 학생의 삶과 세상의 중요한 문제에 연결된 내용으로 변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이찬승, 홍완기, 2015).

Egan은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학생들이 교과를 더 유의미하고 전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김회용, 곽덕주, 2014). Robinson은 교육의 근본 목적은 학습자의 학습을 돕는 것이어야 하며, 그렇기에 교육의 핵심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이고 다른 모든 것은 이 관계가 얼마나 생산적이고 성공적인가에 좌우된다고 역설했다(정미나, 2015).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교원 양성과 임용 제도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에 필요한 교원은 대략 어느 정도일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학생 수가 줄기 때문에 교원 수도 줄이자는 주장은 경제학적인 관점일지는 몰라도 교육학적인 관점은 아니다. 후자에 근거한 결정은 먼저 교육을 제대로 하는 데 필요한 교원 수를 파악하는 것이다.

굳이 거창하게 학습 자체의 본질, 교육의 근본 목적 등을 거론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역량 함양 방법 측면에서만 생각해봐도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 개편을 이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 지 확실치 않다.

예컨대, 특수한 교육요구를 가진 학생들을 지원하려면 충분한 수의 특수교사가 필요하지만, 2018년도 기준 특수교사 충원율은 71.9%에 불과하다(연합뉴스. 2019.4.19.).

그렇다면, 미래역량을 잘 기르려면 교원이 얼마나 필요할까?

또, 미래역량을 잘 못 길러주고 있다면, 유·초·중·고·대학 중 어느 단계(즉, 기본교육 측면인지 고등교육 측면인지)가 특히 문제일까?

미래역량을 길러주지 못하는 이유는 교사의 역량,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학교 문화나 시스템, 양성기관의 교육의 질, 교사의 잡무, 입시제도 중 무엇 때문일까? 혹시라도 전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입시 위주 교육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교원 양성 및 자격 제도 개편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둘째, 교원 양성 및 자격 관련 제도 개편 작업은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에너지와 노력,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왕이면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비전, 노력의 맥락 하에서 우선 순위가 결정되고 추진되었으면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교육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 제안되고 있는 교원 양성 및 자격 제도 개편 방법들은 그들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거나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Hargreaves와 Shirley는 ‘학교 교육 제4의 길’에서 교육개혁을 위한 세 가지 요소로 국가적 비전과 방향, 대중의 참여, 교사의 자발적 참여와 전문성을 주장했다(이찬승, 홍완기, 2015).

이들에 따르면, 현 학교 교육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교사들이 특정 교수-학습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이들이 진정한 학교 교육에 몰두할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적인 요인들 – 의무적 목표, 빈번한 시험, 각본화된 프로그램, 과다한 양의 표준성취기준, 평가기준표, 읽기, 쓰기, 셈하기에 대한 지나친 강조 등 – 때문이다.

한편, Fullan에 따르면, 많은 학교개혁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개혁을 시도한 사람들 자신들은 꽤 오랜 기간 어려 과정을 거쳐 개혁에 대해 개인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지만 이를 적용할 사람들은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그들도 개혁을 제시하는 사람들 정도의 개인적인 의미를 갖게 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단기간에 자신들이 제시한 대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을 바라고 이를 성급하게 몰아붙이기 때문이다(이찬승, 은수진, 2016).

그런가 하면, Hattie(2018)는 과거 약 20년 동안 세계 교육계에서 발표된 학습 효과 관련한 80,000건의 연구를 대상으로 1,400건의 메타 분석을 통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크기를 분석했다(이찬승, 2019; Hattie, 2018). 그 결과, 학업성취에 미치는 효과크기가 가장 큰 변인은 집단적 교사 유능감이었다.

결국, 교사들이 교육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개혁을 위한 충분한 준비, 교사의 집단적 효능감 등이 현재의 학교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요인인데, 현재의 교원 양성과 자격 관련 제도 개편이 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분석해 볼 일이다.

만약,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추진하거나 최소한 그것과 개편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 관한 국가의 의도와 목표는 결국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장면에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Robinson, 2015). 따라서,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 개편의 핵심은 그 만남의 장면에서 발휘되어야 할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의 향상이어야 한다.

또, 그러한 전문성과 역량을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현재의 양성 교육과정과 교수방법을 바꾸기만 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 개편을 통해 해결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 언급되고 있는 개편안 중에는 그런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교육전문대학원 체제, 4+2 체제, 교대와 사대의 통합, 수습교사제도 등을 통해 교원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지, 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마음 놓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6년제 양성과정이나 수습기간을 거친 유능한 교사들이 양성된다고 해도 이들이 여전히 잡무가 많고 매우 제한적인 교육과정 운영 체제 속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또, 일부 교사들이 하소연하는 폐쇄된 교직 문화, 변화를 거부하는 무사 안일주의, 학교 내 팽배한 개인주의 등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면 현재의 학교 교육이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는 것 아닐까?

사안의 시급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폐쇄적인 학교 문화를 개선하고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 집단효능감을 높여주는 것이 더 급하지 않을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셋째, 교원 양성과 자격 관련 제도 개편 논의는 유능한 예비 교원의 선발,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운용, 임용 제도, 교원 승진 제도 등에 관한 개선 방안들과 연계되어야 한다.

유능한 교원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와 고민의 결과물이 꽤 축적되어 있긴 하지만, 지원자들의 교직 적성을 어떻게 잘 확인할 것인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 미래대비를 위한 교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이를 양성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해 낼 것인가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논의와 실험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융.복합적 접근, 통섭적 사고 등을 강조하지만, 양성기관의 현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각 교과를 대표하는 학과나 심화과정을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교원 양성과 자격 제도 개편을 통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 일은 양성 기간을 늘리거나 초등과 중등 양성 과정을 합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성격의 노력을 요할 것이다.

물론, 어떤 개혁이든 시작부터 완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선 순위를 잘 정해서 이왕이면 해결이 필요한 시급한 교육문제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당분간은 과학 시간에는 물질과 에너지, 사회 시간에는 지역사회와 경제활동의 이해, 수학 시간에는 확률과 통계, 국어 시간에는 문학과 비문학 자료의 독해 등을 다룰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가르치고 배울 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소위 미래역량(의사소통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심미적 감성능력, 협력 능력 등)을 잘 기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학습 자체의 본질이 더 깊이 있고 도전적이고 학생의 삶과 세상의 중요한 문제에 연결된 내용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 또는 학생들이 교과를 더 유의미하고 전인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교원 자격과 임용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아이들의 교육받은 상태는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원 자격과 임용 관련 제도 개편 작업은 최소한 바람직한 학습을 위한 수업방법의 탐구와 그 적용을 위한 학교에서의 여건 조성 작업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원 양성과 임용제도 개편 논의와 작업은 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실제적으로 근거가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개편 작업에 소요되는 사회적 에너지와 비용을 감안할 때 이는 필시 현재 우리의 주요 교육 현안 해결 노력 맥락 안에서 그 우선 순위와 목표, 방법,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만약, 그 해결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하든지 최소한 그것과 병행해야 한다. 요란하게 개편은 했지만 정작 풀어야 할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은 생기지 않길 희망한다.

<참고문헌>

김회용, 곽덕주(역) (2014). 상상력 교육: 미래의 학교를 디자인하다. Egan, K. (2008). The future of education: Reimagining our schools from the ground up.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서울: 학지사.

박남기(2019.07.19.). 교사 양성 및 자격 체계 개편을 위한 제언. 에듀인뉴스.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62 (Retrieved 19 July 2019)

이찬승, 은수진(2016).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Fullan, M. (2007). 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New York: Teachers College Press. 서울: 21세기교육연구소.

이찬승, 홍완기 역(2015). 학교교육 제4의 길 2: 학교교육 변화의 글로벌 성공사례. Hargreaves, A., & Dennis, S. (2012). The global fourth way: The quest for educational excellence. Thousand Oaks, CA: Corwin Press. 서울: 21세기교육연구소.

이찬승(2019). 교육청·학교가 기초학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으려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칼럼. http://www.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948.

정미나(2015).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 Robinson, K., & Aronica, L. (2015). Creative schools : The grassroots revolution that's transforming education New York: Penguin Books. 서울: 21세기 북스.

Hattie, J. (2018). Hattie ranking: 252 influences and effect sizes related to student achievement. www.visiblelearningplus.com/content/250-influences-student-achievement (Retrieved 28 March 2018 / PDF)